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바닥 수필
최민자 지음 / 연암서가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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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봄 꽃샘추위는 유별나다. 꽃들이 더디 피는 바람에 벚꽃 없는 벚꽃축제가 열렸고, 봄의 전령사 개나리도 예년보다 늦게 노란 웃음보를 터트렸다. 하지만 4월의 날씨만 얄궂은 게 아니다. 심술궂은 강풍은 겨우내 정성들여 가꾼 채소 비닐하우스를 찢어 버리지만, 봄은 왔다. 봄의 아지랑이를 한보자기 풀어 놓은 일상의 사소한 사건과 사물들, 마치 한편의 서사시와 같은 언어로 손바닥에서 놓을 수 없는 이야기, 손바닥 수필이다.

 

책은 가볍게 술술 읽히면서도, 한 번 더 생각해 보게 하는 힘이 있다. 마치 봄을 흠뻑 느낄 수 있는 이야기들이다.

 

며칠 전 비로 가로수 벚꽃들이 후드득 꽃비를 뿌렸다. 도로에 만들어진 꽃포장길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 그 길을 따라 걷다보면 어느 새 천국이다. 혹 걷다가 비에 젖은 꽃잎을 만나면 주워서 햇볕에 말리기도 한다. 나는 떨어진 꽃잎을 하나하나 세길 좋아한다. 이유는 아주 오랫동안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기 때문이다. 꽃은 떨어져도 추하기는커녕 나에게 언제나 희망이자 꿈이다.

 

어느 날 봄처럼 내게 온 연암서가의 ‘손바닥 수필’도 그러했다. 피천득 선생으로부터 "반짝이는 예지, 조금만 드러낼 줄 아는 자제력, 정제된 언어…"라는 평을 받은 저자의 수필집은“어떤 신이 지구를 뻥튀기 기계에 넣고 ’뻥이야!‘하고 튀겨 낸 것”처럼, 여기저기서 꽃들이 피기 시작하는 이 계절, 봄을 맞이하면서 풀어낸 글도 인상적이다.

 

봄 뿐 아니라 작가는 ‘술과 차’에 대한 단상에서도 차 한 잔 마시는 즐거움을 허락한다. "술은 차게 마시고 차는 뜨겁게 마신다. 찬 술은 가슴을 뜨겁게 데우고 뜨거운 차는 머리를 차갑게 식힌다. 술은 기분을 끌어올리고 차는 마음을 가라앉힌다. 집 나간 마음을 불러들여 마주 앉고 싶을 때엔 조용히 앉아 차를 마시고, 응어리진 마음을 풀어헤쳐 숨통을 틔우고 싶을 때는 여럿이 어울려 술잔을 기울인다.“ (P44)

 

선운사 가는 길에 느낀 ‘마음’에 대한 글에서는 인생에 대한 통찰력도 느낄 수 있다. 사실, 선운사에는 일 년 내내 꽃물결로 출렁인다.

 

작가 최민자가 마주한 대상들은 아주 다양하다. 보통 사람들은 무심히 지나칠 법한 것들이다. 꽃씨, 파밭, 거미, 피, 그림자, 장독, 시인들, 그리고 제주도도 소재다. 이야기에는 순서가 없다. 그냥 자유롭게 들려주고 있어 몇 장을 뒤적이다 읽어도 공감은 동일하다.

“그래, 봄이야, 봄. 봄(見, seeing)이라고! 봄에는 그저 ‘봄’만 할 일이야. 나무처럼 안으로 나이를 감추고 봄 햇살 속으로 ‘봄’ 하러 가야겠어. 느껴야 할 때 생각하고 생각해야 할 때 느끼는 얼간이 맹추 노릇 집어치우고 말이야....”

작가는 자신의 글에 대해 ‘글도 삶도 손바닥 크기를 넘지 못했다‘고 자평한다. 하지만 인생사 모든 일이 이 손바닥 안에서 있다는 생각을 하면 이야기가 단순하지만 않다. 인생을 바라보는 따스한 시선과 흔들리면서도 중심을 잃지 않는 유연성, 그뿐이랴 세상을 꿰뚫어보는 날카로운 예지가 곳곳에 숨어있는 이 책을 읽고 또 읽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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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련화
손승휘 지음 / 황금책방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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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기미년 삼월일일 정오 터지자 밀물 같은 대한독립만세 태극기 곳곳마다 삼천만이 하나로~이 날을 길이 빛내자’는 기념노래를 또박또박 따라 부르며 내 자신이 만세운동 현장에 있는 것처럼 마음이 끓어올랐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일제강점기 충남 천안 아우내 장터에서 독립만세를 외쳤던 유관순은 독립투사의 아이콘이다. 시퍼런 일제에게 맨몸으로 대항한 소녀는 결국 감옥에 숨을 거뒀다. 책 '한련화'는 유관순 열사를 새롭게 조명한 책이다.

