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대전환
앨러스테어 레이놀즈 지음, 이동윤 옮김 / 푸른숲 / 2025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대전환 - SF라는 이름의 미궁, 그리고 관념의 붕괴

처음 이 책을 펼쳤을 때 나는, 고등학교 시절 가슴을 뛰게 했던 피터 위어 감독, 러셀 크로우 주연의 영화 마스터 앤 커맨더를 떠올렸다. 19세기 초, 거친 바다 위를 항해하는 선원들의 숨결 같은 이야기인 줄 알았다. 그러나 몇 장을 넘기자, 그것은 남극의 얼음벽을 뚫고 나아가는 아무센의 탐험처럼 변모했다.

그리고 그 다음 장면에서 나는 우주로 던져졌다. 인터스텔라처럼 인류가 처음 발을 디딜 미지의 행성에 도착한 듯했고, 잠시 후에는 기묘한 이야기나 매트릭스 속에서나 볼 법한, 현실 바깥의 괴이한 존재와 맞닥뜨린 인류의 절박한 사투가 기다리고 있었다.

이쯤 되면 하나의 의문이 고개를 든다. 이건 시간 루프 이야기인가? 엣지 오브 투모로우나 소스 코드처럼, 죽음을 반복하며 점점 진실에 가까워지는 구조일까? 그러나 이 모든 비교는 결국 무력해진다. 내가 영화로 익숙하게 소비해 온 장르의 틀은, 이 책 앞에서 의미를 잃는다.

『대전환』(Eversion)은 말 그대로 '뒤집힘'이다. 주인공은 진실에 도달하기 위해 여러 겹의 세계를 지나야 하고, 그 문 하나하나는 시대와 장르를 완벽하게 재현한 작은 우주다. 독자는 매번 그 속임수에 빠지고, 속았다는 사실조차 이야기의 일부가 된다.

마침내 모든 장막이 걷히는 순간, 비로소 깨닫는다. 이것은 SF의 껍데기를 쓴 모험담이 아니라, SF라는 장르의 심장부로 뛰어드는 여정이었다는 것을. 책장을 덮고 나면, 나는 묻지 않을 수 없다.

나의 죽음은 예정된 운명인가, 아니면 내가 만든 선택인가?

아니, 나는 정말 ‘살아 있는’ 존재였는가?

혹은 태어난 적조차 없는, 단지 설계된 패턴일 뿐인가?

평생 깊은 잠을 자지 못한 나에게, 이 책은 여러 번 ‘깨어남’을 강요했다. 때로는 짜증스럽고, 때로는 황홀하다. 꿈과 현실, 가상과 실재의 경계가 흐려지고, 내 안의 오래된 관념이 하나씩 부서진다.

『대전환』은 물리학 박사 학위가 없어도, 오히려 SF에 깊이 발을 들이지 않은 독자일수록 그 매혹을 온전히 맛볼 수 있다. 긴 400여 쪽을 통과한 뒤 남는 것은, 영화가 줄 수 없던 독서의 체험 — 마치 거대한 퍼즐을 맞춘 후, 완성된 그림이 또 다른 세계로 향하는 문이었다는 깨달음이다.

문학 속 SF는 이렇게도 사람을 흔들어 놓을 수 있다. 그리고 그 흔들림은, 앞으로 내가 맞이할 다른 이야기들에 대한 문을 활짝 열어준다.

#독서기록 #대전환 #엘러스테어레이놀즈 #푸른숲 #독서스타그램 #SF소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만찢남의 인생 정식
조광효 지음 / 책깃 / 2025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025준형의독서기록
#14

만찢남의 인생 정식
조광효 지음 (책깃, 2025)

올해 초, 육아로 시간이 턱없이 부족해 넷플릭스를 끊었다. 덕분에 요즘 인기작인 ‘폭삭 속았수다’나 ‘케이팝 데몬 헌터스’ 같은 건 전혀 모른다. 마지막으로 부부가 함께 본 시리즈는 ‘흑백요리사’였는데, 그중에서도 내 눈길을 사로잡은 인물이 바로 ‘만찢남’이었다.

만화방을 운영하며 『철냄비 짱』, 『요리왕 비룡』 등 수많은 요리 만화로 요리를 배우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방송까지 나온 이력부터 흥미로웠다. 엘리트 요리 코스 대신 다양한 길을 걸어왔고, ‘흑백요리사’ 레스토랑 미션에서 방출 규칙이 공개되었을 때 팀을 위해 스스로 하차를 선택하는 장면은 특히 인상 깊었다.

만찢남의 본명은 조광효. 그는 최근 『만찢남의 인생 정식』이라는 책을 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처럼 다양한 분야의 ‘덕질’을 즐기고 요리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이 책은 그야말로 취향 저격이었다.

