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사랑하면서도 솔직하지 못해 먼 길을 돌아야 했던 주인공들의 삽질만땅 로맨스. 무늬만 가족일뿐이라 오랜 친구에서 연인으로 발전한 분위기다. 누가봐도 서로 사랑하는 티가 나는데 두 사람만 그 사실을 모르고 혼자만의 짝사랑이라 착각하던 메이와 크리스. 초반 갖가지 방법으로 크리스를 유혹해도 넘어오지 않는다고 투덜대면서도 막상 반응을 보이면 부끄러움에 도망쳐서 어이없게 만들었던 메이는 자신의 꿈과 사랑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헌신을 아끼지 않아 기특했었다. 뒤로갈수록 나아지긴 했지만 다소 산만하고 유치한 부분도 있어 취향탈만 하다.
때로는 무모하고 유치해 보이기도 했지만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인생을 살았던 메이. 그에비해 메이에게 호감을 보이는 이들을 남녀가리지 않고 질투하고 소유욕을 드러내면서도 출신이 천한 자신은 메이에게 어울리지 않는다는 자격지심에 늘 소극적으로 굴던 입양아 크리스의 입장을 이해하면서도 답답했다. 메이가 먼저 유혹하지 않았더라면 어쩌면 평생 둘은 연인으로 발전하지 못했을테고, 메이가 그런 강단을 내리지 않았더라면 주인공들은 꿈과 사랑, 둘 중하나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을 지도 모른다.
" 넌 항상 그렇게 내 진심을 그냥 넘겨짚고
내 행복도 네가 함부로 결정해버리려고 하잖아. "
부모님의 과대한 기대와 욕심때문에 자유롭게 살 권리를 저당답혀야 했던 주인공들. 좋아서가 아닌 의무감에서 클래식 피아노를 한데다 더러운 거래으로 집안의 명예를 유지하려한 부모로 인해 제 실력에 의문을 품어야 했던 메이는 역량이 더 뛰어난 크리스가 손해 보는 상황을 견디지 못했다. 그리고, 크리스는 자신이 메이의 자유를 가두는 족쇄라는 죄책감에 힘들어한다. 소중한 연인에게 죄책감에 같은 생각을 하면서도 서로에게 솔직하게 털어놓지도 못하고 서로 의지하지도 신뢰하지도 못해 갈등을 겪게 된다.
" 난 그저 재즈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은 게 꿈이고
너는 클래식을 연주하는 게 꿈일 뿐인데...
각자 재능도 있는데 왜 이렇게 서로한테 방해만 되는 건지 모르겠어. "
피를 나눈 혈육은 아니지만 어릴때 입양되어 한집에서 자란 가족인데 주인공들은 서로를 형제보다는 친구처럼 여기고, 두 사람의 가족들도 동성애나 형제간 근친 관계에 거부감을 느끼기 보다 메이가 클래식이 아닌 재즈로 전향했다는 사실에 더 충격받고 분노한 전개라 좀 어이없기도 했다. 아마 크리스를 입양하여 한집에서 살게했지만 부모라기 보다는 스폰서에 가까웠다는 것을 모두가 은연중에 알고 있었기에 애초 형제로 여기지 않았을 것이다. 아들이 진정으로 바란 것이 무엇인지는 관심없고 클래식 명문가의 권위와 명예를 드높이고 자신들의 꿈을 실현해줄 도구로 자식들을 이용해온 이기적인 부모에게 메이가 그런말을 한 것도 당연하다.
" 자기 꿈은 자기가 이뤄야지 왜 남한테
이뤄달라고 성원인지 이해할 수가 없네요. "
즐겁게 재즈 연주를 하던 크리스처럼 되고 싶어 재즈 피아니스트가 꿈이 되어 버린 메이. 시작은 재즈였지만 메이의 연주에 반해 우상과도 같은 메이 곁에 어울리는 사람이 되고 싶어 클래식을 좋아하게 된 크리스. 좋아하는 장르는 달랐지만 클래식이든 재즈든 정말 중요한 것은 누군간의 강요나 의무감에서 하는 연주가 아닌 자신이 진짜 좋아서 즐겁게 하는 것이다. 부모들의 욕심때문에 인생이 휘둘린 두 사람이 앞으로는 누구의 방해도 없이 하고 싶은 분야에서 자신들의 역량을 마음껏 발휘하길!
" 재즈건 클래식이건 모두 다 음악가라고.
본인이 연주하는 게 즐거워서 남의 흥까지 돋을 수 있는지
여부에 따라서 연주가들의 인생이 결정되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