 

책 제목 '한련화'는 마른 땅에 피어나는 연꽃을 지칭한다. 꽃말은 애국이라는 걸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1919년 3월1일 경성에서는 한 소녀가 모진 고문 끝에 숨을 거둔다. 독립투사의 아이콘인 유관순을 이 책에서는 인간적인 매력에 초점을 맞췄다. 사람이었던 유관순도 결단을 내리기까지 고민을 거듭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위인전 속 유관순은 용감한 철인이자 태생부터 독립투사였다. 그래서 매력이 없었고 우리와 다른 사람으로 여겼는지도 모른다. 그런만큼 공감도 덜한 것 사실이다.

 

이념과 취향이 다르고 세계적인 소비문화에 노출돼 자라온 세대들도 나라사랑과 민족의 자긍심이 없는 것은 아니다. 2002년 월드컵에서 보았듯이 태극기를 흔들며 열정적으로 뭉쳐 목이 터져라 “대한민국~”을 외치던 모습에서 희망을 읽을 수 있다.

 

하지만 유관순, 그녀가 왜 나라의 미래를 고민했는지, 왜 직접 나서야 했는지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았다. 우리에게 그녀는 태생부터 독립투사이자 위인,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위인전의 병폐인지도 모른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어릴 적에 누구나가 유관순의 위인전을 읽었지만 성인이 된 후엔 그녀에게서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이유는, 아마도 그녀가 ‘애국투사의 신화’ 앞에서 인간의 냄새를 빼앗겼기 때문일 것이다.

 

작가는 유관순의 마지막 심경을 체험하기 위해 한겨울 감방에 들어갔다. 추운 겨울 덜덜 떨면서 고문을 당했던 유관순의 고통을 생각해 봤다. 저자는 감방에 앉아서 유관순이 당했을 조롱과 비웃음, 그리고 살이 찢어지는 고문에 대해 생각했다. 저자의 노력 덕분에 '한련화'는 우리가 모르는 인간 유관순의 모습을 담아냈다.

 

방패 같은 잎과 투구 같은 꽃을 가진 '한련화'는 고민 끝에 자신을 희생한 유관순가 묘하게 닮았다. 꽃이 피는 6월, 베란다에 한련화 덩굴 한 화분과 그 꽃을 피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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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가 있는 사람은 경계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 열다섯 분 스님들이 들려주는 행복한 법문
원산 스님 외 14인 지음 / 불광출판사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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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항상 넘치거나 모자라는 상태를 계속해서 이어간다. 또, 살아가다 보면 의외의 것이 벗이 되기도 하고 스승이 되기도 한다. 별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것들이 어느 순간 말을 걸어오게 되고, 그 일이 계기가 되어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벗처럼 여겨지기도 하고, 그러다가 스승처럼 여겨지는 것들이 있다. 삶 속에 벗과 스승을 두고 사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오늘 손에 잡은 채 순식간에 읽어졌던 ‘지혜가 있는 사람은 경계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15명의 스님이 행복에 이르기 위한 정진의 해답을 일깨워준다. 이 책은 2011년에서 2012년 사이에 <법보신문>에 연재되었던 '名법문 名강의'와 월간 <불광>에 연재되었던 '살아있는 명법문' 중 인기를 누렸던 법문들을 선별해 엮은 책이다. 저자들은 자신의 경험이나 일상적 소재를 들어 삶의 지혜를 전한다.

 

지난 1년간 전국에서 열린 수많은 법석의 주옥같은 법문 가운데 대중의 눈높이에 맞춘 생활 법문을 중심으로 15편을 선별해 수록했다. 경전에 대한 해설이나 선법문이 아닌 생활법문만을 모았다. 그런 까닭에 책속의 스님들은 자신의 경험이나 일상을 기꺼이 펼쳐 보인다.

 

욕심을 부리면 고통을 면하기 어렵고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해 주려는 마음이 자신을 행복으로 인도한다는 메시지가 책에 담겼다.