어릴 적 라면을 맛있게 끓이며 장래희망을 ‘국수 가게 사장’이라 정했던 패기, KFC 알바로 다진 튀김 기술을 군대 취사병으로 이어간 이야기까지—마치 요리사의 운명을 타고난 듯한 여정이 펼쳐진다. 대학 전공인 디자인을 살린 자전거 디자인 경력, 캐나다에서의 주택 보수 경험, 카페 알바, 중고책 사업 등 다양한 경험이 그의 내공이 되었고, 마침내 만화방 운영과 그곳에서 시작한 음식이 대박을 치며 요리 인생이 본격적으로 열린다.

결국 그는 독학으로 중식을 익혀 ‘조광201’이라는 가게를 열었고, 재료 수입이 막히면 직접 만들어내는 집념을 보여준다. 두반장 수입이 끊기자 스스로 제조법을 연구하며 수많은 실험을 거듭한 일화가 대표적이다.

조광효 셰프가 가장 존경하는 인물은 애니메이션 ‘라따뚜이’의 주인공 레미다. “누구나 요리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주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일을 빨리 찾는 비결을 묻자 그는 “의외성을 즐겨보라”고 답했다.

그 말에서 나 역시 평범한 직장인이지만 악기 연주, 독서, 요리, 라멘 탐방 등 좋아하는 일을 틈틈이 즐기는 내 삶이 겹쳐졌다. 직장을 그만둘 용기는 없어 덕업일치를 이루진 못했지만, 인생에서 예상치 못한 즐거움과 어려움을 받아들이며 다음 단계를 고민하는 과정 자체를 즐기고 싶다.

이 책의 매력은 에피소드에만 그치지 않는다. 각 장 말미에 실린 레시피는 요리를 좋아하는 내 마음을 설레게 했다. 똠얌라면, 송화단연두부, 중화풍 간장게장, 달걀만두와 솜땀, 새운완탕, 알라딘커리, 마라샹궈, 치폴레짜파게티, 동파육, 누룽지완탕, 마파두부 등—이 목록만 봐도 하나하나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이 샘솟는다!

