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나쁜 남자 늦은 사랑
김리원 지음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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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에게 못되게 굴다 뒤늦게 사랑을 깨닫고 후회하는 후회남 소재인 걸 대놓고 알려주는 스포성 제목. 요즘은 '개아가'라는 소리가 절로 나올만한 남주도 많아서 이번엔 대체 얼마나 나쁜 남주인건지 궁금했다. 여주앞에서 대놓고 다른 여자와 관계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개아가' 남주에 비하면 이 책의 나쁜 남자 강혁은 양호(?)한 편이지만, 여주 단영의 마음을 알면서도 철저하게 외면하며 자기욕심만 차려온 이기적인 나쁜 남자인 건 분명하다. 평이 엇갈리는 책인데 잘 모르는 작가님이라 큰 기대없이 읽어서 나쁘지는 않았지만, 아쉬운 부분도 다소 있었기에 취향타는 분들도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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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남자라는 것을 알면서도 자존감없이 강혁의 이기심에 끌려다니기만 하던 단영때문에 초반에는 많이 답답했는데, 뒤로갈수록 자존감을 회복하고 당당해져서 다행이었다. 뒤늦게 자신의 마음을 깨닫게 된 강혁도 과거의 무심한 모습을 버리고 점차 내 여자에게만큼은 다정한 팔불출남으로 변해간다. 하지만, 이유있는 나쁜 남자의 사정이야 어쨌든 단영이 그동안 그의 이기심에 깊은 상처를 받았던 건 분명한데 직접 사과를 하지 않은 건 마음에 들지 않더라. 주인공들이 과거 관계를 맺기 시작하던 날의 회상을 여러 차례 반복해서 보여주기보다는 좀 더 절절하게 무너지며 후회하는 강혁의 모습을 보여줬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들었다. 

 

짝사랑을 숨기지 못하고 술기운을 빌어 강혁을 먼저 유혹한 것을 계기로 시작된 두 사람의 관계에서 단영은 철저한 약자였기에 자기욕심만 차리는 이기적인 강혁에게 휘둘리며 자존감이 바닥을 쳤다. 전직 의사에 영화제작사 사장, 종합병원장의 아들이라는 배경을 가진 강혁에 비해 중졸학력에 가진 것도 없고 말이 좋아 사장 비서일 뿐 회사 잡무를 도맡아하는 그녀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자격지심에 강혁이 다른 여자와 맞선을 보러 가는 것을 알면서도 아무렇지 않은 척 그의 선 스케줄까지 챙겨야만 했던 단영. 

미래가 없는 관계라는 걸 알면서도 스스로 걸어들어간 덫에서 벗어나지 못해 괴로워하던 단영은 그가 여배우와 함께 있는 현장을 목격하고도 무슨 일이 있었냐고 따져물을 자격조차 없다는 자괴감에 드디어 헛된 미련을 끊어내기로 결심한다. 질투심에 미쳐버리기 전에 그녀가 먼저 도망쳐 나와야 했으니까. 그에게서 벗어나서야 자기 자신을 좀더 소중하게 아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단영은 가정형편때문에 포기해야 했던 자신의 꿈을 쫓아 새로운 삶을 향해 나아간다.

 

​모친이 원하는 여자와 결혼할 수 밖에 없었던 상황이었다면 아끼던 부하직원이기도 했던 단영을 위해서라도 끝까지 책임질 수 없으니 그런 관계를 질질끌지 말았어야 하는데 강혁은 뻔히 보이는 단영의 마음을 모르는 척 외면하며 자신의 욕구를 충족하는데 이용한 이기적인 남자였다. 관계를 맺으면서도 늘 단영에게 차갑고 무심하게 대하며 맞선을 보러다니는 것을 숨기지 않는 것으로 두 사람은 언젠가는 정리해야 할 가벼운 관계일 뿐이라는 사실에 단영도 암묵적으로 동의했다고 스스로를 합리화했을 이 나쁜 남자는단영을 잃고 나서야 감정을 철저하게 잘 통제할 수 있다 여겼던 것이 얼마나 오만했는지 알게 된다.

" 널 잡을 거야.

​ 처음부터 그랬어야 했어."

늘 승자의 위치에서 단영을 언제든 정리할 수 있는 여자라 치부했던 것이 무색하게 결혼 상대로 나무랄데 없는 맞선녀를 눈앞에 두고도 떠나버린 단영에 대한 기억으로 혼란스러워 하던 강혁는 점차 그 감정의 정체를 깨닫게 되지만 이미 강혁으로 인해 마음이 만신창이가 된 단영의 결심은 단단했다. 변해버린 강혁의 모습에 당황하면서도 또 다시 미래가 없는 관계에 집착하느라 스스로를 망가뜨리기 싫었던 단영은 그가 내민 손을 차갑게 거절한다. 더 많이 사랑하는 쪽이 약자라는 진리처럼 이별전과는 달리 이제는 강자와 약자의 위치가 바뀌게 된 주인공들의 관계가 흥미롭다.


​" 아둔한 하단영은 죽었어요.​

나는 이제, 나로서 만족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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