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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드위치 위기론은 허구다 - 조직론으로 본 한국 자본주의의 본질적 위기와 그 해법 우석훈 한국경제대안 4
우석훈.박권일 지음 / 개마고원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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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이 책을 알게 된 것은 강준만의 '각개약진' 공화국에서였다.  '암묵지'개념을 설명하면서 참고서적으로 언급한 것이다. 이 책에서는 조직의 건강하고 지속적인 운영을 위해 '암묵지' 의 체계화를 주문하고 있다. 이 밖에도 이 책에서 논의하고 있는 것은 상당히 많다. 전체적인 내용은 기업과 사회의 '조직론'으로 정리할 수 있겠지만, 이를 논하기 위해 사용하는 개념과 사례, 틀 들이 상당히 복잡하고 방대하다.  

  특히 초반부의 이론적인 내용과 개념들은 이 분야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이 따라가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나도 마찬가지여서 중반까지 읽는데 좀 고생을 했다. 저자의 문장 또한 짧고 간결하기 보다는 길고 복잡한 편이다. 하지만, 중반부터는 사례나 현실 기업에 대한 논의들이 나오기 때문에 읽기가 한결 수월해 진다. 

  지금 나의 지식수준으로 이 책의 많은 내용을 취합, 정리하기는 불가능하다. 크게 2가지 주제만 정리하여 이 책에 대한 이미지를 잡아 놓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첫째는 '암묵지'개념이고, 둘째는 '기업의 사회적 신뢰'이다. 

1. 암묵지 

  맑스가 '...'이라고 불렀고 요즘은 f(.)라고 부르는 생산과정 한가우데에서 발생하는 현상 중 가장 신비로운 내용은 아마도 폴라니에 의해서 제기된 '암묵지'라고 할 수 있다. 폴라니의 얘기는 우리가 보통 지식이라고 부르는 '형식지'에 비해서 '문자로 전환할 수 없는' 매우 특수한 종류의 지식이라는 것이 존재한다는 것인데, 이 내용이 경제학으로 들어오면서 '체화지식'이라는 개념과 '숙련도'라는 변수와 관련되어 전개된다. 

  이 암묵지를 쉽게 표현하면, 하는 사람에 따라서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늘 하던 사람이 하지 않으면 못하는 일이 세상에는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하고, 이 신비로운 일이 '...'내에서 벌어진다고 이해하면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생산공정을 비롯한 일련의 생산과정에는 단순한 노하우를 뛰어넘는 매우 특별한 종류의 지식들이 개입하게 되는데, 이 건 문자로 전환할 수 없기 때문에 표준화하거나 기록되는 종류의 지식이 아니다. 이런 암묵지의 부족 때문에 생산공정이 아무 곳으로나 이전 할 수 없는 것이다. 

                                                                                                      -p. 175~176 

  반도체 공정의 경우에는 공조라고 부르는 공기조절장치와 제품 불량품 간에 직접적인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는데, 황사가 심할 때에는 2~3일씩 아예 공장 가동을 정지하는 편이 더 유리하기도 하다. 이런 공조장치에서 미세한 청정 조건을 달성하는 것도 자동화된 설비만으로는 어렵고, 사람이 직접 개입해서 미세한 조정을 해주어야 한다.                                      -p. 177 

  실제로 순진한 고급간부들이 내릴 수 있는 가장 안이한 결론은, 업무 표준화를 높이고, 구성원들 사이의 상호 대체 가능성을 높이고 이런 방식을 통해서 절대로 누구에게도 권한이 집중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폴라니의 암묵지에 대한 지적은 이렇게 '극단적인 표준화 방식'을 채택하면 결국 조직은 바보가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업은 생산활동을 잘 해서 최상의 상품을 만들어 이윤을 발생시키기 위해 생겨난 조직이지, 갈등을 줄이는 것을 최선의 목적으로 하는 동창회 같은 사교집단이 결코 아니다.                                                                  -p. 180  

 

