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은 어떻게 내면화되는가 問 라이브러리 5
강수돌 지음 / 생각의나무 / 2008년 9월
평점 :
품절


  "경쟁". 나는 이 단어를 들으면 곧잘 초등학교 때를 떠올리곤 한다. 당시 나는 '서의의 경쟁'이라는 말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했다. '경쟁'이라는 말과 '선의'라는 말이 어울린다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교실 안에서 친구들과 더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 경쟁하는 것은 매우 유쾌하지 않았다. 좋은 점수를 받아도 낮은 점수를 받은 친구를 미안하게 만드는 것만 같아 불편한 마음이 생겼고, 실제로 선생님과 부모님들은 점수를 기준으로 우리를 평가하였다. 그리고 학습 내용의 깊이있는 이해보다는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점수를 받을까에만 골몰하게 되었다.  

  중학교, 고등학교로 올라갈수록 이러한 풍경은 더욱 노골적으로 되어갔다. 대학에 입학하며 이러한 수레바퀴에서 잠시 벗어났다고 생각했지만, 그야말로 잠시였다. 학점과 장학금, 어학점수, 취업 등이 기다리고 있었다. 만약 취업을 하면 과연 이 경쟁의 무대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졸업을 할 시기가 가까워 오면서 나는 이렇게 가다가는 죽을 때까지 경쟁하며 살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이러한 정해진 구도를 그대로 따라간다면 점점 나는 경쟁이라는 가치에 매몰되어 나 자신을 찾지 못하고, 정신적인 빈곤을 면치 못할 것 같다고 느꼈다.

  이러한 와중에 우연히 서점에서 이 책을 보게 되었다. 책의 제목이 계기가 되었는데, '경쟁의 내면화' 라는 단어가 나의 궁금증을 자극했다. 경쟁은 어떻게 내면화가 될까. 이 책은 크게 6개의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경쟁의 내면화'는 2번째 부분에서 다루고 있다. 전체 6개의 부분이 독립적이기 보다는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현재 한국과 세계의 정치, 경제적 상황을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경쟁의 내면화'를 다룬 부분에서 내가 밑줄을 그은 단어 중 인상적인 것으로 '강자와의 동일시'와 '자기배신'이 눈에 띈다. 이 단어들은 경쟁을 내면화하면서 한 인간이 자신의 내면과 본래 원하던 것과 반대로 행동하게 되는 상황을 설명해준다. 즉, 자기배신을 하게 되는 것인데, 배신 중에서 가장 파괴적인 것이 자기배신이 아닐까? 나는 이 것이 매우 무서운 것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실천과 행동이 유일한 해결책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저자는 그 실천과 행동을 어떻게 할 것이냐에 대해서 구체적이고 심도있게 다루지는 않는다. 책 자체가 두꺼운 편이 아니라서 지면을 많이 할애할 수 없기 때문이다. 뒤에 이어지는 다른 부분들은 그 방법에 대해 구체적이지는 아니지만, 방향과 가치문제에 있어 큰 원칙과 그림을 그려보이고 있다. 그 내용은 지면 관계상 상당히 이상적이고 실현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지만,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들어 그러한 약점을 보완하고 있다. 즉, 자신이 이장으로 있는 시골마을이 최근 겪게된 문제와 관련한 현실과 행동들을 소개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나는 경영학과를 부전공하고 있다. 경영학이 자본가의 학문이자 자본주의 모순을 은폐하는 기능을 어느정도 갖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항상 거리두기를 통해 긴장감을 잃지 않으려 애쓰고 있다. 그런데 책의 저자와 강준만 씨는 학부 때 경영학을 전공하였다. 이 들은 이러한 거리두기를 성공적으로 행하여 자본주의 비판과 대안제시를 좀 더 풍부하게 하는데 일조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로 들어가야 한다. 자본주의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자본주의의 핵심요소인 기업과 시장에 대해 연구하는 경영학의 굴로 들어가 볼 필요가 있다. 본 책을 읽으면서 경영학의 굴에 한 때 들어갔었던 저자의 경험과 지식의 궤적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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