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의 황비 세트 - 전3권 블랙 라벨 클럽 19
임서림 지음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5년 9월
평점 :
품절


 

차원이동+ 황실암투의 판타지 로맨스로, 3권이지만 무겁지 않은 분위기에 어마어마한 벽돌두께를 자랑하는 다른 블랙라벨클럽 시리즈에 비해 그다지 부담스러운 분량은 아니라서 금방 읽을 수 있었다. 기본적으로 1인칭 여주 시점이긴 하지만 중간 중간 남주시점이 외전으로 등장하기에 남주의 속마음을 몰라 답답하지 않았다. 책에서 황위를 둘러싼 여러 암투가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데 생각보다 계략들이 치밀하게 느껴지지 않은 것이 좀 아쉬웠다. 어쩌면 이 책에서 황실에서 일어난 암투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여주가 삶의 의미를 이해하고, 스스로 자신이 원하는 바를 선택하게 된 과정인지도 몰랐다.

누구도 날 때부터 의미를 가지고 태어나지는 않는다. 결국 그 자신의 삶을 의미 있게 만드는 것은, 자기 자신의 선택과 의지일 뿐.

삶을 향해 눈이 가려진 채 떨어지는 처지는, 세상에 태어나는 모든 이들이 같았다.

태어나는 데 특정한 의미가 있는 게 아니라면 내가 이 세계에 떨어진 일 역시 그러하리라.

의미가 있다면, 그것은 내가 앞으로 직접 만들어 냈기에 가능한 것.

선택하고, 살아간 끝에, 그리하여 낯선 곳에 외따로 떨어졌어도 살아남아 행복을 잡는 것이,

곧 내가 살아 있다는 증거이자 의미가 될 것이다.

나는 그리 확신하며 미소지었다. -『이세계의 황비』3권 386페이지 본문중에서

이유도 모른채 다른 세계로 넘어와 원래 세상으로 돌아가겠다고 방법도 모르면서 무턱대고 남주에게서 도망쳤다가 붙잡혀오길 반복하는 천편일률적인 차원이동 소재의 클리셰적인 전개에서 벗어난 점이 신선했고, 어느날 갑자기 지반이 침하되면서 사람을 순식간에 삼켜버리는 '싱크홀'을 차원이동과 연관지은 것이 특이했던 책이다.

수능 치러가는 날, 갑자기 다른 세계로 차원이동된 여주 비나는 그녀를 발견한 이기적인 귀족에 의해 늙은 황제의 후궁으로 바쳐져 황궁에 들어가면서 황실암투에 휘말리게 된다. 황태자였던 남주 루크레티우스가 여색만 밝히는 무능하고 추악한 황제를 죽이는 장면을 목격하게 된 비나는 그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이면서 동시에 살기위해서는 어쩔수없이 루크레티우스의 공범자가 되어 황실암투의 중심에 서게 된다. 거짓증언으로 루크레티우스는 황위를 차지하고, 비나는 적대관계인 태후의 타켓이 되어 목숨을 위협 받는다. 

" 태후를 몰아낼 때까지 방패 역할을 해 주면 돼.

네가 나서서 태후를 몰아내는 선봉장이 되어 준다면야 더 좋고."

그 세계의 최고 권력자가 된 황제 루크레티우스는 비나가 원래의 세계로 돌아갈 방법을 찾는데 협조해 주는 대가로 황위를 노리는 태후를 몰아낼 때까지 그의 황비로서 조력자 역할에 충실하기를 요구한다. 하지만, 그녀를 태후를 견제할 도구로만 여기는 루크레티우스를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고, 마음을 혼란스럽게하는 그의 미묘한 감정표현따위 전혀 달갑지 않은 장애물이었다. 비나는 황실의 암투에서 무사히 살아남아 그녀가 태어나 살던 세계로, 가족들의 곁으로 다시 돌아가야만 했다.

나는 이곳 사람이 아니다.

지금 내게 가장 중요한 것은 하나였다.

살아서, 돌아간다.

그것뿐 이었다

루크레티우스에게 비나의 존재는 기적과도 같았다. 황실을 위협할만한 친정 세력이 없어야 하고 똑똑하고 능력있어야 하며 그를 사랑해서는 안된다는 평생의 조력자가 될 황후에게 그가 기대했던 모든 조건을 다 가졌기에. 영특하고 의심많은 아내를 만족스러워했던 것도 잠시, 비나에게 매료된 후부터는 그녀의 조심성 많은 경계심과 그를 향해 세운 벽이 거추장스러웠다. 그를 온전히 믿지 못하는 비나가 더 경계하지않도록 조금씩 능청맞게 다가가던 루크레티우스.

" 내 감정과 필요, 양쪽을 모두 충족시켜 줄 수 있는 유일한 이가 그대야.

다시 한 번 말하지. 그대는 내게 내린 기적과도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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