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디메이드 퀸 세트 - 전3권 블랙 라벨 클럽 10
어도담 지음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4년 4월
평점 :
품절


 

 

신인 작가님이 쓰셨다는게 놀라울 만큼 배경이나 구성도 탄탄하고, 정치물인데도 지루하지 않고 흥미롭게풀어 필력에 감탄하며 읽었지만, 권당 500지나 되는 전 3권이라는 방대한 분량에 비해 주인공들의 로맨스가 다소 적고, 동화의 뒷얘기를 보여주는 듯한 결말이라 ​취향타는 분들도 있을것 같다. 레디메이드 퀸(Readymade Queen)은 이미 만들어져 나온, 미리 준비된 여왕 '이라는 의미로, 황녀의 시녀 였던 여주는 본의아니게 황녀의 삶을 대신 살게 된 '황위계승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적통 황녀' 였다.

 

이 전대미문의 사기극은 여주가 죽은 황녀와 비슷한 외모를 지닌데다, 적통 황녀가 백치오랫동안 외부와 단절된 채 유폐된 삶을 살아온 탓에 황녀의 현재 모습을 시녀인 여주외엔 아는 이가 아무도 없었기에 시작될 수 있었다. 최상위 황족과 같은 대우를 받는 개국 최고 공신 가문인데다 황위에서 가장먼 황자를 현 황제로 만들었음에도 황위를 빼앗길까 두려워한 황제의 묵인아래 부친과 친동생과 같던황태자를 잃은 복수를 위해서라면 남주는 못할 짓이 없는 남자였고, 그의 손에 복수의 열쇠가 쥐여졌다이 책의 키워드는 왈츠, 황실의 비극, 집착남, 리볼버, 이복형제, 암살, 그리고 퀸(Queen) 이다.

 

" 아주 훌륭한 대용품으로, 너를 주웠어. 넌 백치도 아니고,

황녀와 비슷한 나이에 머리도, 그 눈까지 모두 똑같아.

그 빌어먹을 황제와 말이야.....너라면, 황제가 될 수 있어.

​ 그렇게 만들 거야. 네가 아니라. 내가. "

멀쩡하게 산 사람을 죽은걸로 꾸며 죽은 황녀의 대용품이 된것도 당혹스러운데, 살인적인 스케줄의 교육과정을 들이 밀면서 닥치면 다 하게 된다는 남주의 스파르타 교육에 이를 빠득 갈만, 황위를 둘러싼 아귀다툼에서 살아남으려면 그가 시키는 대로 할수 밖에 없었다. 속성과정(?)로 만들어진 탓에 다른 황족들에 비해 부족한 면이 많았지만, 국보급 임기응변과 얕은 지식을 그럴듯 하게 포장하는 뻔뻔함을 무기로 극복해 나가고, 사격실력도 수준급이라 그 어떤 선물보다 '리볼버'를 반가워하던 독특한 여주였다. 심술궂게 굴다가도 남들이 있을 때만 '다정한 인간이 되는 병'이 도지는 남자인걸 알면서도 설레이는게 화가나 혈압이 오른다.

 

이 구렁텅이 속에 밀어 넣은 게 누군데,

정작 제가 유일하게 의지할 게 이 능구렁이 같은 작자의 손뿐이라니. 

  

때로는 진짜보다 더 진짜같은 황녀로서의 위엄을 내보이기도 하고, 때로는 뻔뻔할 정도로 능청맞게 꾸며진 모습으로 사람을 포섭는 당차고 대범한 모습을 보이지만, 태연한척 해도 여전히 자신의 속엔 평범한 시골 귀족 계집이 들어 앉아 있다는 깨닫게 되면 여주는 황실의 태생적 잔인성에 괴리감을 느끼기도 하고, 죽은 황녀가 누렸어야할 것을 대신 누리고 있다는 죄책감에 시달린다. 강박증에 가까울 만큼 자신의 가치는 진짜의 자리를 메워주는 대용품이라며 가짜이니 자신의 안전은 중요한게 아니라던 여주가 답답하고 안스럽더라 

그렇게 가짜라는 자격지심과 죄책감, 언제 정체가 들킬지 모른다는 불안감, 다시는 만나지 못할 가족들에 대한 그리움으로 평생을 힘들었을 여주를 이해했기에 결말이 어느 정도는 공감가더라. 남주역시 정떨어질 정도로 자로 잰 듯 정확한 이성 뒤에 깊숙히 감춰진 오래된 불안을 떨치지 못했기에 힘든 시기를 겪는게 혼자가 아닌 둘이어서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라키엘은 마치 그 모든 것을 아는 것처럼 끊임없이 괜찮다고 속삭였다. 모두 괜찮을 거라고, 모두 괜찮아 왔다고. 내가 원하는 것은 너고, 네가 있는 지금이 우리의 최선이고 최상이라고. 그래도 만약에, 그것이 여전히 네게 지옥이라면, 내가 천국을 끌어 내리겠노라고. 절절한 구원이었다. 이젠 아무래도 좋았다. 이게 그의 구원이라면, 그녀는 잡아야 했다. 정말로 세상에 오로지 단둘이었다. 그 절박함이 몸속 가득 차올랐다.

" 우린 사기꾼이라 천국이 낮아도 못가요."

" 천국은 기대도 안 해요. 지옥이라도 괜찮아요."

" 그냥, 같이 있어요. 그거면 돼요."  - 『레디메이드 퀸』2권 395페이지 중에서

오페라를 컨셉으로 한건지 챕터를 1막 2장식으로 표현하거나 2권 중간쯤 주요 조연인 황제부부의 과거'하마르티아'와 난데없이 '햄릿'에모티브를 따온 듯한 나라를 배신한 왕녀의 비극적인 사랑을 다룬 '오필리어'를 오페 막간극삼아 등장시키기도 하고, 3권의 끝무렵 에필로그커튼콜로 표현한것이 독특했다. 그래서인지 능력있는 연출가 남주에 의해 '적통황녀 비올레타' 배역발탁된 여주가 황실이라는 무대를 배경으로 최고의 연기를 펼쳐보인 오페라를 본 듯느낌이다.

 

 

전쟁戰爭, 독살毒殺, 반역反逆…….
무대의 막이 내릴 때, 나는 여왕Queen으로 서 있을 것이다.

 

 1권은 길거리의 촌뜨기 소녀 일라이자를 훈련시켜 완벽한 상류층 숙녀로 재탄생시킨 '마이 페어 레이디' 처럼 몰락한 귀족 가문에서 태어나 먹고 살기 위해 귀족으로의 습관은 잊다시피한 여주를 '황위계승권을 인정받을 만큼 경쟁력있는 적통 황녀 비올레타'로 만들기 위해 주인공들이 티격태격하는 다소 밝은 분위기의 비해 2권은 광기어린 황제와 그를 증오하는 황후의 잘못된 만남을 보여주는 '비극적 결함'을 중심으로 황위를 둘러싼 이들의 둡고 추악한 이면이 드러나는 전개라 다소 무겁다. 그리고, 마지막 3권에선 자식들을 체스판 위에 놓인 말처럼 늘어놓고, 끊임없이 시험하던 황제의 마지막 선택이 모습을 드러낸다.    

    

노도처럼 산란하는 황실의 운명.
끝까지 자리를 지키는 자가 황제의 관을 쓸 것이다

< 이 리뷰는 서평을 전제로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책을 읽고 작성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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