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로마 신화만 자세히 알고있는 우리에게 아직은 좀 생소할 수 있는 북유럽 신화를 처음부터 꼼꼼히 짚고 넘어갈 수 있게 이 책에선 제일 첫 장에 북유럽 신들의 계보도를 첨부 해 놓았다.
마블영화 토르를 보면 오딘은 태초부터 존재했던 최고 신처럼 보이지만, 알고보면 부모가 있는데다 엄마가 거인족이라는 사실!
그리고 토르는 오딘과 프리그의 자식으로 나오는데 계보도를 보면 요르드라는 대지의 여신이 토르의 엄마라는 사실!
또 하나 더 얘기하자면 로키는 오딘의 양아들로 나오지만 원작은 오딘과 의형제 사이라는 사실이 너무 놀랍고 신기했다.
마블영화 뿐만 아니라 북유럽 신화를 주제로 둔 다른 시리즈(왕좌의 게임, 반지의 제왕, 진격의 거인)들도 함께 비교해가며 세계관을 쉽게 풀어놓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 책을 읽다보면 우리가 잘 알고있는 영어 단어들(동서남북, 요일, 밤과 낮, 지옥 등)과 판타지 소설에 자주 등장하는 트롤, 코볼트, 드워프, 엘프 등도 사실은 북유럽 신화에서 대부분 유래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스로마 신화만큼이나 방대한 북유럽 신화는 여러 신들, 여러 거인들, 여러 동물들이 나오는데 이 모든 이야기는 '라그나로크'(작가님은 '라그나뢰크'라고 표기한다.)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이름은 참 많이 들어봤지만 무슨 뜻인지는 도저히 감이 안오는 라그나로크!
이 이름은 고대 노르웨이어로 '신들의 종말', '신들의 황혼'을 의미한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북유럽 신화는 처음부터 신들과 거인들의 전쟁이 불거지기 시작해서 그로 인해 세상이 몰락할 때까지 끝나지 않고, 마지막에는 신들을 비롯하여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이 함께 파멸하며 끝난다.
끝이 있기 전에 먼저 시작이 있어야 하는 법.
이 책에선 북유럽 신화의 첫 시작을 모두가 잘 알고있는 그리스 로마신화의 첫 시작을 비교하며 접근한다.
그리스 신화에선 카오스에서 모든 만물과 신들이 생성되듯이 북유럽 신화에서도 그와 비슷한 어둠이 있었고 그 어둠에서 무스펠헤임(불의 나라)과 니플헤임(얼음의 나라)이라는 두 공간이 만들어지면서 시작된다.
그 공간에서 어느 날 최초의 생명체인 '이미르'라는 서리 거인과 암소 한마리가 탄생하게되고, 암소의 젖을 먹으며 큰 이미르는 자신의 왼쪽 겨드랑이에 고인 땀을 이용해 남자 거인과 여자 거인들을 만들어 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고구려 건국 신화에서는 주몽 어머니인 유화부인의 겨드랑이에서 알이 생겨났고, 그 알에서 주몽이 태어났다는...참 이런 걸 보면 세계 각국의 신화는 닮은 꼴이 많은 것 같다.)
태초의 창조이야기가 끝나고 나면 판테온의 12주신에 대한 설명이 들어가는데 이 때 우리가 잘 알고있는 오딘, 토르, 로키, 헤임달 등의 신들 일화를 들려준다. 그리고 어느정도 신들의 성향을 파악했다 싶을 때~ 신들의 모험이야기로 자연스레 넘어가는 재치만점 '그림이 있는 북유럽 신화'책!!
신들의 모험 이야기는 주로 신들과 거인들의 대립, 아스가르드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들, 로키의 장난, 토르의 묠니르 일화, 거인들 이야기 등이 눈코 뜰새 없이 이어진다.
하나같이 너무 재밌고 신기하고 독특하고 어떤 이야기들은 교훈도 담고 있어 정말 유익했고 순식간에 훅 읽혔다.
그러다보니 어느덧 세상을 몰락시킨 전쟁, 라그나로크 부분까지 와버렸는데...
이 부분을 읽으면 끝이란 걸 알기에 라그나로크 부분은 좀 아껴두고 싶은 맘이 컸다.
(하지만 궁금해서 바로 읽어버림...)
언제나 끝이 다가옴에는 그것을 예고하는 여러 징조들이 펼쳐지는데...
북유럽 신화의 라그나로크의 전조는 맨 먼저 인간세상인 미드가르드에서 나타난다.
그 후 해와 별이 사라지고 온통 암흑천치가 되어버리는 세상.
마침내 지하세계에 있던 헬, 뭍에 있던 요르문간드, 족쇄에 풀려난 늑대 펜리르가 나타나고 무지개 다리를 넘어 아스가르드를 침략한다.
신들과 거인들의 최후의 전쟁은 정말 비극적이었다.
종말의 끝을 알기에 더 그렇게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어쨌거나 마지막 라그나로크는 책으로 꼭 읽어봐야한다!
방대한 내용임에도 너무 재밌어서 순식간에 다 읽어버린 '그림이 있는 북유럽 신화'책.
사실 북유럽 신화는 그리스로마 신화에 비해 원전에서의 이야기 단절이나 비약이 많다고 한다.
그래서 서로 모순되거나 중요한데 짧은 이야기도 허다하고 어떻게 사건이 일어났는지에 대해 자세한 설명이 없는 경우도 수두룩하다고 한다.
그럼에도 김원익 작가님은 최대한 우리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위해 빈 공간들을 잘 채워주셨다.
이 책을 먼저 읽기 전, 닐 게이먼의 북유럽 신화 책을 처음으로 읽었었는데 닐 게이먼 작가님의 북유럽 신화책은 입문용이라고 본다면 김원익 작가님이 쓴 북유럽 신화책은 입문용+심화용이 함께 다 담겨있다고 보면 될 듯하다.
너무너무 재밌어서 두고두고 읽혀질 것 같은 그림이 있는 북유럽 신화!
앞으로 그리스로마 신화처럼 북유럽 신화도 많이많이 알려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