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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드위치 위기론은 허구다 - 조직론으로 본 한국 자본주의의 본질적 위기와 그 해법 ㅣ 우석훈 한국경제대안 4
우석훈.박권일 지음 / 개마고원 / 2007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알게 된 것은 강준만의 '각개약진' 공화국에서였다. '암묵지'개념을 설명하면서 참고서적으로 언급한 것이다. 이 책에서는 조직의 건강하고 지속적인 운영을 위해 '암묵지' 의 체계화를 주문하고 있다. 이 밖에도 이 책에서 논의하고 있는 것은 상당히 많다. 전체적인 내용은 기업과 사회의 '조직론'으로 정리할 수 있겠지만, 이를 논하기 위해 사용하는 개념과 사례, 틀 들이 상당히 복잡하고 방대하다.
특히 초반부의 이론적인 내용과 개념들은 이 분야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이 따라가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나도 마찬가지여서 중반까지 읽는데 좀 고생을 했다. 저자의 문장 또한 짧고 간결하기 보다는 길고 복잡한 편이다. 하지만, 중반부터는 사례나 현실 기업에 대한 논의들이 나오기 때문에 읽기가 한결 수월해 진다.
지금 나의 지식수준으로 이 책의 많은 내용을 취합, 정리하기는 불가능하다. 크게 2가지 주제만 정리하여 이 책에 대한 이미지를 잡아 놓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첫째는 '암묵지'개념이고, 둘째는 '기업의 사회적 신뢰'이다.
1. 암묵지
맑스가 '...'이라고 불렀고 요즘은 f(.)라고 부르는 생산과정 한가우데에서 발생하는 현상 중 가장 신비로운 내용은 아마도 폴라니에 의해서 제기된 '암묵지'라고 할 수 있다. 폴라니의 얘기는 우리가 보통 지식이라고 부르는 '형식지'에 비해서 '문자로 전환할 수 없는' 매우 특수한 종류의 지식이라는 것이 존재한다는 것인데, 이 내용이 경제학으로 들어오면서 '체화지식'이라는 개념과 '숙련도'라는 변수와 관련되어 전개된다.
이 암묵지를 쉽게 표현하면, 하는 사람에 따라서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늘 하던 사람이 하지 않으면 못하는 일이 세상에는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하고, 이 신비로운 일이 '...'내에서 벌어진다고 이해하면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생산공정을 비롯한 일련의 생산과정에는 단순한 노하우를 뛰어넘는 매우 특별한 종류의 지식들이 개입하게 되는데, 이 건 문자로 전환할 수 없기 때문에 표준화하거나 기록되는 종류의 지식이 아니다. 이런 암묵지의 부족 때문에 생산공정이 아무 곳으로나 이전 할 수 없는 것이다.
-p. 175~176
반도체 공정의 경우에는 공조라고 부르는 공기조절장치와 제품 불량품 간에 직접적인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는데, 황사가 심할 때에는 2~3일씩 아예 공장 가동을 정지하는 편이 더 유리하기도 하다. 이런 공조장치에서 미세한 청정 조건을 달성하는 것도 자동화된 설비만으로는 어렵고, 사람이 직접 개입해서 미세한 조정을 해주어야 한다. -p. 177
실제로 순진한 고급간부들이 내릴 수 있는 가장 안이한 결론은, 업무 표준화를 높이고, 구성원들 사이의 상호 대체 가능성을 높이고 이런 방식을 통해서 절대로 누구에게도 권한이 집중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폴라니의 암묵지에 대한 지적은 이렇게 '극단적인 표준화 방식'을 채택하면 결국 조직은 바보가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업은 생산활동을 잘 해서 최상의 상품을 만들어 이윤을 발생시키기 위해 생겨난 조직이지, 갈등을 줄이는 것을 최선의 목적으로 하는 동창회 같은 사교집단이 결코 아니다. -p. 180
2. 기업의 사회적 신뢰 : 삼성
세계적으로 신자유주의가 강해진다고는 하지만, 많은 다국적기업들은 자신의 모국 혹은 자신이 본부를 두고 있는 지역과 더 좋은 관계를 맺으려고 노력하는 중이며, 이런 사회와의 신뢰 자체를 일종의 기업 외부의 자산으로 인식한다. '영속성'이라는 관점에서는 기업의 모태가 되는 사회와의 신뢰는 중요한 자산이 아닐 수 없다. -p. 258
환경, 인권, 품질 혹은 투명성처럼 비교적 최근에 등장한 경영 용어들은 기업과 사회의 약속이 점차적으로 자산과 같이 작동하게 되는 경향을 잘 보여주고 있다. 점차적으로 한국도 선진국과 유사하게 기업의 장기적인 사회 기여도에 따라서 기업에 대한 사회적 관계가 형성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다. 현재와 같이 "크면 사랑해!"라는 기형적인 상태가 계속 유지되기는 어럽다.
'좋아하는 것'과 '두려워하는 것'은 분명히 다른 일이다. 한국 사람들은 삼성을 어느 정도로 좋아할까? 물론 '최고'라느 브랜드를 좋아하는 일부 소비자들이 광적으로 삼성이라는 브랜드를 좋아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솔직히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삼성은 신뢰보다는 공포의 대상에 가깝다. 대통령 선거 때마다 등장하는 삼성비서실이 국정원보다 유능하다는 말이나 삼성의 눈 밖에 났다가는 회사든 신문이든 혹은 잡지사든 문을 닫게 될 것이라는 말을 의심하는 사람이 별로 없는 것은 좋은 현상이 아니다. 심지어 '삼성공화국'이라는 말이 공공연히 공식 용어처럼 사용되는데, 이런 것들도 장기적으로 좋은 것은 아니다.
-p.2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