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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사 연대기 - 세계사의 결정적 순간과 위대한 미술의 만남
이언 자체크 엮음, 이기수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19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세계사의 결정적 순간에 함께 등장하고 사라지고 변화하고 혁신적으로 따라오는 그 것. 바로 미술이라 생각한다.
역사를 알면 미래가 보이고, 시대를 알면 미래가 보인다는 말을 한번쯤 들어봤을텐데 이 책에선 미술을 알면 시대가 보인다고 말하고 있다.
그만큼 초기 원시 시대의 동굴벽화부터 현대의 작품에 이르기까지 당대의 사회, 정치, 문화에 두루 영향을 미치고있는 미술을 연대를 나누어 자세히 소개한다.
항상 책을 볼 때 책 표지도 중요하게 보는데, 살바도르 달리의 <기억의 지속> 그림을 책 표지로 선정한것을 보고 시간의 의미를 잃은 영원의 공간을 보여줌으로서 지나간 미술사는 시간적으론 끝이났지만 의미는 영원히 남아있다 라는 것을 표현하고 싶었던건 아닐까란 생각을 잠시 해보았다.
서문을 읽다 처음 안 사실인데 예전에는 돼지 방광에 물감을 넣고 끈으로 묶어 공급을 했기 때문에 화가들은 돼지 방광에 구멍을 내어 물감을 사용했다고 한다.
문제는 한번 난 구멍을 다시 메울 수 없어 물감에 공기가 노출되어 잘 굳어버리곤 했는데 런던에 근거지를 둔 미국인 초상화가 존 G.랜드가 뚜껑을 갖춘 압출 주석 튜브를 고안해낸 다음부터는 물감 굳을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었다고.
우리가 잘 알고 많이 들어본 인상주의 화가 르누아르는 튜브의 발견에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튜브 안의 색체가 없었다면, 세잔도, 모네도, 피사로도, 그리고 인상주의도 없었다."
이런 중요한 사건들 하나하나가 차곡차곡 쌓여 미술의 발전이 이루어졌다는 내용을 읽을때면 항상 소름이 돋곤한다.
그래서 이 책이 나눠놓은 연대를 보며 중요 예술작품과 사건들을 읽는동안 너무 황홀했고 온몸에 전율이 흘렀다.
여태까지 읽어본 미술사책들은 대부분 시대순으로 나누어 설명이 이루어졌는데 이 책은 연대를 나누어 세세히 들어가는 부분이 신선했고 또다른 시각으로 미술사를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기에 너무 만족스러웠다.
어떤 미술사 책이든 고대의 미술을 설명할 땐 그 시대에 존재하고 지금까지 남아있는 그림이나 문자들이 많지 않기에 비슷비슷하게 설명이 들어가지는데 이 책은 연대로 나눠서 그런지 눈에 익은 그림들과 조각상도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왔고 모르고 있던 다른 세계의 사건들도 하단에 같이 설명이 되어있어 전체적인 흐름을 알 수 있고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세계의 사건들은 이 책이 끝날 때까지 하단에 함께 하고 있어 미술+세계사를 동시에 계속 접할 수 있어 유익한 시간이었다.
전체적으로 다 재밌게 보았지만 그래도 내가 좋아하는 르네상스와 그리고 최근에 다녀온 야수파 걸작전 전시회의 야수파와 입체파 화가들이 대거 등장하는 근대 연대기에 접어 들어선 특히나 더 집중해서 읽게 되었다.
르네상스 시대의 산드로 보티첼리, 티치아노, 레오나르도 다빈치, 얀 반에이크, 카리바조, 라파엘로, 미켈란젤로처럼 이름만들어도 우와 하게 만드는 화가의 작품들 뿐만 아니라 내가 몰랐던 화가들, 작품들도 많이 알 수 있었고 그 그림들이 나오던 시기에 발생했던 종교적 헌신과 종교 개혁, 유화의 발명, 인쇄술의 성장 등 큰 사건들도 알게되면서 미술 형식들이 어떤식으로 자리를 잡았는지를 알 수 있었다.
다 중요하겠지만 근대의 연도 중 제일 중요한 연도를 꼽으라 하면 "1905년"을 기억해두면 좋을 것 같다. 이 책에도 설명하고 있지만 오늘날 야수주의로 알려진 학파가 1905년 파리에서 시작되는데 야수파의 창시자 앙리 마티스가 이 학파를 이끈다.
따로 더 세부적인 설명은 없지만 야수파 걸작전의 도슨트를 들으며 알게된 것인데 1905년 가을 살롱전에서 이 모든 시작이 이루어졌다고 하니 가을 살롱전도 기억해두면 좋을 것 같다!
야수파 전시회에서 보았던 드랭의 에스타크, 피카소의 아비뇽의 처녀들 뿐만 아니라 접해보지 못한 다양한 화가의 작품들을 함께 설명해주며 근대미술을 알려주고 있어 많은 공부가 되었고 근대미술에 한발자국 더 다가간 느낌이 들었다.
모든 미술사를 연대별로 나누고, 그 중심의 미술과 사건들 설명까지 빠짐없이 책에 담느라 너무 수고했을 것 같다.
덕분에 미술을 좋아하는 나같은 독자분들은 너무 행복하지만!
근대를 넘어 다양성이 중요시 되고있는 현대미술까지 읽게 되면 전반적인 미술사 연대를 다 보게되는데 20세 후반에 나타난 그래피티 예술가들이 거리미술을 창조하는 길을 이끌었다고 한다.
예전에는 전시회에서나 볼 수 있었던 예술이 이제는 어디에나 있는 예술(개념미술, 대지미술, 설치 작품, 비디오 아트)로 널리 퍼지게 되면서 미술시장도 확대되고 전 새계의 관객과 구매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게 된 요즘.
서론에서 말해놓았듯이 미술 그 자체의 이야기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볼 수 있었고 미술사 연대기를 거치면서 다양한 사건과 화가, 그림들을 통해 미술과 한층 더 친해진 느낌이라 뿌듯하기도 하고 행복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