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세트] 언아더 헤븐(Another heaven) (총3권/완결)
황유하 지음 / 늘솔북스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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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더월드 새로운 시리즈가 출간되었다기에 걱정반 기대반이었는데, 개인적으로는 아더월드 시리즈중에서 제일 좋았던 것 같다. 어떤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최선을 다하던 용기있는 여자 은우와 지옥같은 삶에서 구원이 되어준 한 여자를 위해 자신의 전부를 바친 검은 전사, 니힐. 시공을 넘나드는 두 사람의 운명적인 네버엔딩 판타지 로맨스. 스스로를 평범한 존재라고 했지만 니힐에게는 누구보다 특별했던 은우, 니힐의 애틋하고 절박했던 사랑이 돋보였던 책. 아더월드 시리즈에서 가장 애정했던 보로미르를 능가하는 취향 저격의 남자, 니힐덕분에 후유증이 오래갈 것 같은 예감이다. 보로미르 + 카일 + 크로우의 매력을 합친듯한 니힐을 가졌으니 은우가 시공을 넘어 마음 고생한 보람이 있었던 셈!


그녀는 정말로 평범한 사람이었다. 지구에서 살고 있던 보통의 인간이었다.

결국 이 모든 것은 니힐과의 만남에서 비롯되었다.

이 곳, 아더월드에서, 이 말도 안 되는 다른 세상에서 그녀는 그를 만났고, 그를 사랑했다.

그저 평범하고 작은 미소로, 작은 손길로 그의 손을 잡았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에게 영원으로 보답 받았다.

그 어떤 인생이 이보다 더한 행복이 있을 수 있을까. - 『언아더 헤븐 』3권 본문중에서 



초반 프롤로그탓에 최루성 전개일거라는 것을 이미 예감하고 있었고, 등장인물들의 비밀과 주인공들이 넘어야할 고비가 어떤 것인지 뻔했는데도 섬세한 내면 묘사덕에 두 사람의 절박한 심정에 이입되어 감정소모가 심했다. 주인공들이 엉킨 실타래를 풀어내고 영원한 사랑에 도달하기까지 많은 고비를 넘어야 했기에 왜 이렇게 두 사람에게 가혹한 건지 작가님이 잠시 원망스럽기도 했지만 결론은 만족스럽다. 총 60만자가 넘는 엄청난 분량인데다 과거와 현재, 미래가 공존하는 복잡 미묘한 판타지적 세계관때문에 취향탈 수도 있다. 이해되지 않는 부분도 일부있었고, 초반 딱딱한 은우의 말투가 낯설긴 했지만 그럼에도 잘쓰여진 수작임에는 분명하다. 

 

 

차원이동 판타지 아더월드 시리즈는 켈스와 미스, 리머릭 세 개의 나라가 공존하는 노스랜드라는 아더월드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스토리다. 시리즈의 시작인 '아더월드'가 수호수를 소환하는 능력을 가진 전사의 나라 '켈스'를 배경으로 했었다면, 두 번째 시리즈 '새기다'는 강한 마법력을 지닌 마법사의 나라 '미스'가 주배경이었고, 이 책은 노스랜드중 마지막 나라 '리머릭'이 배경이다. 두 나라와는 달리 전사들의 힘이 약해 수호수를 소환할 수도 없고, 마법력도 부족했던 리머릭은 마도구라는 일종의 과학기술이 발달했다.


그렇게 탄생된 과학기술(?)의 집결체 '토크(torc)'는 리머릭 최강의 전사들의 검은 갑옷이 되어 인간의 한계를 어선 초월적인 능력을 끌어 냈지만, 검은 갑옷을 사용하는 대가는 치명적이다. '토크'에 생명을 갉아먹혀 오래 살지 못할 것을 알면서도 그 능력을 욕심낸 인간들은 끊임없이 블랙 타워로 모여들었고, 그중 10인의 '검은 전사'에게만 토크의 주인이 될 자격이 주어진다. 그리고, 검은 전사들이 사는 블랙타워에는 그들과 '생명의 계약'을 맺은 10명의 아가씨들이 있다. 사랑하는 여인을 지키기 위한 전사들의 사랑의 언약과는 전혀 다른 저주의 계약이었지만, 주인공들의 운명적인 사랑은 그 불완전한 계약에서 부터 시작된다.  

