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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
장폴 뒤부아 지음, 임미경 옮김 / 밝은세상 / 2020년 1월
평점 :
'상속'하면 보통은 재산을 많이 떠올릴 것이다. 나 또한 이 책을 읽기 전까지 책 제목이 『상속』이라 가족의 재산이 얽힌 이야기를 풀어내겠거니 생각했지만 여기서의 '상속'은 포괄적인 의미의 상속과는 거리가 먼 아주 특별한 '상속'을 뜻하는 것이었다.
표면적으로 볼 때 주인공 폴이 받은 '상속'은 아버지의 뒤를 이어받은 의원인 것 같으나 좀 더 깊은 의미의 '상속'을 이해하기 위해선 폴의 가족사를 먼저 알아야한다.
폴의 가족사는 다른 가족들과 특이한 점이 있다. 바로 모두가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는 것이다. 온종일 뇌조각을 응시하던 할아버지, 쇼트팬츠 차림으로 유사 홀아비생활을 하는 의사 아버지, 자기 남동생과 부부관계에 있는 어머니, TV연속극을 켜놓고 자기 누나 품에 안겨 잠들길 좋아하는 삼촌.....
이렇듯 가족관계가 혼란하게 뒤엉켜있었다.
먼저 할아버지가 1974년에 여러모로 특이한 상황에서 자살을 한 후 1981년 쥘 삼촌이 자살하고 어머니 또한 동생이 저지른 일을 따라 자살한다. 어머니가 죽은 날 저녁, 아버지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식사를 했다는 문장에서 느낄 수 있듯이 폴의 식구들은 정상인들이 아니었던 것 같다. 옮긴이의 말을 빌리자면 그의 가족은 '지상에서 자신의 무게를 견뎌낼 힘이 없어' 스스로를 소멸시키는 사람들이었다.
그는 가족으로부터 도망처 마이애미에서 펠로타 선수로 살았던 지난 4년간이 행복을 맞본 유일한 시간이라고 말했으며, 그가 키우던 개 '왓슨'이 유일하게 자신의 삶을 함께 나눈 가족이라고 생각했다.
어느 날 폴은 유일하게 남아있던 가족인, 아버지마저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는 연락을 받는다. 아버지는 서가 위 유골단지 안에 잠들었고 결국 폴은 아버지의 의원을 이어받는다. 그리고 아버지가 쓰던 서랍에서 아버지의 삶이 담긴 수첩 두 개를 발견하게 되는데...
그 수첩엔 환자의 나이, 앓은 질병, 사망시각이 적혀있었다. 그리고 거기 적힌 환자 명단은 모두 30년간 아버지가 의사로 일하는 동안 '도와주어서' 이 세상을 떠난 사람들이었다. 폴은 이 사실에 충격을 먹지만 자신도 아버지의 뒤를 이어 환자를 '도와주기'로 결심한다.
책의 막바지에 왓슨이 급성황달로 폴의 곁을 떠났고, 왓슨의 죽음은 폴에게 가눌 수 없는 슬픔을 떠안기게 된다. 폴은 처음 왓슨을 구해준 바다를 보러간 후 뱃머리를 가상의 목적지로 향햐게 내버려 둔 채 아이처럼 한없이 우는데... 그 부분이 참 마음아팠다.
이제 정말 그에게 남은 것은 가족이 남긴 '상속'밖에 남지 않았다.
폴은 밤마다 겪는 불면증과 기억력 감퇴로 인해 의사 일을 그만둔다. 그 후 지치지도 않고 폴을 갉아먹는 애벌레들의 환각과 죽은 가족들의 강박 때문에 자신도 '상속'받은 대로 '자살'을 이행하며 생을 마감하는 폴의 이야기로 책은 마무리된다.
가문의 부조리한 유전자 상속을 거부했지만 결국은 받게되는 과정을 폴의 과거 회상과 현재 시점을 통해 보여주며 우리에게 자살, 삶의 고독, 삶의 부조리함에 대하여 생각해보게끔 주제를 던져주는 『상속』.
현실적이고, 인간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어 많은 생각이 드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