#만찢남의인생정식 #조광효 #조광효셰프 #책깃 #창비교육 #독서기록 #독서스타그램 #만찢남 #흑백요리사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유리 빛이 우리를 비추면
사라 피어스 지음, 이경아 옮김 / 밝은세상 / 2025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스위스 알프스 고산지대, 눈보라 속에 숨은 외딴 호텔 ‘르 소메’. 게다가 이 호텔은 과거 요양병원이었던 건물을 리모델링한 장소다. 고립, 설원, 병원—이 세 요소가 주는 분위기만으로도 이미 클래식한 스릴러의 기운이 뿜어져 나온다.
이런 배경 설정은 개인적으로 무척 익숙하다. 어릴 적 탐독하던 소년탐정 김전일 시리즈에서도 자주 등장하던 공식이다. 설원 속의 폐쇄 공간, 끊긴 교통, 한 명씩 사라지는 사람들… 그래서인지 추리소설 애호가들 사이에서 “김전일만 피하면 안 죽는다”는 농담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이처럼 고전적이면서도 묘하게 매력적인 설정은, 여전히 독자들의 긴장감을 자극하고 상상력을 자극한다.
사라 피어스의 데뷔작 《유리 빛이 우리를 비추면》은 그런 점에서 출발부터 강렬했다. 나는 이틀 만에 단숨에 읽었다. 스위스 산속에 고립된 인물들, 눈보라와 끊긴 연락망이라는 설정만으로도 초반부터 책장을 넘기는 속도를 늦출 수 없었다. 그러나 이 작품의 진가는 후반부로 갈수록 드러난다.
주인공 엘린 워너는 단순한 형사가 아니다. 어린 시절 막내 남동생 샘을 잃고, 그 비극적인 기억을 마음 깊이 묻고 살아가는 인물이다. 어머니의 죽음 이후 심리적으로 크게 흔들려 형사 업무에서도 휴직을 낸 상태다. 그런 그녀를 다시 움직이게 만든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이 증오하던 또 다른 남동생 아이작의 약혼식. 축하해주고 싶은 마음보다는 복잡한 감정과 억눌린 기억이 뒤엉켜, 엘린은 본인의 의지라기보다는 뭔가에 이끌리듯 그 호텔로 향하게 된다.
이처럼 엘린은 전통적인 추리소설 속 탐정처럼 냉철하거나 완벽하지 않다. 오히려 불안정하고, 자기 확신이 부족하며, 누구보다 흔들린다. 그래서 더욱 현실적이고, 인간적이다. 그녀는 뛰어난 추리력이나 천재적 직감이 아니라, 스스로와 싸우며 진실에 다가간다. 그런 점에서 이 소설은 '추리소설의 틀을 빌린 심리 스릴러'라고도 볼 수 있다.
많은 리뷰에서 이 소설을 두고 애거서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히치콕의 [싸이코], 스티븐 킹의 [샤이닝]을 언급하며 비교하지만, 나는 사라 피어스의 색깔은 조금 다르다고 느꼈다. 물론 그 작품들이 주는 분위기와 장르적 유산을 떠올릴 수는 있겠지만, 피어스는 인물의 내면을 중심으로 사건을 확장시키는 쪽에 더 집중한다. 과거의 대가들과 비교해 우열을 논하기보다, 지금 이 시대에 걸맞은 감정의 리듬을 따라간다는 인상을 받았다.
다만 아쉬운 점도 있다. 원서에는 본 소설이 ‘엘린 워너 형사 시리즈’의 첫 번째 이야기라는 점이 명시되어 있지만, 국문판에는 그런 정보가 없다. 이로 인해 마지막 에필로그에서 암시되는 장면이 다소 뜬금없게 느껴질 수 있다. 이 부분이 보완된다면, 독자들이 시리즈로서 작품을 더 애정 있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유리 빛이 우리를 비추면》은 단순한 살인사건이 아니라, 한 인간이 상처를 껴안은 채 삶을 다시 걸어가는 이야기다. 그 배경이 눈 덮인 산속이라는 점에서, 엘린이 걷는 눈 위의 발자국은 그녀가 겪어온 삶의 무게처럼 느껴졌다. 꽁꽁 얼어붙은 설원 속에서, 어쩌면 진짜로 ‘유리 빛’ 같은 순간을 찾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이 이야기는 묘한 울림을 줄지도 모르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열어보지 말 것 - 미니어처 왕국 훔쳐보기
쓰네카와 고타로 지음 / 그늘 / 2025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쓰네카와 고타로라는 이름은 이번에 처음 접했다.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책을 펼쳤고, 그 덕분에 더 짜릿한 독서 경험을 하게 됐다. 첫 챕터는 흥미진진한 판타지 이야기처럼 시작되지만, 곧바로 전혀 다른 이야기가 이어지면서 ‘단편집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런데 읽다 보니 전혀 다른 줄 알았던 이야기들 속 인물들이 서로 얽혀 있다는 걸 깨닫게 되었고, 그 순간 소름이 돋았다. 각각의 단편은 따로 노는 듯하면서도 같은 세계관 속에서 정교하게 연결되어 결국 하나의 거대한 이야기로 완성된다. 무서우리만치 치밀한 설계다.

첫 번째 이야기인 「상자 속 왕국」은 전체 이야기에 대한 열쇠다. 폭우가 쏟아지던 날, 엄마가 실종된 그날, 소년 ‘우치노’는 흙더미에 떠밀려온 나무 상자를 줍는다. 그리고 그 안에서 살아 움직이는 미니어처 왕국을 발견한다. 작은 세계 안에는 숲과 마을, 성, 사람들, 심지어 용과 흡혈귀까지 있다. 실제처럼 살아 숨 쉬는, 아주 정교한 또 하나의 세계다.

이 설정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인데, 이후 단편들에 등장하는 소재는 더 놀랍다. 시간을 앞당기는 은시계, 공간 전체가 멈춰버리는 사건, 외형을 바꾸는 AI 로봇, 불사의 약, 제한 시간 동안만 작동하는 초강력 접착제 등. 각각의 요소들이 흥미롭고, 이야기는 수년, 수십 년, 때론 수백 년의 시간을 넘나들며 시원하게 전개된다. 그 속에서 인물들은 도전하고, 성공하고, 또 실패한다.

나는 소설이라는 매체를 좋아한다. 인간의 상상력이 얼마나 무한한지를 느낄 수 있고, 영화처럼 시각적으로 정답을 강요받지 않고 텍스트만으로도 얼마든지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소설에 담긴 설정들은 어릴 적 한 번쯤 상상해봤을 법한 이야기들이다. 하지만 어른이 되어 상상력이 메말라가는 지금, 이런 이야기를 만났다는 것 자체가 신선한 충격이었다. 작가의 기발함과, 단편들을 치밀하게 엮어 긴장감을 유지하는 솜씨는 정말 놀랍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강하게 와닿았던 건 ‘시간’이라는 감각이었다. 하루이틀이 아닌 몇십 년 단위의 서사 속에서 인물들은 언제나 선택의 기로에 선다. 그 선택이 만들어내는 결과와 후회는 오랜 시간에 걸쳐 다가오고, 문득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나는 지금 내 인생의 ‘주인공’처럼 살고 있는가? 결국 중요한 건 지금 이 순간, 내가 하고 있는 일일 것이다.

