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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신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9년 12월
평점 :
<분신>은 '생명복제'라는 주제를 가지고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존재 [클론]의 존엄성과 윤리에 대하여 돌아보고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다.
히가시노 게이고가 이 메디컬 스릴러를 처음 집필한 연도가 1990년대 초반임에도 불구하고 지금 읽어도 전혀 어색함을 느낄 수 없는건 그의 집필실력도 물론 한몫하지만 현재도 끊임없이 이슈로 다루어지는 '생명복제'라는 주제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어느 날 내 앞에 또 하나의 내가 나타난다면... 정말 그 존재 자체가 저주라는 생각이 들까? 아니면 어쩔 수 없는 탐욕과 오만의 산물로 태어난 나와 또 다른 나를 보며 연민의 감정이 떠오를까?
쌍둥이와는 차원이 다른, 정말 말 그대로 '분신'으로 태어난 두 여자(마리코, 후타바)의 이야기가 지금 시작된다.
훗카이도에 살며 대학교수인 아빠와 주부인 엄마와 함께사는 '마리코'.
도쿄에 살며 간호사인 엄마와 함께사는 '후타바'.
이 둘은 사는 곳도 다르고, 부모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고, 풍기는 이미지도 다르지만 딱 하나 같은 것이 있다.
바로 '형질'인데, 난자의 핵과 체세포를 이식하여 만들기 때문에 핵 제공자와 동일한 유전 현질을 가진 개체로 자란다는 특징이 있다.
마리코는 점점 커갈수록 자신이 어디서 주워온 딸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엄마와 아빠의 얼굴을 닮은 구석이 한군데도 없었다. 엄마와 자꾸 서먹해지는 것도 바로 닮지않은 얼굴 때문이라는 생각에 여러모로 고민이 많은 그녀.
같은 기숙사를 쓰는 학교 선배들에게 이 고민을 털어놓자, 엄마의 태도가 이상하다면 분명 다른 이유 때문이지 절대로 '너'랑 관계가 없을거라는 위로의 말을 듣고 마음을 가라앉히지만 결국 사건은 터지고야 말았다. 어느 날 갑자기 엄마가 자살해 버린 것이다.
후타바는 아마추어 록밴드의 보컬을 맡고있다. 자신의 실력을 믿고 함께 밴드를 운영해오던 친구들과 드디어 텔레비전에서 하는 오디션을 보기로 결심하는데...!! 허락을 구하기 위해 사정을 이야기하자 허락해 줄 수 없다는 말만 하는 엄마.
엄마와 아빠 모두 노래를 못부르는데 어떻게 그런 노래실력으로 텔레비전에 나가냐고 괜히 딴지거는 엄마의 말이 전혀 와닿지 않는 후타바는(그녀는 노래를 잘 부른다.) 괜히 심술내는 엄마에게 텔레비전에 나가면 무슨 안좋은 상황이라도 생기나며 반문하자 엄마는 '그렇다면 포기할래?'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꺼냈고, 그 정도 설명만으로 오디션을 포기할 수 없었던 후타바는 결국 텔레비전 오디션에 나가게 된다.
하지만... 텔레비전에 나간 이후로 뭔가 달라진 엄마, 집에 찾아온 낯선 손님... 그리고 고의적인 뺑소니 사고로 인한 엄마의 갑작스런 죽음을 겪게되는데...
엄마의 장례를 치른 후 고의적인 뺑소니 사고에 의문을 가진 후타바는 자신이 텔레비전에 나간 후로 모든게 뒤틀린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렇게 마리코와 후타바는 각자 엄마의 사건과 의문을 풀기위해 역추적을 하기에 이르고 부모의 행적들을 조사하던 중 서로가 서로의 존재를 알게된다.
그리고 밝혀지는 오래 전 마리코의 아빠와 후타바의 엄마가 함께 실험한 클론 연구까지...
두 소녀가 감당하기엔 너무나 벅찬 이야기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결말까지 이어진다.
읽으면서 역시 히가시노 게이고구나 싶었다. 인물들의 심리묘사부터, 전체적인 내용의 흐름과 추리, 사회적인 문제가 적절히 녹아들어있고 스릴러지만 그 안에 감동도 놓치지 않고 있다.
책 두께가 꽤 있는데도 뒷내용과 결말이 궁금해 하루만에 다 읽어지는 그런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