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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위의 남작 ㅣ 이탈로 칼비노 전집 3
이탈로 칼비노 지음, 이현경 옮김 / 민음사 / 2014년 6월
평점 :
『나무 위의 남작』 속 주인공 코지모는 평생을 나무 위에서 생활하며 자연과 함께 살아간다. 이러한 설정은 자연과 가까이하며 지낸 저자 본인의 어린시절에서 영감을 얻은게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다.(아니면 말고~헷.)
처음부터 코지모가 나무 위에서 산건 아니었다. 어느 날 미끄럼 타기 때문에 부모님과 아주 심각하게 충돌하고 난 이후부터 가족에 대한(아니면 사회에 대한? 아니면 일반적인 세상에 대한?) 원한을 마음속에 품게 되었고, 누나가 만든 이상한 달팽이 요리를 억지로 먹으라는 아버지의 강요가 '결정타'가 되어 집을 나와 나무 위에서 살기 시작한다.
이 책의 화자이자 코지모 동생인 '나'는 절대 나무에서 내려오지 않는 코지모를 위해 필요에 따라 물건을 가져다 주기도 하고, 부모님이 하는 말을 전해주기도 하며, 계속 주변을 맴돌면서 코지모의 일거수 일투족을 지켜본다.
나무에 올라간 후, 코지모는 평생을 땅에 내려오지 않았는데도(실수로 한번 떨어진적은 있음) 좀도둑들, 비올라, 에스토막 백작, 닥스훈트 오티모 마시모, 잔 데이 브루기, 포슐라플뢰르 신부, 기사 변호사 삼촌, 우르술라, 두 장교 등을 만나며 사랑과 아픔 그리고 다양한 감정을 배우고 느끼며 성장한다.
여러 에피소드 중에서도 특히 눈에 띄던 두 가지 내용이 있는데, 첫 번째는 코지모가 나무에서 고양이를 잡아 죽인 뒤 껍질을 벗기고 그 가죽을 무두질해서 모자를 만드는데, 이 모자가 일생 동안 '나'가 지켜본 수많은 고양이 모자 중 첫 번째 것이었다는 사실!! 이후 코지모는 고양이 뿐만 아니라 눈에 띄는 동물들 다 죽여서 옷이나 필요한 물품으로 만들기도 한다. 자급자족을 위해 어쩔 수 없었다지만 내겐 너무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두 번째는 병세가 악화된 코지모가 날아가던 기구의 은색 닻을 잡고 하늘로 날아가버렸다는 것이다. 나무 위에서 살던 코지모는 결국 끝까지 땅에 내려오지 않고 하늘로 올라가는 최후를 선택했다. 처음엔 나무만 고집하는 코지모가 미련해 보였는데 그 신념을 죽기 전까지 고집하는 모습을 보며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품 해설을 통해 이런 코지모의 '거부'가 왜 중요했는지, 마지막 하늘로 올라가는 '선택'에 담긴 깊은 의미를 보고 나서는 더더욱.
코지모라는 주인공을 통해 고집스럽고도 가혹한 의지로 자신의 완벽성을 실현시켜 나감으로써 인간이 자신만의 개성으로 일반적인 사회의 규범과 관습을 거부하고 그에 대항할 수 있음을 보여준 이탈로 칼비노. 매번 느끼지만 이런 주제를 어떻게 무겁지 않으면서 간결하고 재밌게 적을 수 있는지... 참 놀라운 필력이다. 다음 작품도 기대 충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