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세트] [BL] 피앤피 스토리(P&P Story) (총2권/완결)
VanG / 페르마타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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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 엔딩을 꿈꿀 수 없는 비참한 사랑에 차라리 망치는 길을 선택하고도 찾아 주길 바라는 이기적인 겁쟁이수 서호와 남다른 뇌 구조를 가진 탓에 애정 표현 방식이 어딘지 어긋난 츤데레 순정공 채훈의 길고 긴 삽질 로맨스. 누구보다 상대를 원하면서도 서로의 감정을 나누거나 이해하려 노력조차 하지 않았기에 긴 시간을 허비하며 마음고생을 하고 나서야 '온전한' 연인으로 함께 할 수 있었던 주인공들. '피앤피 스토리'가 무슨 의미인지 나오지 않아 궁금했는데 꽂아서(Plug) 바로 사용(Play) 한다는 뜻의 플러그 앤 플레이인 걸까? 서호만 보면 시도 때도 없이 세우는 365일 24시간 쉬지 않는 '편의ㅈ' 채훈을 생각하면 그럴 가능성이 충분하긴 하다.


도채훈의 뇌 구조는 이상했고, 혀는 상했다.

그리고 거시기는 요상했고.


주인공들의 학창시절부터 30대 직장인이 되어서 재회하기까지의 과정을 담았기에 학원물 + 재회물 + 리맨물 + 비밀 사내연애 + 할리킹 등 독자들이 선호하는 소재들을 모두 모아놓은 종합선물세트 같은 느낌이다. 도망치고 뒤쫓는 일이 반복되어 고구마 백만 개의 신파성 피폐물이 될뻔했는데 겁쟁이 주제에 은근 앙탈부리는 새침한 서호와 집착 강한 애인과 스토커의 경계를 넘나드는 채훈, 그외 개그스러운 캐릭터들 활약 덕에 지루할 틈이 없다. 피폐를 개그로 승화시킨 유머러스한 문장에 감탄했지만 작가님과 유머코드가 잘 맞지 않으면 취향탈 수도 있을 듯 하다.

 


도가 그룹의 후계자로 모든 것을 다가진 데다 우월한 외모의 소유자인 채훈과 한 집에서 나고 자란 동갑내기 서호. 그는 서호의 세상 안에서 가장 대단한 존재였다. 숭배는 어느 사이 사랑으로 변했지만 숭배와 다르게 사랑은 질투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동반했기에 감정 소모가 엄청났다. 서호를 욕구 해소용 편리한 도구 취급하는 악마인데도 미워할 수도 없었고, 그의 곁에 다른 여자가 있는 것을 참기 힘들었다. 사랑에서 일방적인 약자일 뿐인 서호는 변덕스러운 '집착'하나로 유지되는 관계를 더이상 견딜 수 없었다.


" 너는 나보다도 늘 네 자신이 우선이잖아.

네가 나도 위해줄 거라는 걸 믿을 수가 없다는 거야.

그래서 도망친 거고. "


채훈의 곁에 있기엔 서호는 한없이 부족하고 나약했고, 그렇다고 그의 아내를 용납하기엔 빌어먹게도 욕심이 많았다. 설사 채훈이 진심이라해도 재벌가의 황태자로 태어난 이상 아무리 대단한 채훈이라해도 황제가 펼친 체스 보드 위의 말에 불과했다. 황태자의 정해진 인생에 더부살이로 태어난 그것도 사내인 서호가 끼어들 틈이 있으리 만무했다. 채훈과의 연결고리를 스스로 끊어내고 도망친 주제에 그를 찾아내 주길 기다리는 스스로가 비참했다. 채훈과의 재회로 숨는데 실패했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두려움보다는 버려지지 않았다는 안도감이 더 컸다. 또다시 원점으로 돌아온 관계에 어찌할 바를 모르는 서호에게 채훈은 날선 분노를 쏟아낸다. 


" 내가 아는 건 하나뿐이야. 네가 내 앞에서는 간이라도 빼줄 것처럼 굴지만

속으로는 나를 버릴 생각뿐인, 절대 믿어서는 안 될 종자라는 것. "

 


 

 

 

초반에는 성질 더러운 재벌 2세가 자신의 집에 더부살이 중인 순진한 소년을 농락하는 피폐한 내용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채훈은 좋아하는 여자애를 괴롭히는 초딩 같은 녀석이었다. 우월한 외모와 탁월한 두뇌, 막강한 재력을 가졌으나 거슬리면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발부터 날리는 개 같은 성격과 복수는 몇 배로 되갚아줘야 하는 뒤끝 작렬에 원하는 것은 죽어도 가져야 하는 '조건 좋은 인간 말종'이 진심으로 원하는 것은 딱 하나뿐이었다. 


" 네 주인은 나야.

 누가 뭐래도 넌 내거야. " 

 

?재벌가 후계자로 약점을 잡히기 싫으면 감정을 드러내서는 안된다고 세뇌받고 자란탓에 애정 표현도 극악스러운 방식으로 하고도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들어야 한다고 뻔뻔하게 우기는 본성이 글러먹은 놈이라 심약한 서호의 심장은 너덜너덜 남아나질 않는다. 그럼에도 채훈이 밉지 않았던 것은 모든 것을 다 가졌음에도 서호 하나만을 간절하게 바란 순정 때문이다. 가진 걸 다 팔아서라도 서호를 온전하게 가지고 싶어 늘 초조하고 불안해 하는 녀석이었으니까. 서로의 마음을 확인했으니 더이상 삽질로 시간 낭비말고 이젠 그만 행복하길!


" 솔직히 따져서 네가 나보다 비싸진 않을 텐데."

" 이런 씨발, 그래서 뭐? "

" 그런데 왜 이 새끼는, 날 다 팔아도 살 수 없을까. "


그러고 보면 항상 그는 그런 식이었다. 날 보지 않는 것 같아도 나에 대한 건 전부 꿰뚫고 있었다.

그리고 내가 있는 공간에서는 항상 나만 주시했다. 주위에 다른 것은 보이지 않는 것처럼.

나 역시 그랬다. 도채훈 외엔 보이지 않았다. 중요한 것도 없었다. 왜 그렇지 않을까.

도채훈은 나의 도련님이자 친구이자, 연인. 그리고 하나밖에 없는 가족이었다.


스스로를 다 팔아도 날 온전히 가질 수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던 도채훈의 말이 내 마음속 아주 깊은 곳을 건드렸다.

나는 그렇게 대단한 존재가 아니었다. 그가 나를 그렇게 여겨주는 것이다.  -『피앤피 스토리 』2권 본문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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