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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어머니의 집밥을 먹을 수 있는 횟수는 앞으로 328번 남았습니다
우와노 소라 지음, 박춘상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9년 12월
평점 :
절판
압도적으로 긴 제목 덕분에 눈길이 가는 '당신이 어머니의 집밥을 먹을 수 있는 횟수는 앞으로 328번 남았습니다' 책.
물론 긴 제목 덕분도 있지만 어머니의 집밥을 먹을 수 있는 횟수가 적혀있는 문구도 예사롭지 않아 눈길을 끈다.
만약 우리의 삶에서 어떤 행동이나 일을 할 때 눈 앞에 그 횟수가 보인다면 삶은 어떻게 달라질까?
이 책은 어머니의 집밥을 먹을 수 있는 횟수 328번, 자신에게 전화를 걸 수 있는 횟수 5번, 수업에 나갈 수 있는 횟수 1만 6213번, 불행이 찾아오는 횟수 7번, 거짓말을 들을 횟수 122만 7734번, 놀 수 있는 횟수 9241번, 살 수 있는 날수 7000일의 총 7가지 이야기로 우리의 삶을 한번 더 돌아보게 하고 하루하루의 소중함을 깨닫게 해준다.
<어머니의 집밥>편의 주인공 나는 10살 생일날 눈 아래쪽 시야에 홀연히 '어머니의 집밥을 먹을 수 있는 횟수'가 나타났다. 눈을 깜빡이고 비벼봐도 그 문장은 사라지지 않았고 어머니의 밥을 먹을 때마다, 심지어 어머니가 챙겨주는 간식을 먹을 때에도 그 숫자는 하나씩 하나씩 줄어들었다.
처음 횟수는 3647번이었는데 어느덧 328번까지 숫자가 줄어들었고, 그 상황을 신경쓰고 있던 나는 0이 되었을 때 뜻하는 바가(정확히는 어머니의 집밥을 먹을 수 없게 되는 이유가)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그렇다는 가설에 이르게 된다.
그 후로 나는 어머니와 어머니가 차려주는 집밥을 멀리하기로 결심한다. 숫자가 줄어들지 않게 된 지 5년이 흘렀지만 그 여파로 어머니와의 관계는 점점 악화되어 갔다.
나중에 나는 이런 숫자가 보이지 않았더라면 좀 더 순수하게 음식을 즐길 수 있었을까? 어머니의 집밥을 피하지도, 버리지도 않고. 어머니에게 맛있다고 솔직히 말하고, 이사할 때 어머니가 싸준 주먹밥을 볼이 터져라 집어 먹고. 그랬다면 어머니와의 사이도 지금과 달라졌을까? 하지만 이 숫자가 보이지 않았더라면 어머니의 집밥을 이토록 깊이 생각하는 일도 없었을 것이며 이런 건 언제든 먹을 수 있다고 착각하며 살았갰지. 숫자가 눈에 보였기에 이렇게 깨달은 걸까? 라고 자문자답해본다.
어머니가 해주는 집밥의 '카운트다운'이 만약 나에게도 주어졌다면 난 과연 어떻게 행동했을까 상상해 보며 주인공의 자문자답을 읽다보니 갑자기 뭔가 뭉클해지면서 현재의 당연함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계속 마음 속에 남아졌다.
이 편 뿐만이 아니라 나머지 6가지 단편들을 읽으면서도 그 속에서 시사하는 바를 함께 고민해보고, 주인공처럼 상황 상황마다 자문자답을 해보다보니 평상시엔 잊고 지내는 변하지 않는 한가지 사실이 떠올랐다.
횟수가 있든 없든 우리가 무언가를 하고, 함께 보내는 시간은 영원하지 않다는 것...
매번 똑같은 일과 일상에서 고마움과 소중함 없이 흘려보내고 있던 내게 아주 좋은 일침을 준 책이었다.
일상의 소중함을 알려줄 7가지의 단편 이야기를 통해 '지금'을 소중히 되새겨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