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미안 - BTS 앨범의 콘셉트 소설 그리고 요즘책방, 책 읽어드립니다
헤르만 헤세 지음, 서상원 옮김 / 스타북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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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필독도서였던 데미안. 어릴 땐 수행평가 때문에 억지로 읽었던 책이었는데... 이젠 누가 시키지 않는데도 먼저 찾게 되는 책이 되어버렸다. 내가 읽은 스타북스의 데미안 책 표지 뒷편에 『청춘을 통과하는 모든 존재를 위한 이야기. 힘들고 불안한 젊음에 바치는 영혼의 자서전.』 이라는 문구가 있는데 책을 다 읽고나서 다시보니 처음 스쳐읽었을 때랑은 완전 다른 느낌으로 마음에 크게 와닿았다.

이 책의 줄거리를 간단하게 얘기하자면 '싱클레어'라는 인물이 삶의 속박을 벗어나 진정한 나를 찾아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새가 알을 깨고 태어나듯이, 싱클레어도 어릴 때부터 공존해오던 두 세계를 넘나들며 끝없이 방황하다가 끝에는 그 세계를 다 깨트리고 내면의 평화를 얻게되는데 그럴 수 있도록 길잡이 역할을 해주는 인물이 바로 '데미안'이다.

싱클레어가 두 세계를 처음 인지하게 된 건 10살 때 였다. 한쪽 세계는 아버지의 집으로, 그 세계를 이루고 있는 것은 아버지, 어머니, 사랑, 엄격한 가풍, 광명과 청아한 공기 등이며 그 세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품행도 격조가 높고 옷차림도 단정했다. 또한 아침 예배와 찬송가, 크리스마스 축하파티가 열리는 곳도 역시 그 세계였다. 거기에는 미래로 통하는 직선적인 길이 있었다.

이 세계와는 반대로 또 하나의 세계는 내 집 한가운데서 이미 시작되었지만 아주 동떨어진 세계였다. 냄새도 달랐고 말투도 달랐고 장래성이나 요구도 달랐다. 제2의 세계에는 하녀와 소년이 살고 있었으며 괴기한 이야기와 스캔들이 그치지 않는, 뜬구름처럼 정체를 알 수 없는 일들이 파도처럼 밀려오는 곳이었다.

기묘한 것은 이 동떨어진 두 개의 세계가 서로 이웃에 있는 정도가 아니라 얽히고설키어 한데 접쳐져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도 청춘을 보내오며 한번쯤은 각자가 가진 두 세계를 경험해 보았을거라 생각한다. 내가 이 두 세계를 크게 느꼈던 시기는 '사춘기'때 였다. 진짜 하루에도 몇번이나 빛과 어둠, 선의 세계와 악의 세계, 수동적으로 움직이다가도 주동적으로 변하기도 하고, 편안한 마음이었다가 갑자기 고통스럽기도 하고... 집에서 뿐만 아니라 친구사이에서도, 학교라는 작은 사회에서도 시시각각 느꼈던 것 같다.

싱클레어 또한 집에서 느꼈던 두 세계 뿐만 아니라, 친구들도 두 세계로 나뉘어졌는데 라틴어 학교에 다니면서 사귄 친구들은 공연된 선의 세계에 속한 친구들이었고 반대로 일반 소학교에 다니던 친구들은 악의 세계에 포함된 친구들이었다. 그 세계엔 '프란츠 크로머'라는 소년이 있었는데 아주 질나쁘기로 소문난 아이였다. 싱클레어를 포함한 다른 친구들은 그 아이의 명령이라면 무조건 복종하기 바쁠정도로.

어느 날 모두가 못된 장난을 했다는 무용담을 하나씩 꺼내기 시작했는데, 싱클레어 혼자 묵묵히 듣고만 있자니 괜히 불안해져서 자기도 모르게 하지도 않은 행동을 했다는 거짓말을 치게 되었다. 하지만 그 거짓말로 인해 오히려 크로머에게 꼬투리를 잡혀 싱클레어의 생활이 파멸을 맞게된다.

처음으로 '공포'를 느낀 싱클레어는 우리 운명의 내면적이고 본질적인 선은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는 이런 무형의 체험에서 생겨나는 것이란걸 깨닫고 이와 같은 '균열'이나 '상처'는 다시 아물 때가 있지만 마음속 가장 깊은 곳에 있는 비밀의 영역에서는 피를 흘리며 계속 생존한다는 것도 느끼게된다.

계속된 크로머의 공포과 고통으로 정신착란에 빠져있던 싱클레어 앞에 '데미안'이 나타나 무슨 수를 썼는지는 모르겠지만 크로머를 혼쭐내주고 그를 구원해주었고, 드디어 크로머로부터 해방된 싱클레어는 얼마만인지 모를 평화를 얻게 된다.

그 후로 싱클레어는 자신의 불편한 진실을 알고있는 데미안을 일부러 피해다녔지만 몇 년 후엔 마음을 바꿔 자신의 '두 개의 세계'에 대한 견해를 그에게 말할 정도로 가깝게 지내기도 한다. 다른 고등학교로 진학 한 후로는 또 멀어졌다가 대학생 때 다시 만나 더 돈독해지는 둘. (꼭 헤어졌다가 다시 만나 사귀는 연인사이처럼...)

이 둘이 아무리 이별해도 다시 만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그들만의 '표지'때문이라고 나오는데, 그 표지는 옛날 카인의 이마에 붙어 있던 표지와 같은 거라고 데미안은 설명한다. 둘이 처음 만나 이야기 나눈 주제가 성서에 나오는 '카인과 아벨'이야기인데... 이렇게 후에 다시 언급될 줄이야.

심지어 데미안의 엄마인 에바부인도 싱클레어에게 "싱클레어, 당신이 어린 소년이었을 무렵의 어느 날이었는데, 우리집 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오더니 이렇게 말하더군요 '이마에 표지가 붙은 아이가 하나 있어. 아마 틀림없이 나하고 친구가 될 것 같아.'라고 말이예요. 그게 바로 당신이었어요."라고 말하기도 한다.

계속 데미안의 집에 머물면서 내면의 성찰을 끊임없이 이어가던 싱클레어는 러시아와의 전쟁이 발발하자 데미안과 함께 전쟁터로 나가게 됐고, 전쟁터에서 부상을 입고 누워있는 와중에 나타난 데미안이 '난 곧 이곳을 떠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 너는 언젠가는 다시 나를찾게 될 거야. 하지만네가 부른다고 그전처럼 말이나 기차를타고 너한테 갈 수는 없어. 그때는 너 자신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봐. 네 마음속에 내가 있다는 걸 알게될 테니.'라는 말을 하며 키스하고 사라진 후로 그때서야 데미안의 마지막 말을 통해 자신의 내면을 진정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 싱클레어.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 부딪혔을 때 누군가의 의지와 바람이 아닌 스스로 선택과 결정에 의해 나아갈 수 있도록 제일 먼저 내면의 나와 대화를 해본다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소설 '데미안'.

나를 찾아가는 과정이 결코 순탄치만은 않겠지만 찾고 난 뒤의 내면의 평화를 느낄 수 있다면 감수할 수 있는 고통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 과정에서 데미안처럼 누군가 나를 이끌어 줄 좋은 스승과 친구를 만난다면 더없이 좋을테고 말이다.

역시 고전은 고전이구나 싶다. 이번엔 이런 깨달음을 얻고 책을 덮었지만 또 다시 읽었을 땐 어떤 '얻음'을 줄 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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