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을 보고서 느끼는 감상도 많지만, 그것을 통해 인생을 고찰하는 책이었다. 웃고 즐기기 위해 별 생각 없이 보는 예능 속에는 내가 생각지 못한 것들이 많았다. 특히, 한 번쯤 생각해보기는 했지만, 남자 연예인 중심의 프로그램들이 거의 주를 이룬 다는 것과 예능에서 여자 연예인은 게스트나 서브 MC로서 존재 한다는 것은 아쉬운 현실이다. 예능을 사랑하는 작가님이기에 촌철살인과 같은 많은 일침들도 애정어린 답변 같았다.
책을 보면서 나는 예능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했었는지 돌아보게 됐다. 나는 지나치게 재밌는 예능을 잘 못보는 편이다. ‘무한도전’이 그 중 하나다. 여러 감동적은 프로젝트들도 많이 했지만, 무도가 가진 기본 설정은 각자 캐릭터가 정해져 있고 실제 같은 상황극들이 주를 이룬다. 이런 상황극들이 사실 보기가 쉽지 않았다. 한 사람을 걸고 넘어져서 모두가 괴롭히듯이 보이는 그림들. 한 사람을 희생시켜서 모두가 재밌으려고 하는 듯 했다. ‘아무렴 어때? 많은 대부분의 사람이 재밌는데.’ 근데 웃고 있다보면 나도 그 괴롭힘에 한 몫 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잘 안 봤다.
그에 반해서 언니들의 슬램덩크 시즌 1은 참 재밌게 봤다. 프로그램은 마치 ‘남자의 자격-여성편’ 같았다. 각 출연자가 이루고 싶었던 꿈을 모두가 함께 시도해 보는 컨셉. 이 프로그램이 편했던 것은 처음에는 잘 모르던 사이였지만, 프로그램을 하면서 서로 진정한 우정을 나누는 관계가 되어가고, 존중과 배려, 격려의 태도를 보여줘서였다. 그러나 시즌2 까지만 하고 말았다. 언제 다시 할지 모르겠다. 이런 편안한 예능은 예능이 아니라 다큐일까. 예능이려면 상대의 외모비하나 자기비하, 특정 인물 희화화, 어설픈 정치 얘기 등, 누군가에게 상처를 내는 식이어야 하려나.
아무튼, ‘아무튼, 예능’은 편하게 방송프로그램들을 떠올리며, 작가의 삶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의 삶을 자연스레 대입해보게 되었다. 편하게 접하고 재밌게 읽지만, 고민하게 되면서 마음이 편치 않은 그런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