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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세트] [BL] 멜로우 (외전 포함) (전3권)
니타 / 베아트리체 / 2017년 11월
평점 :
판매중지
지나칠 정도로 조용하고 섬세한 초동안의 순수한 사슴같은 이언과 순진하고 사회성 없는 사장님을 보모처럼 챙기는 연애에 최적화된 영악한 사랑꾼공 현오의 달달한 리맨물 로맨스. 나이답지 않게 순수한 이언도 사랑스러웠고, 마흔을 앞둔 아저씨가 왜 이렇게 귀엽냐며 예쁘다를 연발하는 팔불출 연하공 현오도 귀여웠다. 사회성이 부족하고 어딘지 멍한 사장님을 무시하기보다 보모처럼 챙겨주는 라온 직원들도 인상적이었고, 권위 의식따위 존재하지 않고 화기애애한 동료애로 가득한 회사 라온이 부러웠던 책.
주인공들의 예쁜 로맨스외에도 함오나시, 함토리라는 애칭을 붙여가며 순한 사장님의 일거수 일투족을 덕질하던 개성넘치는 직원들과 물가에 아이를 내놓은 극성스러운 보모처럼 이언을 챙기는 여러 캐릭터들 덕분에 엄마미소 지으며 읽었다. 하지만 주인수 이언이 전혀 중년 아저씨 같은 느낌이 들지 않아 굳이 왜 BL에서 흔치않은 마흔을 앞둔 나이로 설정했는지, 존재감 없이 사라진 일부 캐릭터들은 대체 왜 나온건지 의문이 들기도 했다. 서브공의 비중이 큰데 비해 긴장감은 덜한 잔잔한 전개라 취향탈 수도 있을 듯하다.
낯가림 심한 소심한 아이같은 이언은 끈기와 노력으로 해야 할 일은 묵묵히 해냈지만 인간관계는 그렇지 못했다. 이언은 연애와 사랑을 하면서도 상대에게 진심을 표현하려 노력하기보다는 침묵을 택했다. 너무 늦게 알아버린 감정때문에 시작하지도 못한 풋사랑이 슬프고 후회됐지만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서툴고 느리기만한 이언에게 연애는 어렵기만 했기에 혼자 사는 편이 좋다고 스스로를 세뇌시켰다. 정말 혼자가 좋은 것도 아니면서. 외로움을 애써 외면한 이언의 무료한 일상은 현오를 만나면서 바뀌게 된다.
" 저는 사장님이 조금 더
행복해지면 좋겠습니다."
현오는 먼저 다가와 묻고 성큼 잡아끄면서도 모든 게 느리기만 한 이언을 재촉하지 않고 차분하게 기다려주었다. 자신조차 몰랐던 이언의 장점을 찾아내 칭찬해주고 한없는 친절과 이해로 편안하게 해줬다. 그와 함께 있으면 침묵이 초조하거나 불안하지 않고 즐겁고 행복하기만 했다. 눈이 마주칠때마다 다정하게 웃어주고 주말에 따로 만나는 것이 마치 이언을 좋아해서 그러는 것만 같아 들뜨게 된다. 그와 함께 하는 시간이 기다려졌다. 이번에는 실패하고 싶지 않았다.
" 함 사장. 좋고 싫은 건 확실하게 표현해.
그래야 안 놓칠 수 있어. "
탁월한 외모에 능력있고 매너까지 좋은 이 시대의 워너비 남친 상이지만 사실 현오는 성 정체성을 일찌감치 자각하고 결혼따위 포기한 게이다. 자신을 아끼고 사랑하면서, 남을 잘 믿지 않는 성격이다. 약점이 될 질문은 적당하게 넘기고 습관화된 매너로 사람좋은 척하는 처세술이 일상인 영악한 남자. 사회생활이든 연애든 여유롭고 당당하게, 그런 모토로 살던 현오. 직장 생활을 위태롭게할 사내 연애따위 추호도 할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나이와 어울리지 않게 순수하고 귀여운 사장님 이언에게 자꾸만 눈길이 갔다. 틈만나면 호기심어린 눈으로 훔쳐보다 눈이 마주치면 화들짝 놀라 아닌척 숨는 남자가 귀엽기까지 했다.
" 그렇게 보면 오해합니다.
저에게 반한 줄 알고 오해한다고요."
아이도 아닌 성인 남자를 보모처럼 챙기는 다른 직원들을 이해하기 힘들었지만 적당히 맞춰 흉내만 낼 작정이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입이 짧은 남자에게 한 숟가락이라도 더 먹이려 안달하고 있었다. 섬세한건지 소심한건지, 딱딱하고 재미없는 사장님에게 편하게 대해 달란 뜻으로 장난스럽게 대했는데 조용히 웃기만 하자 더 장난을 치고 싶어 졌다. 어떤 행동을 해도 다 받아줄 것 처럼 구는 남자때문에 두 사람의 관계를 망각하고 만다. 연애할때는 늘 어른스럽고 다정한 연인처럼 굴기 위해 애썼는데. 자신보다 나이 많은 남자가 귀여워 어쩔 줄 모르고 짓궂은 장난으로 놀리려는 스스로가 낯설고 신기해 왜 이러는지 누구에게든 묻고 싶다.
" 저에게 무슨 짓을 하신 거예요?
솔직히 말씀해 주세요.
저에게 이상한 마법을 거신 거 아닙니까? "
순하고 세상물정 모르는 아이같은 이언이었기에 영악한 현오에게 마구 휘둘리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수줍으면서도 솔직한 이언의 애정표현과 의도치 않은 밀당으로 알고보면 '선수'가 아닐까 의심할만큼 현오가 휘둘리던 상황들이 웃겼다. 마음을 솔직하게 드러낼 용기가 없어 사랑에 실패했던 이언과 다정한 연인인척 했으나 사실상 사귀는 상대에게 선을 긋고 허세 가득한 오만한 연애만 했던 현오. 상처받지 않기 위해 자신의 영역을 타인과 공유하지 않으려던 주인공들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조금씩 변해간다. 서로를 믿고 진심을 내보이며 꾸밈없이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서툴지만 진실한 사랑에 한걸음씩 다가가는 주인공들이 기특했다.
완벽한 사랑이란 세상에 존재하지 않지만, 사랑의 완벽은 믿음에서부터 시작된다.
완벽한 사랑 대신 서서히 만들어 가는 사랑을 꿈꾼다. 사랑이란 결국 형태 없는 감정.
그것을 어떤 형태로 만드는 것도 두 사람의 몫이다. 서로에 대한 믿음과 애정도 모두 두 사람을 통해서만 완성된다.
" 당신을 만나서 정말 다행이야. 당신이 나를 선택해줘서 다행이야. " - 『 멜로우 』2권 본문중에서
물고기들의 고향은 짠내 나는 바다가 아닐까. 어쩌면, 인간의 고향도 바다이리라.
눈물로 태어나 고통을 배우고, 기쁨을 발견하고, 희망을 꿈꾸니까.
내가 찾은 바다가 당신이라서 다행이야. 당신을 찾은 게 나라서 다행이야. 현오는 제 고향이 바다라면, 분명 바다의 이름은 '함이언'일 거라 확신했다. 내 일상은 당신으로 인해 아름답고 찬란하며 어여쁘게 달다. - 『 멜로우 』외전 본문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