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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광의 모험은 끝나지 않아! ㅣ 박람강기 프로젝트 9
미카미 엔.구라타 히데유키 지음, 남궁가윤 옮김 / 북스피어 / 2017년 9월
평점 :
절판
1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이라는 작품을 아시는지. 일본에서 2011년에 출간되어 현재까지 700만 부! 가까이 팔린 고서 미스터리 시리즈입니다. 2013년에 드라마로 제작되었고 2017년 2월에 애니메이션 제작 계획이 발표되는가 하면 책 속에 언급된 고서들의 복간 열풍을 불러오기도 했지요.
2
대관절 어떤 책이기에 새 시리즈가 나올 때마다 난리인가 싶어서 저도 읽어보았습니다. 각 에피소드는 고서점 주인 시오리코가 맞닥뜨리는 수수께끼를 ‘오로지 책을 매개로’ 해결한다는 구조로 되어 있더군요. 그 과정에서 저는 다양한 고서들에 대한 이런저런 정보를 자연스럽게 습득할 수 있었습니다.
3
흥미로운 것은 작중 언급된 고서들을 ‘한 번쯤 찾아 읽어볼까 싶도록 궁금하게 만든다’는 점이었습니다. 마치 하이퍼링크를 걸어놓은 것 같다고 할까. 이 ‘한 번쯤 찾아 읽어볼까 싶도록 궁금하게 만든다’는 컨셉이야말로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의 뛰어난 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4
이토록 영리한 소설을 쓴 미카미 엔은 1971년생으로 대학을 졸업하고 고서점에서 일한 경력이 있다고 하는데 이 작가가 참여한 대담집에 눈길이 가더군요. 상대가 무려 애니메이션 <R.O.D>의 작가이자 ‘갖고 싶은 책은 지금 가지고 있지 않은 책 전부’라고 단언할 정도의 책 마니아인 구라타 히데유키라고 하니까 더더욱 제 손으로 만들고 싶어졌습니다.
5
<R.O.D>(READ OR DIE)는 제목처럼 ‘책에 죽고 사는’ 주인공을 중심으로 대영도서관 특수공작부와 그에 대적하는 세력의 다툼을 그린 이야기입니다. OVA 발매 당시 참신한 설정과 종이를 가지고 싸우는 스타일리시한 액션, 세련된 연출로 인기를 끌었는데 일명 ‘문과계 액션 애니메이션’으로 불린다는 점도 재미있지요.
6
베스트셀러 작가이면서 희대의 독서광인 두 사람은 읽지 않고는 배길 수 없는 기이한 책, 자신의 작품을 쓰는 계기가 된 책, 읽다가 포기한 책, 트라우마를 안겨 준 책 등에 관해 이야기하며 독서 배틀을 벌입니다. 그리고 이를 정리한 책이 바로 <독서광의 모험은 끝나지 않아 讀書狂の冒險は終わらない!>였던 것이죠.
7
그중 제가 무릎을 치며 감탄한 목차를 몇 개만 볼짝시면-.
(1) 왜 이리 길까, 스티븐 킹의 소설은
(2) 뭘 읽어도 똑같은 딘 쿤츠
(3) 에도가와 란포의 무리한 설정
(4) 아카가와 지로와 성룡은 아껴야 한다
(5) 내용이 이해되지 않는 좌절본
(6)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의 창작비화
(7) 소설가로 계속 활동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
(8) 책 정리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9) 우리가 이상으로 여기는 서점이란…
8
‘책에 관한 책’을 읽을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뛰어난 화자가 들려주는 창작 비화, 출판과 관련된 뒷이야기, 이러쿵저러쿵 남의 작품에 대한 험담은 역시 재미있습니다. 이런 '소소한' 얘기를 책으로까지 내는 건, 한국에서는 역시 어렵겠죠. 그런 점에서 일본은 묘하게 특이하다고 할까 부러운 구석이 있어요.
9
한편으로 이런 류의 책은 정말 책깨나 읽는다는 마니아들만 좋아해서 초판을 팔고나면 절판될 확률이 다분합니다. 책에 관한 책을 대부분 소장하고 있는 제 경험상 거의 틀림없어요. 그러니 관심 있는 형제자매들은 나중에 찾겠다며 동분서주하지 마시고 눈에 보일 때 확보해 두시는 게 좋을 듯해요.
이상,
아무도 리뷰를 안 써줘서 자기 손으로 직접 쓴
마포 김 사장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