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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는 고복희와 원더랜드
문은강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10월
평점 :
요즘 해외에서 한 달 살기를 준비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
이미 내 주변에만 3명이 각각 대만, 호주, 미국으로 건너가 한 달 살기를 하고 있는 중이다.
내 지인들은 각자의 계획을 가지고 해외로 넘어갔지만...
여기 아무 생각없이 한 달 살기를 덜컥 계획한 사람이 있다.
바로 26살 백수인 박지우.
지우는 방에만 처박혀 있지 말고 좀 나가라는 엄마와, 한번도 해외여행을 못가봤다고 하면 은근 깔보고 가까운 일본이라도 가보라며 되도안한 충고를하면서 자기자랑을 늘어놓는 친구들의 태도에 이골이 나서 무심결에 인터넷에서 보게 된 '호텔 원더랜드'의 한 달 살기 이벤트를 발견하고 덜컥 결제를 해버린다.
한껏 멋을 부리고 여권에 첫 도장을 찍은 곳 바로 캄보디아 프놈펜.
그 곳 호텔 원더랜드에 도착한 지우는 단발머리에 깐깐해 보이는 사장 고복희를 만나게 된다.
누군가는 고복희를 괴팍한 여자라고 정의하지만 단지 '정확한' 루틴을 가진 여자일 뿐인 그녀.
원칙을 준수하는 복희에게 원더랜드에 오는 투숙객들의 모습은 하나같이 한심해보인다.
하지만 투숙객들도 그런 복희가 답답하고 맘에 안드는지라 인터넷상에서 '원더랜드'의 별점은 테러수준이었고,
그 덕(?)에 점점 투숙객들이 끊기면서 파리만 날리던 상황이었는데...
보다못한 점원 린이 복희에게 '한 달 살기'이벤트를 열자고 제안했고, 그 제안이 탐탁지 않았지만 린에게 월급을 주어야 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오케이 한 상황에서 보기좋게 지우가 걸려들어 버린 것이다.
한가지 사사로운 문제가 있다면...
첫 해외여행인데다 제대로 프놈펜을 알아보고 오지 않았던 지우의 실수로 꼭 가고싶었던 앙코르와트를 갈 수 없는 거랄까.
자신이 점 찍어둔 부지에 '원더랜드'를 세워 항상 눈엣가시인 복희에게 매번 찾아와 으름장을 놓는 만복회 회장 김인석이 우연히 원더랜드에 왔다가 지우의 사정을 듣게되고 복희에게 환불해줘야 한다며 주절주절 하지만, 복희의 성격상 환불은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었기에 단호하게 거절했고 지우는 제대로 관광도 못해보고 한 달 동안 원더랜드 주변만 구경하며 지내야 하는 상황에 놓여버린다.
지우는 이런 상황들이 처음엔 너무 슬프고 화가났지만 실패의 경험을 글로 적으며 복잡한 머릿속을 편안하게 비우기 시작한다.
그런 지우의 태도가 마음에 든 복희는 지우에게 표지가 닳은 파란색 노트를 선물로 준다.
여기서 잠깐 짚고 넘어가자면!
원더랜드의 부지를 노리고 있는 이는 비단 김인석뿐만이 아니다.
사랑교회 담임목사인 이영식도 그 곳에 교회를 지을 생각을,
집에서 반찬을 해서 밥벌이를 하고 있는 오미숙도 원더랜드 부지에 교회가 들어서면 옆에 반찬가게를 차릴 생각을 하며 호시탐탐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었다.
모두들 복희에게 인기도 없는 호텔 원더랜드를 처분하라며 눈치를 주지만 복희는 그런 눈빛에 당할 사람이 아니었기에 계속 원더랜드를 지킬 수 있었다.
어느 날, 지우가 우연히 옛 신문기사에서 '한국인 사망 사건 발생'이라는 기사를 발견하게 되었고 무엇 때문에 사망했는지 알아내기 위해 이 곳 저 곳 들쑤시고 다닌다.
지우는 이 것 말고도 린의 연애사, 교민 사회 모임, 복희의 마음(?)까지 온갖 군데 군데를 다 들쑤시고 다니는데~
그렇게 하나씩 나오는 각자의 이야기들이 얽히고 서로 갈등도 하고, 화해도 하고, 성장도 하고 마지막에는 뭉클한 감동을 전해준다.
지인 중에 복희와 비슷한 성격의 언니가 있는데 읽으면서 그 언니가 많이 생각났다.
항상 그런 언니를 오해하고 나에게 '어떻게 친하게 지내? 이해가 안된다.'라고 하는 지인들이 많았는데...
원더랜드 직원 린이 고복희를 보며 느끼는 감정이 내가 그 언니를 보며 느끼는 감정과 같아서 이해를 못했던 지인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고복희의 매력을 느끼게 된다면 헤어나올 수 없을거라고 말해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