 

세상에 거의 모든 사람, 특히 실패한 사람들은 ‘언젠가 증후군(Someday Sickness)’을 가지고 있다고 해요. 언젠가는 할 거야, 이것 때문에 다 실패하고 안 된다는 겁니다. 그저 맹목적인 낙관으로 삶을 허비하는 사람들, 이런 사람들의 좌우명은 ‘어느 날’이라고 해요. 하지만 그 ‘어느 날’은 영원히 오지 않습니다. 그날을 위해 자신을 갈고 닦지 않는다면 말이지요.

지금 만족하지 못하고 평화롭지 못하면 영원히 그렇지 못합니다. 그러니 지금 놓아버리세요. 지금 자유로워지세요. 현재는 과거의 필연적 산물이고 모든 미래의 필연적인 원인이 됩니다. 그래서 현재가 가장 중요해요. 우리의 깨달음의 성취도, 평화스러움도 지금 여기에 있는 것입니다. 내일이나 다음이 아니고 내 마음 속에, 내가 서 있는 삶의 현장 여기에 그대로 들어 있는 거예요. 지금 여기에 머물되 고정된 관념과 집착을 버리는 순간, 우리는 이 미 해탈한 자유로운 존재이며 부처님의 품속에 들어 있는 존재입니다. (P82~P83)

 

이 책에 실려 있는 열다섯 편의 법문은 나의 삶, 우리의 주변을 다루고 있다. 스님들을 향한 선문답도, 누군지 알 수 없는 독자를 상대로 설해진 것도 아니다. 그렇기에 독자는 법석에 앉아 법사 스님과 눈을 맞추듯, 지금 품고 있는 고민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듯 생생하고 선명하게 답을 구할 수 있다.

 

창문이 넓은 집을 좋아했던 해월 스님, 창문이 허공인줄 알고 날아가다가 창에 부딪혀 죽은 참새들의 주검이 해당화의 거름으로 쓰이는 모습을 통해 윤회의 한 자락을 보았다고 털어 놓는다. 영진 스님, 한낱 농담으로 던진 말을 철썩 같이 믿고 기도하는 불자의 모습에서 마음이 도달하는 곳에 진정한 행복의 길이 있음을 발견한다. 의아했던 문장으로 몇 번을 반복해 읽게 했던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욕심을 원력으로 바꾸라”는 지현 스님, “남의 집에서 하룻밤을 자더라도 주인을 찾음이 당연하듯 이 몸뚱이의 주인을 찾는 것도 당연하다”는 원산 스님의 법문 등도 한 결 같이 불자의 길, 행복의 길을 이야기하고 있다.

 

종교는 다르지만 법문을 듣는 듯 책장을 넘기다 보면 마음을 찾는 일, 행복을 찾는 일, 그리고 나와 이웃이 함께 하는 일은 모두 하나로 연결되어 있음이 점점 더 뚜렷이 그려진다.

 

‘지혜가 있는 사람은 경계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제목처럼 행복으로 가는 지혜를 얻은 이에게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경계는 더 이상 걸림돌이 되지 않는 법을 설득한다. 책장을 펼치는 순간, 성큼 다가서는 스님들의 ‘행복한 법문’이 가느다란 눈을 뜨고도 봄을 맞이할 수 잇도록 여유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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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 일기 - 최동단 울릉 독도 경비대장의 나라사랑 이야기
류단희 지음 / 지혜의나무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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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그동안 독도가 한국 땅으로 그려진 고지도가 나올 때마다 독도가 아니라고 우겨왔습니다. 하지만 최근 독도의 명백한 형태가 그려진 고지도가 새로 확인됐는데 일본은 이마저도 왜곡하고 있습니다.”

부천에서 개인택시를 운전하는 문은식(63) 씨는 정권이 바뀔 때만 잠시 거론되는 독도 문제가 안타깝다고 운을 떼었다. '지구촌환경보전회' 회장이기도 한 그는 지난 3·1절을 맞아 회원들 15명이 자신이 운전하는 개인택시 오른쪽 뒷문 바깥쪽에 가로 60㎝, 세로 40㎝의 대형 홍보물을 붙였다. 홍모물은 독도 전경 사진과 '독도는 한국땅', 'Dokdo Korea'라는 문구와 무궁화 등이 담겨 있다. 승객들이 택시를 타거나 내릴 때 바로 볼 수 있도록 뒷문에 부착한 것이다. 영문이름을 넣은 것은 외국인들에게 자연스럽게 알려주기 위한 속 깊은 의미가 숨어있다.

