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go! 담쟁이 문고
이병승 지음 / 실천문학사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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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다 읽은 후에는 문화 경제 정치 교육 사회 종교 등의 전반에 걸친 지배적 기득권에 대한 지금 나의 인식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다. 나는 현 체제에 순응하는 사람인가 아니면 반항하는 사람인가. 그것도 아니면 주인공처럼 반항하고 싶지만 결국은 순응하려던 사람인가. 생각해보면 그리 당당하게 세상에 엿을 날리는 사람은 아니다. 하지만 늘 엿을 날리기를 꿈꾸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결국은 그런 지점들을 누구나 갖고 있기 때문에 작가의 신작은 매끄럽게 부담 없이 읽힐 것이라 생각된다. 이 소설은 결코 무거운 소설은 아니다. 오히려 세계가 안고 있는 비극을 유쾌한 이야기로 풀어나가고 있다. 그런데 또 한편으로는 결코 가볍지 않다. 그것은 아마도 죽음이 이야기 깊은 곳에 깔려 있는 까닭일 것이다. 현실에서는 누군가의 죽음이 무엇을 변화시킬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정말 아무런 변화도 불러오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작가의 신작 『달리GO!』를 읽으면서 들었던 생각은 그렇게 단순한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소설을 다 읽고서 드는 생각은 결국 한 가지로 모인다는 착각을 하게 되었다. 아무리 세상이 이상하게 굴러가도 꿈과 희망이 있는 이상에야 버틸 수 있는 것이라는 착각이었다. 그런데 이것을 단지 착각이라고만 생각한다는 것이 조금은 슬픈 일은 아닐까 싶다. 그것은 결코 착각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소설 속 인물들처럼 살아가는 이들은 무수히 많다. 다만 그들의 삶을 우리 스스로가 외면하고 있는 것인 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리고 또 한편으로는 스스로의 꿈을 우리는 외면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묻게 된다. 이병승 작가의 신작 『달리GO!』는 그런 묘한 매력을 갖고 있다. 게다가 너무나 전형적인 공간 속에서, 이제는 누구도 신경 쓰지 않는(정확히는 신경 쓰고 싶지 않는) 상황들 속에서, 주변에 한 명씩은 있을법한 인물들의 속사정이 하나 둘 씩 풀어져나가는 것이 결코 식상하지 않다. 근래에 성장소설 혹은 청소년문학이라는 것이 홍수처럼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달리GO!』가 갖는 차별은 그런 지점이 아닌가 생각된다. 너무 현실적이어서 오히려 소설적으로 내비치는 지점을 소설의 시작부터 끝까지 끈질기게 붙잡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조금은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이야기가 풀어지는 과정은 식상하지 않다 느껴졌지만 그 인물들은 어딘가 전형적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던 까닭이다. 하지만 오히려 어딘가 전형적이어서 익숙한, 그래서 낯설지 않은 인물들 때문에 이 소설이 더 재밌게 읽힌 것은 아닐까 싶다. 당장 우리 주변에서 찾을 수 있는 인물들이 우리를 대신해서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것이 썩 후련한 까닭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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