2. 기업의 사회적 신뢰 : 삼성 

  세계적으로 신자유주의가 강해진다고는 하지만, 많은 다국적기업들은 자신의 모국 혹은 자신이 본부를 두고 있는 지역과 더 좋은 관계를 맺으려고 노력하는 중이며, 이런 사회와의 신뢰 자체를 일종의 기업 외부의 자산으로 인식한다. '영속성'이라는 관점에서는 기업의 모태가 되는 사회와의 신뢰는 중요한 자산이 아닐 수 없다.                                                    -p. 258 

  환경, 인권, 품질 혹은 투명성처럼 비교적 최근에 등장한 경영 용어들은 기업과 사회의 약속이 점차적으로 자산과 같이 작동하게 되는 경향을 잘 보여주고 있다. 점차적으로 한국도 선진국과 유사하게 기업의 장기적인 사회 기여도에 따라서 기업에 대한 사회적 관계가 형성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다. 현재와 같이 "크면 사랑해!"라는 기형적인 상태가 계속 유지되기는 어럽다. 

  '좋아하는 것'과 '두려워하는 것'은 분명히 다른 일이다. 한국 사람들은 삼성을 어느 정도로 좋아할까? 물론 '최고'라느 브랜드를 좋아하는 일부 소비자들이 광적으로 삼성이라는 브랜드를 좋아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솔직히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삼성은 신뢰보다는 공포의 대상에 가깝다. 대통령 선거 때마다 등장하는 삼성비서실이 국정원보다 유능하다는 말이나 삼성의 눈 밖에 났다가는 회사든 신문이든 혹은 잡지사든 문을 닫게 될 것이라는 말을 의심하는 사람이 별로 없는 것은 좋은 현상이 아니다. 심지어 '삼성공화국'이라는 말이 공공연히 공식 용어처럼 사용되는데, 이런 것들도 장기적으로 좋은 것은 아니다.  

                                                                                                    -p.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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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개약진 공화국 - 대한민국, 그 치열하고 전투적인 생존경쟁의 비밀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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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개약진'이라는 제목이 눈에 잘 들어온다.   이 책은 저자가 2005년부터 2008년까지 신문, 잡지에 기고한 글들을 모은 것이다. 따라서 전체적으로 큰 구성과 체계를 갖고 있지 않다. 주로 신문에 기고한 칼럼이 대다수라서, 보통 3~4쪽 정도 길이의 글들이 대부분이고, 논의의 수준도 그렇게 깊지는 않다. 가끔 잡지나 신문칼럼을 다시 다듬고 종합한 장문의 글들에서 이러한 부분을 보충할 수 있었다. 따라서 '각개약진'이라는 제목도 어느정도 편의상 붙인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저자의 글들이 현 한국사회와 한국인의 문제를 논한 것으로 볼 때 한국사회와 한국인의 큰 특징 중 하나를 대변하는 데는 적절한 용어라고 생각한다. 

  저자가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주제는 크게 몇 가지로 요약된다.  그것은 진보의 자기성찰, 지역균형발전, 정치중독, 학벌사회 이렇게 총 4가지다. 

  먼저, 진보의 자기성찰은 나 자신을 성찰하는데도 큰 도움이 되었다. 구체적인 사회적 의제에 무관심하고 실천에 게으른 진보의 허영심과 명분론을 비판하는데, 저자는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며 설득력있게 비판하고 있다.  

  둘째로, 지역균형발전의 이야기다. 그동안 지역발전의 문제는 항상 서울에서 활동하는 해당 지역의 국회의원과 지역출신 엘리트들이 해결해야하는 것으로 생각되어 왔다. 저자는 이에 반대하고 지역의 문제를 지역민 스스로 해결할 역량을 키우자고 역설한다. 이를 위해 먼저 지역언론의 건전한 육성을 이야기하고, 제도적으로 지역의 예산문제가 중앙에 종속되는 것을 바꾸자고 주장한다. 어찌보면 당연한 이야기인데, 우리는 반대로 지역의 문제와 발전을 항상 중앙 즉, 서울에 의존했다는 것이다. 

