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학자의 세상 보는 눈 - 가뿐하게 읽는 교양 공학
유만선 지음 / 시공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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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학과 과학의 사전적 의미에 대해 다시 한번 검색해 보았다. 우리가 공학 분야를 접하는 아주 현실적인 시점이 바로 입시를 앞에 두었을 때일 것이다. 공대를 지망하고자 할 경우에 전자, 전기, 신소재, 기계, 항공, 토목, 컴퓨터 등 여러 분야 중 특정 학과를 선택하게 된다. 자신이 선택한 학과에서 제대로 공학의 본질을 접하게 되고, 실생활에 이로운 무언가를 구현하면서 공학자로서의 인생을 걷게 된다. 공학의 체계화된 발전 덕분에 우리는 역사적으로 진보라는 단계를 걷게 된 것이다. 가까이는 실생활에 사용하는 작은 소품부터 거대한 기술에 이르기까지 이 모든 것은 공학의 힘이 없었다면 이뤄낼 수 없는 결과물일 것이다. 과학적 이론의 한계를 뛰어넘어 공학은 인류가 이뤄온 눈부신 성장과 진보에 큰 축이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저자 유만선 연구관은 국립과천과학관에서 몸담고 있다. 기계공학을 전공했고 4대 역학 (정역학, 동역학, 유체역학, 열역학 ) 을 일상의 이벤트와 엮어서 재미있게 풀어주기 위해 책을 펴냈다고 한다.

우리의 세계관을 바뀌는 것은 과학이지만 우리의 삶을 오롯이 바꾸는 것은 기술이라는 이정모 관장님의 추천사 중 이 문장은 공학의 효용성을 가장 잘 표현한 것 같다. 이 책은 과학자와 공학자의 차이를 크게 의식하지 않고 살아왔던 인식의 축을 바꿔주고 있다. 거대한 발견과 우주 등 인간이 모르던 미지의 세계를 알고자 지적 확장을 해나가는 것은 과학자이고, 이미 발견된 것을 통해 인간에게 이로운 무언가를 개발하고 만들어내는 것은 공학자의 역할임을 분명하게 알 수 있다.

공학자로서 자신의 경험과 실행을 통한 에피소드를 기반으로 물리학적 지식이 풍부하게 들어있어 친근하게 읽을 수 있다. 어쩌면 이 책의 매력은 일반인들이 사전 지식 없이 쉽게 읽을 수 있는 대중 교양서이고, 저자의 바램처럼 독자로서 공학의 매력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는 점이다. 멈춰 있는 것- 정역학, 움직이는 것- 동역학, 흐르는 것- 유체역학, 뜨거운 것- 열역학, 이렇게 4대 역학 범주를 쉽고 재미있게 소개한다.

공사현장에서 보이는 타워크레인뿐만 아니라 강을 가로지는 철골구조물 다리를 지나면서도 위태로운 모습에 마음을 졸였던 경험이 있다. 이런 큰 무게를 견디는 구조물을 설계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이 물체에 가해지는 힘의 분산에 대한 정확한 분석이라고 한다. 왜 삼각형 단위로 서로 연결된 형태가 많은 지 궁금했었는데 '트러스 구조'로 연결점들로 쉽게 힘을 분산시킬 수 있고, 회전력이 생겼을 때 변형이 없다는 장점이 있었다. 공학자들은 어떤 물체를 설계할 때 기능적으로 충분히 튼튼하면서도 가급적 재료비를 적게 써야 하는 '적은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내는' 경제학적 면까지 고려해야 하는 애로 사항이 있었다. 경제적 자유로움이 어느 정도 보장된다면 공학자들의 기술적 발전은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도 든다. 구조역학이나 힘의 평형, 마찰, 치약 튜브나 주사기에 작용하는 파스칼의 법칙, 강화 유리에 있는 압축 잔류응력 등을 통해 정역학에 대한 설명이 쉽게 되어있다.

기후 변화와 코로나로 인해 친환경에 대한 관심이 엄청 높아졌다. 자전거, 전기자동차, 풍력발전기는 친환경의 대표주자이기도 하다. 내연기관차인 자동차의 종말 시대가 온 것이다. 과거에는 전기모터가 낼 수 있는 힘이 내연기관 엔진에 비해 작은 편이라 쓰임이 제한적이었지만 지속적인 성능 개발로 효율이 향상되어 이제는 내연기관 엔진을 대처하게 되었다. 저자는 전기 문명 시대에 잊지 말아야 할 지점을 지적한다. 깨끗한 에너지 전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여전히 많은 경우 화석연료의 연소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전기에너지의 깨끗함만 볼 것이 아니라 그 이면을 보고, 전기가 진정 깨끗한 에너지가 되기 위해서 새로운 에너지원을 찾아야 한다. 공학자들은 기후변화로 몸살을 앓고 있는 지구와 인류를 위해 지금도 열기관에서 발전기로의 연결고리를 끊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축과 바퀴, 어떤 공간상에서 움직일 수 있는 정도를 가리키는 자유도, 세탁기나 항공기 엔진과 같이 고속 회전하는 기계장치에서의 진동, 자동제어 장치가 들어간 전기장판, 동력전달장치가 달인 자전거 체인을 사례로 들어 동력에 관한 설명도 쉽게 되어있다.

 

 

 

 

 

멈춰있는 유체를 움직이려면 에너지가 필요하다. 날개 없는 선풍기로 히트를 친 다이슨의 감쪽같은 원리는 흥미로웠다. 항공기 엔진, 부력, 항력 등 유체역학이 활용되는 다양한 정보를 읽다 보면 공학자들의 역할과 노력에 새삼 고마움을 느끼게 된다. 우리는 사회가 항상 질서 있고, 예측 가능한 형태로 흘러가는 것만이 이상적이라 여긴다. 하지만 어느 정도 무질서함을 용인하는 마음도 우리 사회구성원들이 갖기를 바라는 저자의 철학도 엿보인다.

일상적인 물질 가운데 열전도도가 가장 낮은 물질이 공기다. 최근에 만들어진 에어로겔이라는 인공물질은 공기처럼 가벼운 물체로 미래의 신소재로 각광받고 있다. 놀랍게도 최근 플라스틱 쓰레기로도 에어로겔을 만들 수 있다고 한다. 버려진 페트병에서 미세 섬유를 뽑아낸 뒤 실리카 소재를 코팅해 에어로겔을 만들 수 있다고 하니 버려진 폐기물을 재활용해 지속적으로 에어로겔을 만들어 환경 문제까지 해결해나갈 수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에어컨이나 보일러의 냉난방 장치, 연소, 대류 열전달과 같이 열역학 분야도 실생활에 폭넓게 응용되고 있다.

저자는 학부 시절에 공학 수업에서 다뤄진 이론과 공식들이 기계장치들을 이해하는 기회가 되기도 하고, 세상 속 많은 공학 문제가 지식을 통해 해결될 때 희열을 느꼈다고 한다. 우리는 학창 시절 배운 지식이 실생활에서 유효한지에 대한 의문을 많이 품는다. 하지만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정확하다. 그 시절의 기초과학이나 학문은 세상을 살아가는 데 분명 다른 시선으로 사물을 접하는 기본 밑천임은 자명한 것 같다. 구슬이 있어도 꿰어야 보배가 되듯 지식적으로 실험적으로 증명된 많은 이론들을 이용해서 인간에게 유용한 제품으로 만들어 준 공학자들이야말로 우리 삶의 가치를 풍요롭게 해주는 멋쟁이들이다.

* 서평단으로 참여하여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 지원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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