 

‘독도일기’를 읽기 전 우연히 만난 의식 있는 택시기사 이야기다. 지난 해 여름 기회가 되어 울릉도를 찾았다. 설렘으로 가슴이 울렁거리고 배 멀미로 속이 울렁거리며 찾아간 울릉도는 여전히 신비의 섬이었다. 울릉도 옛길인 내수전 트레킹 코스를 걸으며 동백나무 자생 숲을 지나자 내수전 전망대가 모습을 드러낸다. 맑은 날 독도가 보인다는 곳이다. 최근 공개된 울릉도에서 촬영한 독도 사진은 ‘울릉도에서 독도가 보이지 않는다’는 일본의 주장에 종지부를 찍은 확실한 증거다.

 

이런 때 독도 경비대장이 난중일기를 써내려가듯 꼼꼼히 쓴 ‘독도 일기’(지혜의나무 펴냄)가 독도의 안부를 전해왔다. 첫 장을 열면서 울릉·독도 경비대 류단희 대장은 이 책을 세상에 내놓으며 “나는 독도와 울릉도를 지키고 있다. 대한민국의 심장이자 대한민국의 서울과도 다름없는 우리 국토의 최동단 독도에서 2011년 한 해 동안 90여 회 출몰했다가 소실된 일본 순시선을 응시한다. 지금으로부터 4백20년 전 그해는 임진왜란이 일어났던 1592년이다. 올해 또 임진년을 맞았다”라고 소회를 전했다.

 

이 책에는 독도와 울릉도에 근무하는 대원들이 대한민국 청년으로서 독도와 더불어 성장해나가는 모습도 담겨 있다. 물론 지휘관으로서 가진 열정과 조국애를 지난해 부임한 이후 일일 보고를 하듯 펼쳐 보이기도 했다.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독도 지킴이’들의 독도 방문 기록도 낱낱이 새겼다. 김장훈의 독도 콘서트를 지상 중계했고, 미국 소년 환경운동가 와 “파이팅!”을 외치며 찍은 사진도 공개했다.

 

울릉도 3개의 전시실에는 일본의 독도영유권 주장을 반박할 수 있는 자료가 수두룩하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1936년 일본 육지측량부에서 작성한 ‘지도구역일람도’다. 울릉도와 독도를 굵은 실선으로 한국 땅이라고 분명하게 기재해놓았다. 일본인들이 말이다. 그러고도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니 속이 부글부글 끓는다.

 

나도 이럴진대 삼대가 덕을 쌓아야 독도를 구경할 수 있다는 곳에서 ‘울릉도와 독도를 지키는 우리대원들은 정말 용감하고 고양이처럼 날쌔고 씩씩하고 민첩했다’ 는 구절에서 저자의 대장으로서 대원을 사랑하는 마음이 느껴졌다.

 

독도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정치권 등에서 찾아가 “독도수호” “일본규탄”을 외치며 태극기를 흔드는 모습은 볼썽사납다. 너울파도만 일어도 접안조차 못하는 독도에 해양호텔과 어업인 숙소를 짓겠다는 등 즉흥적이고 인기영합적인 아이디어를 대안이라고 내놓은 발상도 한심하다. 일본의 계략에 말려들지 않으려면 감정적 대응을 자제하고 장기적으로 차분하게 대응해야 한다.

 

이 책에 대해 한국 홍보 전문가 서경덕 교수는 "독도의 가장 큰 적은 '일본'이 아니라 우리들의 '무관심'이라 생각합니다. 늘 꾸준한 관심과 사랑만이 우리의 독도를 지켜 나가는 가장 큰 힘이거든요. 이런 관점에서 이 책은 우리에게 독도를 자세히 알려 주고 영토 사랑의 큰 뜻을 전달해 줍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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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동안 나를 기다리는 것들 - 미리 알아두면 삶이 편해지는 23가지에 대하여
웬디 러스트베이더 지음, 이은정 옮김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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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다. 나는 나무를 통해 봄을 느낀다. 겨울 동안 거친 바람에 까칠한 나무들이 바람을 맞으면서 봄을 맞는다. 나무가 봄을 어떻게 맞는지를 확인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우선 나뭇가지를 보면 알 수 있다. 봄을 준비하는 나뭇가지는 겨울과 달리 힘이 넘친다.