   

  문제의 핵심은 중앙정부의 인사와 예산이다. 이 것에 대해 지역을 초월한 투명성, 공정성을 보장하는 제도적 장치를 만들지 못하면 아무리 영호남 세력이 균형있게 동거를 하는 정당을 세운다 해도 분열로 깨지게 되어 있다.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우리 고향 사람, 세력이 중앙에서 힘을 써야 지역발전에 유리하다"는 법칙을 깨는 게 진정한 진보다. 

                                                                                              p.251~252 

  

  셋째로, 한국인의 균형잡히지 못한 정치의식을 꼬집는 '정치중독'에 관한 이야기이다. 2004년 열린우리당의 선거 압승이 결코 정치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저자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이 책에서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우리사회에 만연한 정치혐오증과 바람정치에 유권자들의 책임도 분명히 있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물론, 정치인들이 잘한다는 것은 아니다. 선거 한번으로 우리 삶과 인생이 뒤바뀔 것처럼 드라마틱한 것을 꿈꾸는 유권자들의 의식이 정당의 건전한 성장과 국회의원의 자기성찰을 방해한다는 것이다. 

  

  추상적인 정치담론보다는 대중의 일상적 삶에서 정치가 어떻게 이용되고 소비되는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놀라울 정도로 이중적이다. 평소 정치에 침을 뱉다가도 누군가의 부탁 전화 한 통을 받고 특정 정당 당원이 되는 일이 매우 자연스럽게 일어난다. 

                                                                                              p.100 

  마지막으로 학벌사회에 대한 저자의 생각이다. 저자는 sky가 사회요직의 60~100%를 장악하는 것을 문제 삼는다. 그가 보기에 sky는 진정 실력으로 엘리트층을 형성하지 않기 때문에 사회발전에 해를 끼친다고 본다. 실력이 아닌, 한해 1만5천명의 졸업생을 배출하는 이른바 '인해전술'로 마피아적인 학연고리를 형성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아이비리그에서 한해 졸업생이 1만명밖에 안되는 현실에 비하면 정말로 인해전술이다. 게다가 아이비리그는 sky이처럼 3개 대학이 아닌 8개 대학이다. 만약 현 sky가 입학생수를 과감하게 줄여 철저히 실력에 의한 엘리트주의를 지향한다면 학벌에 의한 폐해가 많이 줄어들 것이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내가 보기엔 여러가지 타당성 검토를반드시 해야되지만, 논지 자체는 당히 현실성있는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전에 서울대 정운찬 총장이 서울대 입학생 축소론을 주장했던 실례가 있는 것도 설득력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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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런 책을 읽어 왔다 - 다치바나 식 독서론, 독서술, 서재론
다치바나 다카시 지음, 이언숙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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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런 책을 읽어 왔다, 다치바나 다카시, 청어람미디어

 

  나는 책을 굉장히 꼼꼼히 보는 편이다. 이런 습관에는 나름대로 그 원인이 있다. 그 원인은 뜻밖에도 글쓰기에 있었다. 언제부터인가 잘 쓴 글을 보면 나도 그렇게 쓰고 싶다는 욕망이 불타올랐고, 그 것을 이루기 위해 나는 한 가지 수단을 생각해냈다. 그 것은 다름 아니라 잘 쓴 글을 최대한 꼼꼼히 천천히 읽어 나의 표현으로 만들자는 것이었다. 아마도 이 때부터였던 것 같다. 글을 읽을 때 내용과 의미보다는 그 표현에 더 집중하게 된 것이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나의 작문 실력이 좋아진 것은 결코 아니다. 나는 이러한 습관을 만들었을 뿐, 따로 글쓰기를 열심히 하지는 않았다. 어리석은 허영심이었다.

  게다가 더 안 좋았던 것은 이 새로운 독서방법에 대해 그 후 냉철하게 평가하고, 되돌아보지 않았던 것이다. 분명히 이 방법은 내용 이해에 있어 큰 방해가 되었음에도 나는 맹목적인 환상에 젖어 이 방법을 계속 고수했다. 특히 대학에 들어와서 많은 전공서적과 고전, 교양서들을 읽을 때 이러한 비효율적인 독서방법 때문에 손해를 많이 본 듯하다. 눈 앞에 보이는 현실과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는 방만함이 독서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던 것이다.

