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감 넘치는 글쓰기를 위한 아이디어 - 세계 최고의 범죄소설 작가가 들려주는 박람강기 프로젝트 10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지음, 송기철 옮김 / 북스피어 / 2020년 3월
평점 :
품절


지금까지 몇 번인가 일간지와 주간지 등에

잡다구리한 내용의 칼럼을 연재한 적이 있습니다.

가장 고되고 힘들었던 건 한겨레에서의 3년이에요.

한번 짤리고 코너가 바뀌는 등 부침이 있었거든요.


그리고 주간경향에 2년, 서울신문에 2년,

채널예스(가 제일 재밌었고)에 1년 6개월인가.

이중 몇 군데는 시기가 겹쳤기 때문에

거의 매주 쓸거리를 찾아야 했습니다.


한데 저 같은 경우 책상에 앉아서

‘자, 오늘은 이걸 써야지’ 하고 술술 원고지를 메우는...

건 어림없는 얘기고 일주일 내내 끙끙거리다가 마감 전날,

그것도 자정이 넘어야 겨우 시작을 할 수 있었어요.


이건 상당히 비효율적이지 않은가.

왜냐하면, 뭘 써야 할지 윤곽이 잡히기 전까지는

티비를 보는 중간중간, 캠핑을 하는 사이사이에

고민이 끼어들어, 이건 뭐 노는 것도 아니고

쓰는 것도 아닌 어중간한 아노미 상태가 되어 버리기 때문이죠.


하지만 그 ‘중간중간’과 ‘사이사이’가

결코 쓸따리없는 세월이 아니라는 것을,

이 책을 만들면서 새삼 깨달았어요.

작가 하이스미스는 이렇게 적었습니다.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는

우울한 느낌으로 책상을 떠났는데

갑자기 어떤 아이디어들 가운데 하나가

활기를 띠고 움직이기 시작할 수도 있다.

아르키메데스는 “유레카”라고 외칠 때 욕조에 있었다.

책상이든 어디에든 간에 몸을 숙인 채로

자기 문제에 골몰하고 있던 게 아니란 말이다.

그러나 이처럼 영광스러운 순간들은

앞서 그 문제로 애태운 경험이 없다면 찾아오지 않는다.”


이 대목을 읽으며 저는 정말로 무릎을 쳤습니다.

그동안 온갖 마감에 짓눌려 마음고생 했던 세월을

한꺼번에 보상받는 듯한 기분이 들었을 정도예요.

내가 보낸 시간은 결코 헛되지 않았구나 하고.


물론 이런 얘기도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정도 되는

일급의 작가가 하니까 그럴듯해 보이는 것이겠지요.

그게 바로 관록일 텐데 어쨌거나 저처럼 평범한

인간에게는 여러 모로 도움이 되는 말임에 틀림없습니다.


앞으로도 ‘나는 왜 이런 비효율적인 고민을 하고 있나’

하고 자책하는 순간이 종종 도래하겠지요.

그럴 때마다 한 번씩 떠올려 보면 좋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유레카, 라고 외칠 수 있는 영광스러운 순간은

그 문제로 애태운 경험이 없다면 찾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지금 어딘가에서 끙끙거리며 뭔가를 쓰고 있을

여러 형제자매님에게도 조금쯤 도움이 되길...


마포 김 사장 드림


덧)

아울러 "집필중에는 그 책(글)을 보호해야만 한다. 예컨대 딱 봐도 가혹하게 작품을 비판할 게 분명해서 당신의 자존심을 손상시킬지도 모르는 사람한테 책(글)의 일부를 보여주는 것은 부적절한 실수다"는 말도 저에게는 큰 도움이 됐어요. 

책을 쓸 때 즐거움을 주기 위한 대상으로 가장 먼저 떠올려야 할 사람은 당신 자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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