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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부동산 1
이휴정 지음 / 신영미디어 / 2013년 11월
평점 :
품절
지인분 리뷰를 보고 급관심이 생겨 읽었는데 물흐르듯 편안한 문체에 공감가는 문장이 많아서
감탄하며 읽었던 책이다. 어른스럽지만 19살의 한계를 뛰어 넘을수는 없었던 여주가 상처많은
남주를 만나 맹목적이고 서툰 첫사랑의 열병을 앓으며 점차 분별 있는 사랑을 하는 방법을
깨달아 가는 과정을 잘 그려주셨다. 어리고 첫사랑이기에 맹목적일수 밖에 없었고 첫사랑의 실패
를 겪어본 어른이기에 신중해야 했던 둘의 사랑이 이해되더라. 1인칭 여주시점이지만 남주심리
도 대략 엿볼수 있어 그다지 답답하지 않다.
이책은 첫사랑을 겪으며 성숙해져가는 여주의 감정 변화가 포커스인 책이었다.
그들에겐 10살이라는 나이차이가 문제의 핵심은 아니었다. 믿음의 문제였고, 사랑에 빠진 시기
가 문제였을 뿐~!!
처음부터 서른살, 마흔살이 어디 있겠는가. 다 거치고 거쳐서, 또 채이고 채여서, 물들이고 물들어서 한 해 한 해 세월을
먹어 가는 거겠지. 그러니 대단치도 않다. 나이라는 것. 내게도 찾아올 그 시간을 저 사람이 지금 잠시 딛고 서 있는 것뿐이다.
그는 어른이고 남자인 탓에 나보다 나약할 수 있는 수단을 가지고 있지 못했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그를 연민하게 하는,
단 하나의 애처로운 연약함이 되었다. 나약해질 수 없었기에 연약해진 어른, 말로 설명하기 힘든 그만의 연약함을 인지한 순간,
내가 그의 나이까지 사랑하게 되었음은 당연한 일이었다.
-『미주부동산』본문 中
초반 서로를 향한 본심을 교묘히 감추고 상대방을 떠보듯(?) 의미심장하게 주고받는 말장난이
재미있었다. 유치하면서도 간질 간질~
나이에 비해 야무지고 의젓하고 영악하기까지한 꽤나 교활한 처세술을 몸에 익혀 두고 있었지만,
어른인 조위에 비하면 댈 수준이 아니었던 여주 탄경은 말문이 막히게 하는 남주의 말재주에
매번 지게 된다. 하지만, 철저히 조련당한 느낌에 분해서 토라진 탄경을 달래느라 결국 어른
스러운 남주를 매번 안절부절 못하게 만들었으니 어찌보면 여주가 조련엔 한수 위~?
계속 알콩달콩 지낼것만 같던 그들은 실은 사랑할 시기를 잘못 택한 커플이었다. 하필이면 인생
에서 중요한 관문중 하나로 손꼽히는 수능시험을 앞둔 고3 수험생인데다, 소녀와 성인여성의
경계에 서있는 정신적 과도기에서 처음으로 마음에 품어버린 대상이 10살이나 연상인데다 알고
보니 비극으로 끝나버린 첫사랑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해 사랑의 영속성을 믿지 못하는
조위였으니~ 게다가, 하필이면 그녀가 독립을 결심하여 혼자 모든 것을 결정해야만 한다고
여겼던 의지할곳 없이 외로웠던 시기에 말이다.
그런 악조건 속에 어린 탄경은 마음의 여유를 잃고 갈수록 조급해져 필사적으로 사랑이라는 감정
에 매달리게 된다. 이성이 마비된듯 앞만 보고 달리는 19살 탄경의 맹목적인 사랑을 곧이 곧대로
믿기엔 남주 조위는 너무 많은 것을 알아버린 어른이었다. 19살의 그 치기 어린감정이 현실에
치이다가 끝내 변질되는 과정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어린 탄경에게 끌리면서도 버림
받을까 두려워 미리부터 마음을 단속하고 그녀를 밀어내려 했지만 아무리 어른이라도 사랑이란
녀석은 뜻대로 잘 되지 않는법이다.
그녀를 떼어 놓지도 받아들이지도 않는 불분명한 경계에 서서, 감정기복이 심한 19살의 여주를
배려하며 그의 방식대로 아껴주고 그의 속도로 꾸준히 다가가고는 있었지만 그 속도가 너무
느리고 그 걸음이 너무 흐려서 마음이 조급한 탄경과는 속도가 맞지않았기에,, 두사람은 갈등을
겪게 된다. 서로를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과 '판단'은 하면서도, 서로에 대한 믿음과 확신이
없었던 그들은 서로에게 의지하려 들지 않고, 상대방이 의지할 여건도 마련해 주지 못했다.
결국 혼자 궁리하고, 타협하고 결론까지 내려버린 탄경이 안타까웠던~
첫사랑은 원래 그렇게 어딘가 모자라고, 어딘가 부족하고, 어딘가 결여되어 있는 것이라고 남자는 말한다.
완전하지 못하고, 미숙한 것이란다. 그러나 그 불완전함은 순수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고, 그렇기에
'이루어지지 않음' 역시 첫사랑의 소중한 미덕이란다.
모자라고 부족하고 결여되어있지만, 그래서 아름답고 순수한 첫사랑.
누군가를 처음처럼 사랑할 수 있는 마음이 있다면, 모든 사랑은 첫사랑이다.
-『미주부동산』본문中
책속 누군가의 충고처럼 '나이도 급하게 먹으면 체하는 법'인데, 탄경의 고육지책(苦肉之策)이
아니었다면 아직 단단하지 않은 아이의 정신에 어른의 사랑이 깃들어 그들사이에 또 다른 문제
를 초래했을지도 모르고, 조위는 과거에서 벗어날 용기를 내지 못했을 것이다.
앞으로도 그들은 여전히, 부족하고 서툴러서 갈등을 겪게 되겠지만 서로 믿고 의지하는 한
함께함으로 행복할 것이다.
호랑이가 장가가는 날, 여우가 시집가는 날, 미주부동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