  이러던 차에 최근에 속독에 관한 책을 읽은 것을 계기로, 나의 독서방법에 문제를 느껴 관련된 책을 찾던 중에 좋은 책을 발견하게 되어 이렇게 글을 쓰게 되었다. 먼저, 이 책은 자신을 ‘스페셜리스트’보다는 ‘제너럴리스트’로 묘사하는 작가답게 다방면에 걸친 저자의 식견이 돋보인다. 처음에 약력과 작품에서 ‘일본공산당 연구’를 썼다고 해서 눈에 띄었는데, 그 외의 작품들이 인문계뿐만 아니라, 과학계열까지도 아우르고 있어 언뜻 보기에도 ‘다독가’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사람은 우선 다독가이다. 엄청난 양의 책을 사고, 읽어치우는 독서계의 ‘식신’이라고나 할까? 하지만, 이 사람이 다독을 하는 이유는 역설적으로 ‘질’을 위해서다. 즉, 양질의 정보와 책을 접하기 위해서는 우선 그 후보군들을 가능한 많이 접해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양서를 고르는 안목과 감이 생기고, 그 것을 바탕으로 폭넓은 독서와 자유로운 사고를 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먼저 새로운 분야에 대해 공부를 시작할 때 입문서를 고르는 법에 대한 저자의 설명을 보자.

   

  이런 교과서적인 입문서를 세 권 정도 골라 구입하는 것이 좋다. 이때 주의해야 할 점은 경향이 서로 다른 책을 구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사회과학 계통의 분야에서는 같은 문제를 다루더라도 저자의 입장에 따라 정반대의 내용이 기술된 책이 많기 때문이다. 경제학 분야에서는 맑스 경제학을 연구하는 학자가 기술하였는지, 근대 경제학을 연구하는 학자가 기술하였는지에 따라 전혀 다른 경제학의 세계를 경험하게 된다. -p. 71

 

  다음은 그렇게 고른 입문서들을 읽는 방법에 대한 설명이다.

 

  정독할 필요는 없다. 메모는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처음부터 너무 의욕이 앞서게 되면 분명 도중에 좌절하고 만다. 메모를 하면서 정독을 하면, 두 시간이면 읽을 수 있는 책도 이틀씩 걸릴 수 있다. 입문서 한 권을 정독하기 보다는 입문서 다섯 권을 가볍게 읽어치우는 편이 낫다. 메모를 하지 않아도 중요한 부분은 대부분 다른 책에서도 반복하여 언급하고 있어서 자연스럽게 머리 속으로 들어온다. 메모를 하는 대신 밑줄을 치거나 표시를 해두는 방법이 더 좋다. -p.76

 

  다음은 저자의 독서법 14가지 중에 나에게 절실하게 다가웠던 항목을 발췌했다. 

 

 2. 하나의 테마에 대해 책 한 권으로 다 알려고 하지 말고, 반드시 비슷한 관련서를 몇 권이든 찾아 읽어라. 관련서들을 읽고 나야 비로소 그 책의 장점을 확실하게 알 수 있다. 또한 이 과정을 통해 그 테마와 관련된 탄탄한 밑그림을 그릴 수 있을 것이다.

 4. 자신의 수준에 맞지 않는 책은 무리해서 읽지 마라. 수준이 너무 낮은 책이든, 너무 높은 책이든 그 것을 읽는 것은 시간 낭비이다. 시간은 금이라고 생각하고 아무리 비싸게 주고 산 책이라도 읽다가 중단하는 것이 좋다.

 6. 속독법을 몸에 익혀라. 가능한 한 짧은 시간 안에 가능한 한 많은 자료를 섭렵하기 위해서는 속독법밖에 없다. -p. 81~82

 

 다음은 속독에 관한 저자의 생각이다.

