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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야 지음 / 신영미디어 / 2013년 11월
평점 :
품절


 

이상하게 나는 작가님 책들은 여주보다는 남주가 더 좋다. 맡은바 책임을 묵묵히 해내면서도

여주를 하염없이 기다려주는 순정이 돋보여 남주편애가 되어 읽는 편이었는데 이 책은 기존

작가님표 순정 남주 + 집착까지 더해져서 더 내 취향이더라. 삶에 지친  스스로를 치유하고,

세상과 부딪치기보다 세상을  품에 안기 위해 무던히도 애쓰던 연약하면서도 여리지만은

않았던 여주도 좋았지만 그녀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죽은 남친에게 발목 잡혀 그 유가족들에게

계속 휘둘리게 되던 상황때문에 답답하기도 하더라. 

 

남주는 여주에게 강한 집착을 보이지만, 상대에 대한 배려와 소통이 없는 일방적이고 비상식

적인 집착을 보였던 남조와는 전혀 달랐다. 쉽게 손에 들어오지 않는 장난감에 집착하는

어린애 같았던 남조 때문에 사랑은 아픔, 두려움과 연민이라고만 생각했던 그녀가 바위처럼

무겁고 강인한 남주를 만나 진정한 사랑이 어떤건지 깨닫게 되어 다행이었다. 상처많은 여주가 겁먹고 도망칠까봐 냉혹한 본성을 교묘히 감추는 치밀함까지 갖춘 영리한 남주~!!

 

순박한 시골 대안학교 교장인줄만 알았던 남주의 또 다른 배경이 밝혀지자 조금씩 마음의

상처를 치유해 나가던 여주가 또다시 가시많은 세상속에 던져져서 안타깝기도 했다. 아무리

남주가 능력을 발휘한다고는 하지만 막는데는 한계가 있었고 그녀로 인해 그의 오랜꿈이 무너

질수도 있는 상황이란건 분명했기에, 남주를 지켜내려 여주가 그런 선택을 하게 된것은 당연

한 일이었다.

 

서로에게 가는 '길'을 위해 각자의 방식대로 노력하였고, 두사람 모두 최선을 다했기에 '결과'

가 어떤식으로 나타났던지 간에 둘다 후회는 없었으리라. 명쾌한 결과를 보여주지 않아 허탈

하신 분들도 있겠지만, 만약 작가님께서 승패의 결과를 써주셨더라도 어떤쪽이든 이건 아니다

싶은 독자들은 있었을터이니 차라리 독자들 각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상상할 여지를 남겨 두신

게 현명하지 않았나 싶다.  

 

승패의 여부와는 상관없이 두사람은 그들만의 소선에서 행복하게 살아갈 것이란 사실엔 변

함이 없으니 그걸된 된게 아닌가 싶다. 나는 지방사람이라 그런지 소선 사람들이 쓰던 구수한

사투리도 좋았는데, 그런거 좋아하지 않는 분들은 적응안되서 취향탈지도 모르겠다.

 

 

만물을 품어 주는 지리산을 닮은 남자, 홍이문

...그녀의 존재가 잠자던 욕망을 깨운다.

 

한겨울 눈 속에 핀 시린 꽃을 닮은 여자, 진제이

...그의 목소리가 잊었던 감정을 깨운다.

 

그것은 내가 네게로 가는 길, 이곳은 네가 내게로 오는 길

서로가 서로에게 향하는 길

 

 

여주 제이는 암투병을 하던 엄마와 집착으로 그녀를 괴롭히던 남자친구가 한꺼번에 죽어 버림

으로써 오랫동안 갈망했던 자유가 찾아왔는데도 전혀 기쁘지 않았다. 혼자 있는 빈 공간을

살아가는 게 버거웠다. 우연히 서점에서 발견한 치유의 산이라는 제목의 지리산에 대한 책

때문에 결정한 지리산으로의 치유여행에서 만나게 된 그는 세상의 모든 것을 포용하고 단단히

버티어 선 지리산을 닮아 있었다. 지금껏 알았던 남자들과는 전혀 다른 삶의 연륜이 향기처럼

배어 있는 어른스러운 그는 거센 파도에도 흔들리지 않는 웅비한 거암과 같다.

 

도망치고 싶었다. 사랑은 두번 다시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도  심장은 저 혼자 뛰어 댄다.

사랑이라는 거, 하는 것인줄 알았는데 자신도 모르게 빠져드는 것인가 보다. 그가 좋았다.

차갑고 날카롭지만 가슴 설레는 그의 키스가 좋고, '제이야'하고 불러주는 그의 다정한 목소리

도 좋았다. 그녀를 바라보는 갈색 눈동자, 그의 손가락 하나, 머리카락 하나, 설레지 않는 것이

없었다. 그의 모든 것이 좋았다.

 

 

남주 이문은 지향하는 목표가 뚜렷했기에 혹여 있을지 모르는 약점을 감추기 위해 철저히

계산된 삶을 살아왔다. 노랗게 스러지는 노을 속, 들판에 서있는 무상한 그의 삶에 예고 없이

뛰어든 여린 그녀를 만나기 전까지. 가슴이 철렁 내려앉을 만큼 스산한 눈빛을 하고서 스러지

여릿한 몸체를 지닌 그녀는 아파보였다. 자꾸 그녀에게 눈이 가는 자신이 걱정스러웠다.

이리 마음이 가도 괜찮은 걸까?

 

그에게 이토록 강한 집착이 숨어 있을 거라 생각하지 못했다. 어찌 보면 탐을 내는 것조차

수치스러울 정도로 어린 여자였다. 그런데도 한 순간도 시선을 뗄 수 없었다. 하루하루 갈수록

욕심이 생기고 탐이 나는 예쁜 아이. 심장이 두근 거렸다. 그래서 이 아이는 위험하다. 결코

감정이 허락되어서는 안 되는 그를 흔들어 뿌리째 뽑히게 만들 테니까. 내 약점 될 것이 분명

한 그녀. 알고 있었다. 그러나 멈출 수 없었다.  미쳐 가고 있었다, 나는, 저 여자에게.  

그녀가 도망치길 바랐다, 진심으로.

 

" 얼른...... 도망가라. 제이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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