 

한 남자와 한 여자가 시간과 공간을 넘어 사랑에 빠졌다.

한 치 앞을 바라볼 수 없는 미래 앞에서 서로의 손을 잡았다.

더 이상은 아무것도 필요 없었다.

 

 

어린 나이에 너무나 많은 상처를 받고 마음의 문을 닫아버린 니힐. 아무도 믿지 못해 두꺼운 벽을 세우고 자신만을 위해 살던 그를 은우는 끊임없이 두드리고 자극했다. 그에게 의미있는 존재가 되어 살아남기 위한 시작이었지만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서로에게 빠져버린 두 사람. 은우의 노력덕에 이제 겨우 니힐이 마음의 문을 열고 사람다운 삶이 어떤 것인지를 깨닫게 되었지만 두 사람의 달달하고 평온한 일상은 오래가지 못했다. 가장 강한 동시에 '희생물'인 검은 전사의 의무에서 벗어날 수 없는 니힐에겐 미래가 없었고, 거대한 시간의 뱀 우로보로스의 부름으로 시간의 틈새에 빠진 은우에겐 그녀만이 할 수 있는 미션이 주어졌다.


" 너는 시간의 주인을 맞이하기 위한

중요한 구성요소로 이곳에 온 거야. "


잠든 시간의 주인을 깨워야 한다는 말만 해주고 방법을 알려주지 않는 우로보로스때문에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온전하게 은우의 판단에 달렸다. 스스로를 평범한 사람이라 여겨 온 은우는 어찌할 바를 몰라 혼란스러워하면서도 원망하고 절망하기보다 주어진 상황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작은 일을 하나씩 실천한다. 니힐과 갈등을 겪고 힘들어 하면서도 사랑과 우정, 대의까지 모든 것을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려 노력한 은우가 기특했다. 평범한 것이 가장 가치있다는 우로보로스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 평범한 것이 가장 가치 있지."

" 보통의 존재가 된다는 건, 특별한 존재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것보다 힘든 일이야.

모든 일들은 사실 작은 행동 하나에서 시작되지. 길을 걷다 피어난 작은 꽃을 밟지 않는 일,

마주보는 타인에게 즐겁게 웃어주는 일, 누군가에게 작은 위로가 되어주는 일은 사실 조금도 특별하지 않아.

하지만, 세상은 그렇게 변하기 시작하지. "


" 그런일은 누구나 할 수 있어요."

" 누구나는 아니야. 대부분 자기 자신을 훨씬 더 중요하게 여기니까." - 『언아더 헤븐 』1권 본문중에서 


죽음과 파괴의 척박한 환경에서 피어난 값진 우정, 죽은 친구를 닮은 소녀 '레나'와의 만남. 신의 미주라 불리는 마법에 가까운 술에 얽힌 비밀과 인간의 추악한 욕심으로 비롯된 지옥의 참상. 검은 전사들의 거주지인 블랙 타워를 지탱하는 핵의 존재. 우로보로스가 던져준 깊이 잠든 '시간의 주인'을 깨워야하는 소명. 변화를 두려워하는 검은 전사와 시공을 건너온 평범한 여자가 해결하기에는 무엇하나 쉬운 일은 없었지만 두 사람은 그들에게 펼쳐진 끝없는 역경을 딛고 잠든 신을 깨우기 위해 한 걸음씩 나아간다.


" 인내하면, 언젠간 모든 일이 다 해결될 거란다. "


시계의 톱니바퀴처럼 정해진 운명의 아귀를 맞춰나가는 과정이 너무 길었기에 두 사람이 견뎌야만 했던 고통의 시간이 안스러웠다. 은우를 제 목숨보다 아끼고 언제나 제 여자의 행복을 더 우선시 하던 니힐. 누구보다 강한 검은 전사인데도 제 여자의 이름조차 아까워 부르지 못하고 내겐 너 밖에 없다던 니힐의 고백이 너무 절박하게 들려 울컥했었다. 굴곡이 심했던 두 사람의 운명적인 사랑을 지켜보며 감정소모가 심했기에 네버엔딩을 암시한 에필로그는 큰 위안이 되었다. 그들은 그런 대가를 받을 자격이 있으니까.


우리는 함께 살아갈 것이다.

시간의 길이는, 시간의 장소는 우리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다.

시간은 함께 있음으로서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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