 

삶이란, 나무와 같다. 그래서 나이가 들어가며 어쩌면 내성이 더욱 강해져 청춘이었을 때보다 강인한 내구력이 생기고 있다.

 

‘살아가는 동안 나를 기다리는 것들’은 이러한 인생의 이야기를 차근차근 들려준다. 지금부터라도 인생 계획을 세우라고. 현재 생각하는 60세 이후의 모습을 자신의 수입으로 실행에 옮길 수 있는지를 따져보라고 말이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이런 노후를 생각하지 않을까. 서울 인근에 별장을 지어 놓고, 주말에 자식들을 불러 바비큐 파티를 즐기는 노후 말이다. 한 달에 최소 한 두 차례 부부와 함께 주중 골프를 즐기고, 일 년에 한 차례 정도 해외여행이라도 가겠다는 야무진 꿈을 꾸고 있지 않을까.

 

저는 56세라 예전보다 몸이 더 아프고 쑤시지만, 제 뇌가 작동하는 방식이 정말 마음에 들어요. 나이가 들수록 더 빨리 결정하고 머리 쓰는 일을 즐기게 되었어요. 젊었을 때는 그토록 스트레스 받던 문제도 명쾌하게 해결책을 찾아내죠. 한 해가 갈수록 행복해진답니다.(15P)

 

나이가 많을수록 더 행복해지고 스트레스가 적다고 한다. 인생후반은 자신이 어떻게 만드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62세 한 할아버지는 나이가 들수록 삶이 더 좋아질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고 한다.

 

사람들은 흔히 인생을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사계절로 표현한다. 파릇파릇 여린 새싹이 돋아나는 봄은 어린 시절, 더운 여름은 심장이 뜨거운 청년의 때, 열매를 거둬들이는 가을은 중년, 나뭇잎이 다 떨어지고 겨울잠에 드는 겨울은 노년으로 여긴다.

 

그러고 보면 각기 다른 색깔로 물들어가면서 꽃피는 봄보다 어쩌면 더 화려하고 빛나는 가을이야말로 노년을 나타내는 가장 적절한 계절일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가장 중요한 보상은 인생 후반기에 주어진다. 죽음이 가까워 올수록 권력과 돈이라는 신기루는 희미해지고 가장 마지막에 있던 것이 가장 중요한 자리에 온다. (30P)

 

나이가 든 부부가 손을 잡고 걷는 모습은 언제나 깊은 울림을 준다. 편안한 우정과 조화를 이루는 그들의 걸음걸이, 침묵가운데 깃든 다정한 몸짓에 나는 시선이 끌린다. 어떤 것도 당연하게 여기지 않고 함께 있는 기쁨을 음미하며 몸짓으로 축하하는 모습은 감동적이다.(48P)

 

나는 아무도 아니에요! 당신은 누구시죠? 당신 역시 아무도 아니라고요? -에밀리 디킨슨-

아침에 도토리를 심고 오후에 도토리나무 그늘에 앉기를 바라는 것은 한심한 짓이다. -앙투안트 생땍쥐베리-

행복해서 감사하는게 아니라 감사하는 마음에서 행복이 온다. -수도사 데이비드 스테인들라스트-

지혜로운 자의 마음은 초상집에 있으니라. -전도서 7장 4절-

우리와 신을 갈라놓는 두 개의 장벽이 있으니 바로 건강과 안전이다. -수피교 격언-

궁극적으로 남을 구하지 않고서는 자신을 구할 수 없다. 남을 지켜주는 것이 삶의 첫 번째 법칙이다. -마틴 루터 킹-

자비심은 생명력을 불러온다. 자신의 욕망을 이루는데 급급하면 정신이 고갈되는 반면 다른 사람의 삶을 도와주면 공허한 마음이 계속해서 채워진다.(90P)

인생의 마지막을 위해 처음이 존재한다. -로버트 부라우닝-

 

오랜만에 손에 들은 ‘살아가는 동안 나를 기다리는 것들’이라는 수필집은 읽는 동안 내내 새로운 삶의 동기를 마련해 주고 있었다. 책에서 말하듯, 살아가는 동안 많은 것이 우리를 슬프고 힘들게 하지만 어느 날 문득 알게 될 것이다. 인생은 살아갈수록 더 좋아진다는 것을...이런 고백이 나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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