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 세트 - 전3권 블랙 라벨 클럽 14
박슬기 지음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5년 1월
평점 :
절판


 

그리스 신화를 재해석한 '데메테르의 딸'을 읽고 작가님의 판타지 세계관에 반해서, 동양설화를 재해석한 <태화>가 연재중이라소식을 전해듣고 연재를 따라갈 자신은 없었기에 종이책으로 출간되기만을 기다렸다. 우리가 알고 있는 < 선녀와 나무꾼 >의 설화를 전혀 다른 관점에서 재해석해 '태화'라는 새로운 세계관을 구축하고, 여러 동양신화와 설화, 민속학등을 다양하게 접목시킨 작가님의 상상력이 놀라웠다. 소개글을 보니 ' A라는 전설은 하나의 역사적 사건 혹은 스캔들을 그럴듯하게 위장해 놓은 것이 아닐까'라는 착상과 그 연장선인 사고에서 탄생한 것이 '태화'였다고 한다. < 선녀와 나무꾼> 설화에 숨겨진 잔인하고 애달픈 비화~!!

 

 

그것은 아마도 오래전부터 내려오던 전래 동화에서 빚어진 이야기.

하늘에서 내려온 천녀와 어린 누이를 둔 나무꾼의 비극적인 설화.

 

그대, 인연을 쫓아 시공간의 강을 넘어온 이여.

아득한 어둠을 뚫고 달빛을 휘감은 그대는 어디에서 왔나요.

그곳은 머나먼 저편 어딘가에 존재하는 곳.

신수와 영물이 살아 숨 쉬고, 신화와 설화가 눈앞에서 펼쳐지는 곳.

교인의 노래, 불새의 꿈. 용의 뇌성과 거인이 빚은 술.

여인들의 섬, 도깨비들의 산.

영수.....의 축복과 사방신의 가호를 받는 아름다운 그곳.

그곳은 '태화'라 한다. - 『태화3』3권 524페이지 본문중에서

 

 ​

마치 거대한 지구본을 빚는 듯한 심정으로 집필하셨다고 하더니 그래서인지 판타지적 구성이 상당히 치밀하고 디테일하다. 책 속에 등장하는 지역들도 실제 그런 곳이 있는 것처럼 구체적으로 묘사되고 있지만 공간개념이 부족한 나는 머릿속에 태화의 전체적인 지역 윤곽이 그려지지 않아 지인분께 지도를 빌려서 참고 해야만 했다. 초판 특전으로 나온 지도는 나같은 '길치' 독자에게 유용할듯 싶어 초판을 구입한 독자만이 아니라 그 책을 구입하여 읽을 모든 독자들이 참고 할수 있도록 아예 책 속에 포함되어 나왔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들기도 했다. 스케일이 방대하고 주요 등장인물이 많은 복잡한 판타지물을 싫어하시면 취향탈 수도 있을듯 하다.

 

​이 책은 우리가 알고있는 ' 선녀와 나무꾼'이 사실은 < 천녀와 나무꾼 >이며 그 설화속의 실제 배경이 되는 지명이 존재하는 태화마을의 숨겨진 비밀에서부터 시작된다. 인근 주민들로부터 도깨비 마을이라고도 불리며 두려움의 대상이었던 그 마을에는 은밀하게 진행되는 '도깨비 사냥' 의식이 있다고 한다. 오래전 태화마을을 만들었던 천녀의 직계후손인 여주 수아는 실종된 부모의 행방을 찾기위해, 부친이 절대 가서는 안된다고 말렸던 그 마을에 들어섰다가 의도치 않게 마을의 의식에 휘말려 시공간을 넘어 천녀라 불렸던 '금린'의 고향인 <태화>로 가게 된다.

 

어느날 갑자기 이유도 모른채 낯선세계에 떨어져 무조건 집으로 돌아가는 것만이 목적인 대부분의 차원이동 판타지물과는 달리 이 책은 시공을 넘나들수 있는 가상의 공간인 '허곡'과 일련의 사건을 연결시켜 좀 더 개연성을 부여했다. 여주 수아는 자신이 그 '허곡'을 통해 ' 저편의 세상'으로 오게 된 원인을 분명히 인지하고 있었고, 이유야 어찌되었든 자기 자신의 의지에 따라 선택한 운명 이었다. 그래서인지 낯선세계에 떨어져 처지를 비관하며 패닉에 빠져 허우적대는 다른 책의 여주들에 비해, 호기심 많고 씩씩한 본래의 성격대로 미지의 세계에 빠르게 적응하여 < 천월경을 되찾아 비원의 꽃을 피워라>는 미션을 성공하기위해 최선을 다한다. 

 명심하여라. 허곡의 모든 빛은 운명의 빛이다.