책 속 한 대사가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다. “조모님께서는 이런 말씀을 자주 해주셨어요. ‘네가 이야기 속 주인공이라는 사실을 항상 잊지 마렴. 분명히 누군가가 지켜보고 있을 테니까. 그런 마음으로 네가 하고 싶은 일을 하렴’이라고요.” 젊음은 언젠가 끝난다. 젊었을 때조차 떠나보지 못했다면, 나이 들어서는 과연 가능할까?

뒤틀린 판타지의 조각들이 퍼즐처럼 맞춰지며 완성되는 이 단편집은 단순한 상상력의 향연을 넘어, 깊은 여운을 남기는 작품이다. 올해 읽은 책들 가운데 단연 가장 추천하고 싶은 소설. 이 이야기를, 당신도 지금 열어보면 좋겠다.

#열어보지말 것 #그늘 #그늘소설책 #쓰네카와고타로 #판타지 #독서기록 #독서스타그램 #책추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지중해의 끝, 파랑
이폴리트 지음, 안의진 옮김 / 바람북스 / 2025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 결혼 무렵부터, 그러니까 10년 전부터 꾸준히 몇몇 단체를 후원해왔다. 그 중 하나가 유엔난민기구(UNHCR)다. 대단한 이유는 아니었다. 누군가 조국을 목숨 걸고 탈출해야 한다면, 그에게는 얼마나 큰 사연이 있을까. 또 도착한 나라가 어떤 곳이냐에 따라 난민 생활은 또 다른 지옥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번에 인생 처음으로 읽은 그래픽노블, 『지중해의 끝, 파랑』. 작가 이폴리트는 탐사 보도 기자이자 일러스트레이터로, SOS 메디테라네(SOS Méditerranée)라는 NGO의 구조선 ‘오션 바이킹호’에 직접 탑승해 난민 구조 현장을 그려냈다. UNHCR과는 별개지만, 바다에서 난민을 구조하는 이 단체의 활동은 내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지중해는 그리스 산토리니, 이탈리아 해변, 프랑스 니스와 칸, 스페인의 바르셀로나와 이비자 같은 낭만적인 이미지다. 하지만 동시에 이 바다는 내전과 탄압을 피해 탈출한 난민들의 무덤이기도 하다. 책에 등장하는 난민들은 콩고, 말리, 카메룬 등지에서 리비아까지 도착한 후, 수백 명이 조악한 배에 올라 지중해를 건넌다. 그리고 많은 경우, 그 항해는 비극으로 끝난다.

작가는 구조 활동을 생생하게 묘사한다. 난민뿐 아니라 구조자들도 과로, 정치적 압력, 악천후 속에서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무엇보다 비참한 현실과 마주한 감정적 스트레스는 상상 이상이다. 나는 이런 일을 결코 감탄만으로 바라볼 수 없었다.

후반부, 실제 난민선 구조 장면은 이 책의 클라이맥스다. 작가가 직접 아기들을 손으로 받아내며 구조하는 장면은 읽는 나에게도 큰 울림을 주었다.

“내 손은 아기 바구니가, 내 팔은 요람이 된다... 한 손으로 아기를 감싸안고, 다른 손으로 갓 넘어온 아기를 붙잡는다.”

이틀간 조난선 4척에서 423명을 구조한 후, 항구에 도착해 난민들이 물건처럼 분류되고 옮겨지는 장면에 대한 작가의 독백도 깊은 여운을 남긴다.

“계속 버티려면 회복력이 필요하다. 구조자들에게는 있고, 내게는 바닥난 것. 피로, 분노, 혐오. 우리가 사람들을 이렇게 맞이한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이 책을 통해 아름다운 지중해의 또 다른 얼굴을 마주하게 되었고, 지금 후원하는 UNHCR을 지속해야겠다는 다짐도 들었다. 나아가 SOS 메디테라네에도 직접 기부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품의 마지막에 나오는 구조자의 한마디는 이 책의 메시지를 압축한다.

“우리 모두 만회하고 싶은 게 있어요. 구하고 싶은 것. 내 경우엔 아들인 것 같아요. 내가 괜찮은 사람이라는 걸, 아들에게 보여주고 싶어요.”

나는 아들에게 어떤 아빠로 기억되고 싶은가? 거창한 희생이나 숭고한 직업정신은 없더라도, 적어도 이기적이고 돈만 좇는 삶은 살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한다. 2025년 가장 인상 깊게 읽은 책 중 하나였다.

#지중해의끝파랑 #이폴리트 #바람북스 #그래픽노블 #SOS메디테라네 #독서기록 #독서스타그램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