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BL] 캐스팅 2 (완결) [BL] 캐스팅 2
달야 / 고렘팩토리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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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생만 하다 좌천 위기에 처한 방송국 PD 서준과 오랜 세월 인내하며 서준 맞춤형 호구로 거듭난 톱스타 짝사랑공 도윤의 연예계를 배경으로 한 재회물인데, 권당 분량이 많지 않아 금방 읽었다. 빈틈 많고 허술해 보여도 생각이 많아 마음을 쉽게 열지 못하는 철벽수 서준. 교묘한 밀당 스킬로 서준이 스스로 철벽을 허물고 다가오도록 묵묵하게 기다려 준 집요한 호구 순정도윤. 제 감정의 정체도 모른 채 마음만 앞서 오해가 쌓여 어긋났던 두 사람의 관계는 도윤의 오랜 순정으로 8년 만에 결실을 이룬다. 


내가 좀 더 인내한다면, 과연 네가 어디까지 와 줄까.

좀 더 기다린다면, 너의 하루가 온전히 나로 가득 차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캐스팅 』1권 본문 중에서

 


누군가를 그리워하고 사랑하는 일이란 물방울과 티끌 같은 작은 순간들이 모여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누군가에게 천천히 젖어 드는 과정이었다. 서준의 일상 속 아주 사소한 순간들에도 도윤이 스며들어 있었다. 가랑비처럼 천천히 젖어 든 것이 이제는 공기처럼 서준을 빈틈없이 채우고 있었다. 서준은 자신을 안온하게 감싸 안는 그의 다정함이, 언제나 자신을 쫓고 있는 눈동자가 좋았다.

어떤 왜곡도, 오해도 없이 이제야 똑바로 마주한 진심이 말한다.  

" ...... 그래. 좋아해. "   -『캐스팅 』2권 본문 중에서


첫 메인 연출작인 프로그램의 시청률이 바닥을 치는 걸로도 모자라 방송사고로 막을 내리게 되자 좌천될 위기에 처한 서준. 망작 프로그램인 것을 알면서도 맡아서 개고생한 이유는 끝나면 꿈이었던 드라마를 맡게 해준다는 약속 때문이었는데 외주 제작팀으로 가라니 억울했다. 김도윤 급 톱배우를 캐스팅하면 원하던 드라마를 맡게 해준다니 8년간을 피해 다닌 불편한 사이지만, 서준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외주 제작팀 선배의 수발이나 들며 고난주간을 보내지 않기 위해서라도 할 수 있는 건 다 해봐야 했다.   


" 도윤아, 한 번이면 돼? "

 

캐스팅을 수락하는 조건으 하필이면 껄끄러운 자신과 왜 자고 싶어 하는 건지 알 수 없었지만 고민은 길지 않았다. 도윤 정도의 톱배우라단막극이 아니라 연휴 특집극까지 노려 볼 만 했으니 하룻밤으로 도윤을 잡을 수 있다면 괜찮은 거래인 것은 분명했으니까. 게다가 대체 남자랑 하는 건 어떤 느낌인지 은근 호기심도 들었기에 쿨하게 응했는데, 단 하룻밤의 일탈로 제 정체성을 고민하게 될 줄은 몰랐다. 정작 돌을 던진 당사자는 더 이상 관심 없다는 듯이 평온한데, 왜 혼자만 몽정이나 꾸면서 심각해야 하는 건지 억울했다. 


' 그럼 그놈이랑 다시 자 봐.

뭐가 문제야? '

 


8년 만에 만난 도윤은 과거와는 다른 사람이 된 듯이 굴었고, 덕분에 그의 페이스에 자꾸 휘말리는 서준. 고백이라도 하듯 미심장한 말을 툭 던져 놓더니, 가만있기만 해서 사람을 헷갈리게 만들고 아닌가 싶으면 어느 새 다가와 사기꾼처럼 달콤한 말로 꾀어낸다. 불편해서 늘 피해 다녔던 도윤과 함께 있는 시간을 편안하게 여기게 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는데 서준의 일상 속 아주 사소한 순간들에도 그가 스며들었다. 그러면서도 서준이 그어놓은 선 안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 '다음'은 네 선택에 달렸다는 듯이.

 


" 관계에는 기다림이 필요하다는 것을 그때 배웠지.

무턱대고 내지르는 것 말고 다른 방식이 필요하다는 것도. "



개그 코드가 은근 잘 맞아 진부하고 무거워질 수 있는 소재를 밝고 가볍게 풀어낸 전개는 마음에 들었지만, 짧은 분량에 너무 많은 내용을 담으려 한 것은 아쉽다. 속내를 알 수 없는 동갑내기 월드스타와의 밀당 로맨스와 서준을 짝사랑하는 여우 같은 연하 아이돌과의 삼각관계, 오해로 점철된 주인공들의 엇나간 과거사와 죽은 형과 얽힌 도윤의 트라우마, 형제들의 비극을 담은 피폐한 드라마의 제작 과정 등을 번갈아 보여주다 보니 흐름이 자꾸 끊기는 느낌이었다. 

 

 

복잡한 전개에 서브공의 비중이 커서 주인공들의 로맨스에 조금 더 집중할 수 있도록 삼각관계는 배제하는 편이 나았을 뻔했다. 연하공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지만 앙큼한 속내를 숨기고 애교 많은 동생처럼 굴면서 서준의 경계를 허물었던 대형견공의 탈을 쓴 여우 제영은 메인공과 맞먹을 만큼 매력적인 캐릭터라 서브공으로 소모되기엔 아까웠다. 긴 세월 서준의 곁에 서기 위해 준비해 온 도윤에 비하면 약했지만 나름 노력했던 제영 입장에서는 억울할 만도 하다.


" 형을 키운 건 나죠. 내가 좋은 것만 먹이면서

곱게 아껴 줬는데 웬 잡놈이 물어가 버렸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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