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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바다를 지날 때 (한정판)
진주 지음 / 로코코 / 2014년 1월
평점 :
품절
단어하나, 어순까지 심혈을 기울인 듯한 작가님 특유의 서정적이면서 시적인 수려한 문장외에도
존재의 가치와 구원, 길들여짐과 미련, 사랑에 대한 가치관과 사람에 대한 믿음, 그리고 이해까지
주인공들의 여러 고뇌를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던 책이다.
여주 수안을 통해 여러 문학작품을 함께 접할수 있어 좋았던~!! 특히, 작가님께서 '사랑의 역사'라는
책에 얼마나 많은 애정을 가지고 있는지 잘 느껴져 그 책이 너무 궁금해 졌다. 그 책의 문구를 인용한
사랑고백이 인상적이었다.
" 사랑은 사람의 마음을 한없이 여리게 만들어요. 꼭 유리로 만들어진 심장을 안고 사는 것 같아. 그 책 속에서 소년이 말한 것 처럼 말이에요. 그런데 참 이상도 하죠. 마음이 그렇게 여리고 위태로워져도, 어쩐지 강해지는 기분이 드니까. 그런 건가 봐요. 유리로 된 몸의 일부를 지키기 위해 훨씬 강한 사람이 되게끔 하는거. 그게 사랑인가 봐요."
" 나의 일부는 유리로 되어 있어요........ 사랑해 "
- 『바람이 바다를 지날때』 383~384페이지 본문중에서 발췌
작가님께선 후기에 누군가의 마음을 따스하게 해 줄 수 있는, 크리스털 풍경의 울림처럼 지리멸렬한
일상에서 누리는 작은 감정적 사치가 되어 줄 수 있는 그런 소설을 쓰고 싶다고 하셨는데 다른분들은
몰라도 나에겐 이미 이책이 그러한 의미였다. 독자란, 어떤 책이든 자신이 겪어온 경험에 비춰 이해
할수 있는 문장만 이해한다는 어느 작가님 글처럼 나 역시 이책을 100% 다 이해했다고는 볼수 없겠
지만 주인공들 감정에 공명하여 함께 울고 웃었던 것만으로 나에겐 충분히 사랑스러운 책이었다.
온전히 이해하지 못할 걸 알면서도 기꺼이 노력하고 싶어지는 마음이 사랑이라고 했으니~ 이책을
온전히 다 이해 못했다고 해서 이책을 사랑하는 내 마음이 결코 덜한 건 아닐거라 믿는다.
언젠가 당신이 말했죠. 사랑은 온전히 이해하는 게 아니라 온전히 이해하지 못할 걸 알면서도 기꺼이 노력하고 싶어지는 마음 이라고. 당신을 생각하는 내 마음이 그래요. 이런게 사랑이라면 나, 당신을 참 많이 사랑하고 있구나. 문득 당신을 바라볼 때, 당신을 떠올릴 때, 그 무수한 순간들마다 나는 이런 감정을 느껴요. 참 아름다운 일이네요. 사람이 사람을 사랑한다는 건.
- 『바람이 바다를 지날때』 410페이지 본문 중에서 발췌
바람이 분다.
설렘을 동반하는, 아름다운 바람이다.
유리 종의 울림과 앵강만의 반짝임에서 영감을 얻어 쓰셨다는 이책은 사람의 온기를 모른채 한 평생을
죄책감이란 줄에 매달려 사람을 믿고 의지하는 게 어떤건지, 뭔가를 욕심내는 기본적인 감정마저 통제
받으며 지독히도 외로운 삶을 살아온 여주 수안과 언뜻 방만해 보이지만 실은 누구보다 스스로에게
엄격하고 반듯한 남주 체이스의 이야기다.
차분하고 소극적인 수안과 능청맞고 저돌적인 체이스는 겉으론 달라 보이지만 의외로 닮은 부분이 많은
커플이다. 둘다 구원이 필요할 만큼 아픈 상처를 겪어야만 했고, 겉으로는 아닌척 하면서도 본능적으로
무언가를 하염없이 그리워했다는 점도 그러했다. 사랑의 영원성은 믿지 않지만 그럼에도 서로가 있어
조금 더 잘 살 수 있다는 생각에 사랑을 조금 더 오래 유지하기 위해 노력을 하겠다는 의지가 닮았다.
그러기 위해 전적으로 상대에게 의지하여 살아가는 종속되는 삶보다 혼자서도 당당히 설수 있기를 바라
는것 까지도~!!!
세상 그 무엇도 영원할 수 없다는 걸 경험한 주인공들은 '사랑의 영원함'을 쉽게 장담하지 않았다.
불확실한 '영원' 대신 '조금 더' 라는 현실적인 표현을 했기에 그들의 사랑은 더 진솔해 보였다.
담담하지만 알고 보면 깊은 의미를 내포한 ' 조금 더'~!!
조금 더. 안다. 조금. 아주 조금이 결국 어마어마한 차이를 만든다는 것을. 기계도, 레이스도, 사람의 인생도. 결국 삶이란, 그 조금을 위한 안간힘의 연속인지도 모른다는 것 역시 알고 있다.
- 『바람이 바다를 지날때』 346페이지 본문 중에서 발췌
그의 사랑이 영원할 거라 믿는 건 아니다. 그러길 바라지만 그건 함부로 단언할 수 없는 거니까. 대신 영원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확신이 들었다.
상처 입게 되더라도, 그래도 이 사람이라면 괜찮다는 확신.
이 사랑의 끝이 어떤 형태라도 후회하지 않을 거라는, 그런 확신.
- 『바람이 바다를 지날때』 395페이지 본문 중에서 발췌
다른 식구들이 저지른 잘못으로 일어난 비극을 아무 죄 없는 아이에게 그 모든 죄를 덮어씌워 경멸해
가며 가정의 평화를 지켜온 여주가족들의 가식과 비겁함에 분노했지만 여주만큼 깊은 상처로 고통
스러운 삶을 살아온 여주 이복언니 정안의 사연에는 연민이 느낄수 밖에 없었다. 체이스로 인해 수안이
구원받았듯이 정안도 누군가에게 구원받아 그 고통에서 벗어나기를......
요트 레이서라는 남주 직업은 로설에선 처음 접한 설정이기에 신선했다. 몰랐던 분야를 이책을 통해
조금이나마 알게 되서 반가웠던~!! 요트 기술의 집약체인 레이싱 요트와 일 년여에 걸쳐 지구 한 바퀴
보다 긴 40,000 마일을 항해하는 험난한 여정의 '볼보 오션 레이스'에 관해서도 급 관심 생기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