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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하늘에서 떨어졌을 때 - 삶, 용기 그리고 밀림에서 내가 배운 것들
율리아네 쾨프케 지음, 김효정 옮김 / 흐름출판 / 2019년 9월
평점 :
처음 책 표지를 보았을 때, 단순히 비행기 사고로 밀림에 떨어져서 살아남은 소녀의 소위 정글북 같은 픽션 스토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첫 장을 펼치고 율리아네 쾨프케의 실제 얼굴이 담긴 사진들과 밀림에서 찍은 사진들을 보고나서는 아, 이게 내가 생각하는 픽션이 아니라 생존 에세이구나라는걸 알게 되었다.
비행기 추락사고로 탑승객 전원이 사망하고 유일하게 살아남은 17살의 소녀 율리아네 쾨프케의 실제 생존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책 '내가 하늘에서 떨어졌을 때'.
책에는 전세계적으로 희망과 의지의 아이콘이 되어 사랑받았지만, 엄마를 잃은 슬픔과 홀로 살아남았다는 자책 속에서 스스로를 잃지않으려 노력하는 성장기이자 페루 밀림을 보호하기 위한 동물학자의 분투기라고 소개하고 있다.
비행기사고가 일어나는 순간 그 숲속에 있었던 나무꾼은 뭔가가 폭발하는 듯한 굉음을 들었다고 한다.
그 소리가 들렸을 때, 율리아네는 3킬로미터 가까운 높이에서 떨어지고 있었을 것이다.
의식을 잃었지만 다행히도 쇄골 골절을 제외한 경미한 상처만 입었다고 한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는지에 대해 율리아네는 세가지 요소가 맞물린 덕분에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 같다고 가설을 세웠다.
첫째로 상승기류의 완충작용, 둘째로 좌석의 한쪽 끝에 달린 안전벨트가 작은 날개처럼 돌며 추락 속도를 늦출 수 있었을 것. 마지막으로 리아나 덩굴이 쿠션 역할을 하며 추락속도를 늦추는데 일조 했다는 점이다.
뭐니뭐니해도 제일 다행인 것은 그 상황에서 두려움 때문에 미치지않았다는 점이 아닐까 생각한다.
보통은 밀림에 덩그러니 혼자 남아있다면 두려움과 무서움 때문에 미쳤을테니까.
(개인적인 생각이다.)
하지만 11일이라는 긴 시간동안 밀림에 있었고, 후에 사람들을 만나서 밀림에서 벗어나기까지 율리아네가 그 곳에서 버틸 수 있었던건 동물학자인 부모님들을 따라 어릴 때부터 밀림을 자주 갔고 자연스레 밀림에서 살아남는 법을 익힌 덕분이었다.
"밀림 속에서 길을 잃으면 흐르는 물을 찾아서 따라가야 해. 그러면 사람들이 사는 마을이 나올거야. "
보통은 길을 잃어버린 곳에서 절대 움직이지 마라고 배우지만, 밀림 속에서 길을 잃으면 율리아네 아빠가 조언하는 이 말처럼 흐르는 물을 찾아 따라가야 한단다.
율리아네는 아빠의 조언을 기억하고 있었고 밀림에서 하염없이 기다리기 보단 이동하는 것을 택한다.
율리아네가 열심히 밀림에서 다양한 동식물을 관찰하며 이동하고 있을 때, 삼림 노동자들은 우연히 비가 오는 바람에 움막에 들를 생각을 하게 되고 밀림 근처의 탐보에 오게 된다.
그 우연이 율리아네가 삼림 노동자들을 만날 수 있게 도우고, 다시 인간세계로 돌아올 수 있게 해주었다.
율리아네가 기적적으로 구조됐다는 소식은 푸카이파에만 머물지 않고 전 세계로 퍼져나갔고 엄청난 편지들과 인터뷰를 하게 된다.
순식간에 많은 이들의 희망의 아이콘이 되었지만 율리아네는 예전같지 않은 삶을 보낸다.
안전한 포세트 항공을 이용하지 않고, 아빠가 절대 타지 말라고한 랜사 항공기를 탄 것은 순전히 율리아네가 학교 졸업 파티에 참석하겠다고 우긴 것 때문에 일어난 일이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엄마가 돌아가셨고 많은 가족이 슬픔에 빠지게 되었다.
자신이 때쓰지만 않았어도 이런일은 없었을텐데라는 죄책감과 깊은 후회, 그리고 자신만 살아남았다는 미안함이 율리아네를 힘들게 하고 있었다.
재난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예외없이 이런 과정을 겪을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그렇게 아빠와 사이가 서먹해졌다가 나중에 다시 가까워지게 되면서 율리아네는 부모님의 뒤를 이어 동물학자가 되겠다는 어릴 적 꿈을 밀고 나가기로 결심한다.
아빠도 율리아네의 뜻을 존중하고 크게 기뻐해 주었고,
율리아네는 지금까지도 페루 다우림 팡구아나와 독일을 오가며 생태 연구와 자연보호를 위해 힘쓰고 있다고 한다.
프롤로그에 조류학자인 율리아네 엄마가 한 말이 참 인상깊었다.
"쇠로 만든 새가 하늘을 나는건 정말 부자연스러운 일이야."
비행기를 이런 관점으로도 볼 수 있다니... 역시 조류학자랄까.
비행기를 참 싫어했던 엄마가 비행기에서 생을 마감했을 때, 율리아네는 얼마나 마음이 아팠을까, 또 자신만 살아남았다는 미안함과 죄책감 씁쓸함 등등...
율리아네가 안되보고서는 차마 온전히 그 마음을 다 이해할 순 없을 것 같다.
그렇게 무서운 사고를 겪었음에도 생태연구와 자연보호를 위해 이동수단으로 이용해야 되는 비행기를 극복하는 부분은 참 감동적이었다.
비행기를 타고 있을 때 난기류를 만나 기체가 흔들릴 때면 어김없이 그 날이 떠오르는데도 말이다.
나라면 절대 용기낼 수 없는 행동이라 더 멋지다고 생각한다.
비극적인 사건으로 다시는 가고싶지않고 멀리 할 수도 있었을 팡구아나 밀림을, 일생을 걸고 지켜야할 삶의 목적으로 두고 열심히 노력하고 헌신하는 율리아나.
율리아나의 에세이를 통해 많은 배움을 얻을 수 있어서 뜻깊은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