 

  먼저, 본질적으로 시간 보내기용으로 만들어져서 취미 성향이 강한 내용을 기본으로 한 책은 본래 속독이 불가능하며, 속독으로 읽었다고 하더라도 별다른 의미가 없게 된다. 예를 들어 미스터리 소설을 읽는데 먼저 마지막 장면을 읽고 진짜 범인이 누구인지를 알아 버린 다음에 읽으면 어느 정도 속독이 가능하겠지만, 그렇게 읽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 p. 220

  중요한 것은 책을 읽을 때 단어가 표현하는 그대로 문장을 읽거나 문장이 표현하는 그대로 책 전체를 읽으려 하지 말고, 책 전체의 구조가 어떻게 이루어져 있는지 그 흐름을 먼저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선, 장 단위로 전체의 흐름을 파악한 뒤 절 단위로 좀더 세세한 흐름을 파악해 간다. 이런 과정을 속독처럼 하고 싶다면, 문장 하나하나를 읽지 말고, 단락 단위로 단락의 첫 문장만 차례차례 읽는 것이다. 300쪽의 책이라도 15분이면 충분히 읽을 수 있다.

  물론 이것만으로 책을 읽었다고 할 수 없으며 책장을 넘기면서 대충 한 번 훑어본 것과 똑같기는 하지만, 이 것만으로도 그 책의 흐름을 어느 정도는 파악한 셈이다. 중요한 것은, 처음부터 끝까지 한 쪽의 모든 쪽을 우선 대충이라도 한 번 훑어본다는 것이다.

                                                                                                  -p.224~225

  대략적인 책의 흐름을 파악했으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다. 이 단계에서 그저 그런 책으로 파악되었다면(혹은 지금 자신에게는 그 책이 벅차게 느껴질 정도로 어렵다는 것을 알았거나 저자와 생각이 전혀 맞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면) 처음으로 돌아갈 필요 없이 더 이상 그 책을 읽지 앟는 것이 좋다. 책을 많이 읽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읽을 필요가 없는 책은 되도록 빨리 가려내어, 읽지 않기로 마음을 정했다면 단호하게 멈추는 것이다.

  좀 더 그 책을 자세히 읽어 보고 싶다면, 처음으로 돌아가 다시 한 번 단락을 단위로 좀 더 세밀하게 읽어 보는 것이다. 어느 정도로 세세하게 읽을 것인가는 자신의 필요에 따라 혹은 자기 좋을 대로 적당하게 정한다. 내 경우에는 자연스럽게 눈이 머무는 것만을 읽고 지나간다. 
   

  이런 방법을 스스로 시도해 보면, 전체의 흐름과 키워드를 파악하는 것만으로 그처럼 빨리 책을 읽을 수 있다는 사실에 감탄할 것이다. 물론 이 단계에서도 아주 세세하지는 않게, 단락 단위로 키워드가 나타나는 부분을 중심으로 읽는 정도로만 하고, 더욱 세세한 것은 세 번째에 다시 읽는 방법도 있다. 정해진 규칙은 없다. 임기응변으로 하는 방법이지만, 읽기 어려운 책을 전부 읽어 보겠다고 몇 번이고 도전했다가 도중에 그만두는 것보다는 몇 번이고 가볍게, 대략적으로나마 반복해서 읽는 방법이 결국은 그 책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즉, 세부적인 사항을 먼저 읽고 나서 전체적으로 읽는 일반적인 책 읽기 순서와 정반대로, 대략적인 ‘파악’에서 출발하여 조금씩 세세한 것을 파악해 가는 이 방법은 책 읽기 방법 그 자체를 바꾸어 버리는 셈이다.

                                                                                                    - p. 226~228

 

  속독에 대한 저자의 생각에서 알 수 있듯이 그는 ‘전략적인 독서’를 강조하고 있다. 이를
‘음악적 책 읽기’와 ‘회화적 책 읽기’라는 개념을 들어 이렇게 정리하고 있다.