네가 그 빛을 선택한 순간 그것은 곧 너의 운명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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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테일한 세계관과 방대한 스케일, 등장인물마다 각기 다른 능력의 전투력, 그리고 '천월경'의 실마리인 '동방삭과 천화록'과 뇌검의 행방을 찾아 다니며 마주친 괴수들과 전투하면서 단서를 하나씩 얻는 것이 꼭 게임을 하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전투능력이 탁월한 신휘는 사방이 위험으로 가득한 태화에서 그녀가 살아 남을수 있도록 전투 스킬을 가르쳐주고, 든든한 방패역할을 자처한다. 청옥장수 도호라는 길잡이 캐릭터를 통하여 낯선 세계에 대한 정보를 얻으며 주인공들은 긴 여정을 떠나게 된다. 

 

태화라는 낯선 세계에서도 기죽지 않고 호기심과 정의감이 넘쳐 가는 곳마다 사건에 개입하는 못말리는 오지라퍼 수아와 오만하고 냉혹하지만 수아에겐 늘 약해지는 팔불출 기질이 다분하던 신휘의 장난인듯 진심인듯 미묘한 부부놀이(?), 그리고 어떤 상황에서도 얌체같이 살아남는 극강의 기술(?)을 선보이는 넉살 좋은 허풍쟁이 청옥장수 도호로 인해 다소 무거운 소재임에도 분위기가 그리 어둡지만은 않기에 3권이라는 분량에 비해 빠르게 읽힌다. ​천월경을 찾아 태화를 돌아다니며 수아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또 많은 일들을 겪게 된다. 누군가는 그녀의 생명을 위협하였고, 누군가는 그녀를 위해 목숨을 바쳤다. 괴롭고 힘들었던 싸움 끝에 미숙하고 허점투성이었던 수아는 금린의 소원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깨닫게 되고 그 일을 충분히 해낼수 있을 만큼 성장하게 된다.

1권 중반무렵 남주의 폭주가 계기가 되어 급속도로 서로에게 빠져드는 주인공들을 보고 전개가 너무 빠른거 아닌가 하는 생각에 의아했는데, 결국 서로의 정체를 모른상태에서 단시일내 빠져든 그 감정이 독이 되었던지 두 사람의 정체가 밝혀지고 진실과 오해를 넘나들며 남주 신휘는 절대적이라 믿었던 여주 수아에 대한 자신의 감정에 의문을 품게 되면서 갈등을 겪기도 한다.

 

 

선과 악의 경계가 모호한 주요 등장인물들은 저마다 추구하는 이상을 위하여, 혹은 지키고 싶은 것을 위하여 자기 자신마저 내던져 희생하고 때로는 해서는 안될 그릇된 일을 저지르기도 한다. 눈에 보이는게 다가 아니라는것을 일깨워준 등장인물들의 아픈 사연과 존재의 의미. 그리고, 흑귀일족의 시발점이 된 고독孤獨. 정체성에 대한 의문을 품고 오랜세월 혼란속에 살아온 흉측한 외모의 풍산 흑귀 6남매들을 보면서 안스럽기도 했다.
세상 모든 흉귀들의 모신으로 두려움과 공포의 대상이었던 '옹화'의 사연이 가장 안타까웠다. 책속 누군가의 말대로 모든 일을 초래한 자는 오히려 굴레의 중심에서 구경만 하고 있었는데 어긋난 굴레 속에서 제일 많이 다치고 상처받은 이는 그녀였으니까. 하지만, 결국 자신이 저지른 업보는 반드시 되돌아오게 되어있고, 어긋난 운명의 수레바퀴 역시 제자리를 찾아가게 되어있는 법이다. 

 

우리는 모두 거대한 굴레 속에서 살아간다. 돌고 도는 운명의 수레바퀴 속에서 응당 업과 과보를 치르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피할 수 있다면 숙명이라 하겠는가. 끊을 수 있다면 인연이라 하겠는가 그대가 짓밟은 자리는 바퀴를 돌아 반드시 그대의 발 앞에 되돌아 오는 법. 누구도 이 원의 테두리를 벗어날 수 없다.

- 『태화3』3권 517페이지 본문중에서

 

 


천년 전 태화는 붉은 뿔의 홍화와 푸른 뿔의 청화가 비원의 주인을 떠받들고 동방의 청란, 서방의 금강, 남방의 화주, 북방의 수국등 사방신의 수호자인 사대국의 왕들이 정확하게 힘의 균형 상태를 이루고 있었다. 신궁 비원의 주인, 금린. 그녀가 사국을 통합할 황제이자 반려를 선택하기 전까지 말이었다. 하지만, 금린이 오랫동안 연모한 동방의 뇌제는 결국 황제로 선택받지 못했고, 뇌제는 얼음 속에 봉인당했다. 신궁에서 내쳐진 홍화와 청화는 뿔달린 흉측한 도깨비로 내몰리어 처참하게 사냥을 당해야만 했다.

새 황제의 즉위후 평화롭고 아름답던 태화의 모든 것이 참혹하게 변해버렸다.

대체, 천년 전 신궁에선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

 승자에 의하여 교묘히 날조된 천년 전 역사의 진실을 찾아나선 그들의 긴 여정이 시작된다.

​' 천월경을 되찾고 비원에 꽃을 피워라'

 

< 본 리뷰는 서평 이벤트로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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