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트 콜렉터
캠론 라이트 지음, 이정민 옮김 / 카멜레온북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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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퉁 민체이의 쓰레기 매립장에서 살고 있는 기 림, 상 리 부부는 매일 설사에 시달리는 아들 니사이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서, 매달 내야하는 집세를 벌기 위해서 그 곳에서 쓰레기를 주워 팔며 생활하고 있다.

항상 희망을 잃지 않으며 긍정적으로 지내는 상 리에게도 유일하게 싫어하는 인물이 있었으니~ 바로 집세를 수금하러 오는 '렌트 콜렉터' 소피프 신이었다.

'소피프 신'이라는 이름은 친절하고 매력적인 사람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고, 몇몇 사람들 주장에 따르면 그녀는 사람의 몸에 말의 머리를 가진 하늘의 신 바다바무카의 사생아라는 말도 들렸지만(물론 상 리는 이 신화를 전혀 믿지 않았다.) 그녀는 그런 이름과 신화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성질머리가 고약한 노인이었다.

어느 날 상 리의 꿈에 할아버지가 나타나 "오늘은 아주 운이 좋은 날이 될거야"라는 말을 하셨고, 꿈에서 깬 상 리는 평상시 꿈에 할아버지가 나왔을 때랑은 다른 느낌의 꿈이라 내심 신경쓰고 있었는데...남편 기 림이 쓰레기 매립장에서 니사이에게 읽어줄 그림 책을 하나 발견해 왔다!

가장자리가 너덜너덜하고 뒤표지가 물에 젖어 얼룩이 졌지만 본문의 그림들은 온전하게 보존돼 있고 색상도 선명하고 깔끔한 책이었다. 상 리는 글을 읽을 수는 없었지만 니사이에겐 완벽한 선물이었기에 기쁜 마음으로 책을 받는다.

그리고 꿈속에서 들은 할아버지의 말을 떠올렸다.

'오늘은 아주 운이 좋은 날이 될 거야.'

책을 발견할 때 까지만해도 할아버지 말대로 정말로 운이 좋은 날이라고 생각했는데... 집으로 돌아오던 기 림이 강도를 만나 다치고 심지어 갖고있던 돈도 뺏겨버려 이번 달 집세를 낼 수 없게 되자 '반어적인' 운수좋은 날이 되어버렸다. 내일은 소피프가 집세를 꼭 받아가겠다고 한 날인데...

다음 날 오후, 어김없이 집세를 거두러 온 소피프와 마주하게 된 상 리.

남편의 사정을 이야기해봤지만 소피프에게는 전혀 통하지 않았다. 그러나 우연히 울음을 터트린 니사이를 바라보다 바닥에 펼쳐진 책을 발견하고는 왜인지 모르겠지만 얼어붙어 버린 소피프.

그녀는 갑자기 고통스럽고, 슬픔에 가득찬 탄식을 내뱉고는 책을 보물 다루듯이 들어 올려 한참을 쓰다듬는 돌발행동을 한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상 리는 소피프에게 그 책을 가져도 된다고 말했고 그녀는 책을 준 대가로 놀랍게도 이번 달 상 리의 집세를 감면해주었다.

소피프가 간 후 감정이라곤 하나도 없는 것처럼 보이던 그녀가 말도 못할 정도로 감정의 동요를 일으킨 이유를 생각하던 상 리는 한가지 사실을 깨닫게 된다.

소피프는 그 책을 읽을 수 있다!!!

상 리는 그 후 소피프를 찾아가 자신에게 글을 가르쳐 달라고 부탁했다. 그녀는 왜 글을 배우고 싶냐고 물었고, 상 리는 책 읽기가 니사이에게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과 아이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는 생각에 배우고 싶다고 대답했다.

상 리의 진심이 통한 것인지, 소피프는 한동안 생각에 잠겨있다가 몇 가지 조건을 건 후 글을 가르쳐 주겠다고 했다.

첫 째, 시간은 매주 금요일. 절대 빠져선 안 될 것!

둘 째, 강의료로 부레이 청주 한 병씩을 가져올 것!

셋 째, 항상 숙제를 해올 것!

마지막, 종이와 연필, 글자를 적을 딱딱한 받침대를 구해 놓을 것!

소피프에게 글을 배우기 시작한 상 리는 처음엔 '문학'이라는 건 많은 장난감을 넣어 구운 케이크랑 비슷한데 장난감을 모두 찾는다 해도 그것들을 찾는 과정에서 즐거움을 느끼지 못한다면 속 빈 강정이라는 표현을 바로 이해하지 못했지만 여러 작품을 읽고, 은유법과 다양한 상징들을 배우며 문학의 놀라운 힘과 교훈을 알아간다.

상 리는 할아버지의 말씀이 옳았다는 것을 깨닫는다. 기 림이 소피프의 책을 발견한 날, 기 림이 강도를 당한 날, 그토록 비참하고 끔찍하고 절망적인 기분이 들었던 그날, 그날은 정말 '아주 운이 좋은 날'이었다고.

이 책은 문학을 알고있다고 생각하는 우리들에게도 '넌 이렇게 생각해본 적 있니?'라는 물음을 넌지시 던지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가 이 책을 쓰게 된 계기는, 자신의 아들이 낸 다큐멘터리 영화 <승리의 강>의 실제 주인공 상 리 가족을 보고나서 만약 이런 혹독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가족에게 글을 읽고 쓸 줄 아는 선물이 주어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하는 상상에서 시작 되었다고 한다. 실화를 기반으로 완성한 소설이라 그런지 두배의 감동과 재미를 느낄 수 있었고 문학의 힘과 중요성을 깨닫게 해주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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