 

  먼저 그 책의 전체상을 파악한다. 머리말과 맺음말을 확실하게 읽고, 목차를 구조적으로 정확히 파악한 다음 책을 대충 넘기며 훑어본다면(적은 표제의 흐름을 어느 정도 파악한다면), 개략적인 전체상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서 그 책이 처음부터 음악적 책 읽기에 알맞는 책으로 판단되어 음악적으로 읽을 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라면 그렇게 읽는 것이 좋다. 그러나 그 책이 그런 범주의 책이 아니라는 판단이 선다면, ‘전체적으로는 회화적 책 읽기, 부분적으로는 음악적 책 읽기’라는 새로운 구조로 바꾸어 보는 것이 필요하다.

                                                                                                    -p. 230

  ‘전부, 처음부터 차분히 읽는’ 방식은 절대 시도할 필요가 없는 무모한 짓이다. 그런 무모한 방식으로 책을 읽으면, 꼭 읽어야 할 책을 만나 보지도 못한 채 일생을 마치게 될 것이 분명하다. 천천히 시간을 들여 읽을 만한 진정한 가치가 있는 책을 만날 때까지 회화적 책 읽기 방식의 속독을 통해 선별을 거듭해 가야 한다. ‘차분히 읽을’ 가치가 없는 책까지 시간을 들여 읽는다는 것은 시간과 뇌의 수용 능력을 헛되이 낭비하는 일일 뿐이다.
                                                                                                     -p. 231

  결국 책을 읽는 데 가장 중요한 점은 그 책이 지금 나에게 어떤 책 읽기 방법을 요구하고 있는지 재빠르게 판단하여, 적절한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다. 그리고 단어 하나하나, 문장 하나하나를 보며 전체를 읽어야 하는 책이 의외로 적다는 사실을 깨닫고, ‘맛을 음미하며 즐기듯 찬찬히 읽는다’, ‘논리를 정확하게 파악해 가며 정독한다’, ‘필요한 부분, 궁금한 점만을 찾아 읽는다’, ‘대충 책장을 넘기며 훑어보다가 눈이 머문 곳만을 읽는다’, ‘키워드 중심으로 정보만 읽는다’ 등 자신의 책 읽기 방법에 몇 가지 변화를 주면서 그 책에 맞는 책 읽기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다.

                                                                                                      -p. 237

 

  저자의 이러한 독서법은 이 책의 핵심이라 할 만하다. ‘최강 속독법’에서 소개한 3단계 독서법이 이와 유사한데, 나는 이 방법을 적용하여 이 책을 읽었다. 읽는데 1시간 반 정도가 걸렸는데, 이렇게 읽어보니 철저히 나의 필요와 목적에 따라 전체적으로 필요한 부분만을 보게 된 것 같다. 어찌 보면 책을 전체적으로 못 보고 부분적으로 파악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선택과 집중을 함으로써 책 전체를 파악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목적성이나 문제의식 없이 그저 책을 처음부터 읽는 것이 왜 핵심파악에는 도움이 안 되는지 이제야 조금 알 것 같다. 
   

  사람은 한 권의 책을 읽을 때 다 받아들이지 못한다. 분명히 섭취하는데는 한계가 있다. 그 한계를 결정하는 것은 그 사람이 책을 읽는 필요성이나 문제의식이 아닐까 한다. 그렇다면 그 필요성이나 문제의식은 어떻게 형성되는 것일까? 내가 보기에는 저자의 말처럼 우선 그 책 전체를 대충 훑어봄으로써 가능하다. 어떤 내용이 어떤 구조로 쓰여져 있는지 알아야 어디에 집중하고, 거기서 무엇을 얻어갈 것인지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판단이 서면 당연히 집중력이 늘어나게 된다. 
 

  이 번에 이 책을 읽으면서 새삼 다시 느낀 것은 내가 정말 허영심이 많다는 것이었다. 그 것은 지적인 허영심인데, 결국 내가 얼마나 이해하고 볼 수 있을지 솔직하게 평가해 보지 못한 것에서 연유한 듯 싶다. 나를 정확히 이해하고, 솔직히 평가하는 것이 그래서 중요한 것이다. 내가 이상적으로 바라는 나의 모습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은 현재의 나의 모습이다. 그리고 그런 나의 현재 모습을 긍정하고, 이를 토대로 다음 단계를 계획할 때 독서의 즐거움 또한 누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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