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연인의 배신으로 또다시 상처받기 싫어 사랑을 두려워 하는 겁쟁이 철벽 소심수 인오와 냉혹한 사업가지만 인오에게만은 한없이 상냥하고 매너좋은 벤츠공 아이반의 할리킹 밀당 리맨물. 과거의 만남을 기억하지 못하는 수에게 다정한 성격인양 내숭떨며 구애하는 공이라는 설정때문에 초반에는 얼마전에 읽었던 책이 연상되기도 했지만 등장인물들 성격이나 책 분위기, 내용 전개는 전혀 달랐다. 찌질한 똥차때문에 상처받았지만 다정한 벤츠공을 만났으니 전화위복인 셈! 작위적이고 뻔해 유치한 부분도 있었지만 미남계 만랩 벤츠공의 능청스럽고 달콤한 구애가 귀여워 책장은 잘 넘어간다.
" 나랑 연애합시다.
이노가 상상도 못 할 만큼 잘해줄게요. "
일상의 작은 행복만 바랐을 뿐인데, 커밍 아웃한 후 믿었던 가족들에게 버려지고 평생을 함께 하길 원했던 애인에게 배신당한 상처는 치명적이었다. 내 사람에게는 온 마음을 다해 헌신하는 인오였기에 애인의 쓰레기같은 사고방식을 알면서도 미련을 쉽게 떨쳐버리지 못하고 아이반의 다정한 구애를 매번 거부하는 인오. 그의 상처를 이해하면서도 겨우 한 번의 실연으로 다시는 상처받기 싫다고 사랑을 겁내는 인오때문에 답답했는데 현명한 친구의 따끔한 조언으로 용기를 내어서 다행이었다.
" 투정부리지 마. 사람은 누구나 상처를 받기도 하고 주기도 하면서 살아. 그런 게 사람 사는 거잖아.
하지만 불행한 사람과 행복한 사람의 차이점이 뭔지 알아? "
" 상처받을 걸 두려워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느냐, 불행한 경험을 늘 곱씹으며 겁쟁이처럼 뒤로 물러나느냐의 차이야.
알아? 여기서 네가 한 발 앞으로 나아가지 않으면, 넌 영원히 행복을 찾을 수 없을 거야. 행복해지고 싶다고 했잖아. "
- 『 mash marigold 』2권 본문중에서
매번 거부당하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인오가 다시 사랑을 시작할 용기를 낼 때까지 기다려 준 멋진 아이반! 흐뭇한 미소가 절로 나오는 표지의 은혜로운 외모를 보니 까칠한 성격쯤은 흠이라고 할 수도 없을 것 같다. 아이반의 말대로 다른 사람에게야 어찌 대하든 제 연인에겐 다정하고 잘해주면 되는 거지 뭐! 반드시 오고야 말 행복이라는 의미의 '매시 메리골드'.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간절하게 바랐던 인오뿐만 아니라 진정한 사랑이 뭔지 모르고 메마른 삶을 살아온 아이반에게도 두 사람은 서로에게 매시 메리골드가 아니었을까?
" 잊을 수 없었습니다. 이노와의 그 기억이, 내 일상으로 파고들어 왔습니다.
그래서 이곳으로 왔습니다. "
이기적인 욕심에 다른 여자와 결혼하면서 내 사랑은 너뿐이라는 궤변을 늘어놓으며 들러붙는 인오의 질나쁜 애인때문에 열받았는데 아이반이 대신 복수해줘서 속이 다 시원했다. 그런 쓰레기같은 사고방식을 가진 개아가 놈은 더한 벌을 받아도 싸다. 그나저나, 아이반이 성격을 속여가며 구애할만큼 하룻밤 상대였던 인오에게 반해 작정하고 한국에 온 계략공인 줄 알았는데 아니어서 의외였다. 인오에게 진심을 다하여 구애하게 된 아이반의 감정 변화를 조금 더 공감되도록 그려줬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