뿔을 가지고 살 권리 - 열 편의 마음 수업
이즈미야 간지 지음, 박재현 옮김 / 레드스톤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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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청포도가 익어가는 계절 7월이다. 어느새 가버린 세월, 반쯤 남기고 베어진 나무처럼 휑할 때
한 권의 책을 받았다.

 

"뿔을 가지고 살 권리" 표지에  '열편의 마음 수업' 이라는 소제목이 주듯이 적당한 삽화와 10단원으로 나뉘어서 쉽게 손에 잡을 수 있도록 구성한 내용이 마음에 들었다.
 
이 책은 우선 카운슬러나 의료진을 목표로 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개최했던 강의나 강좌에서 이야기한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  그러다보니 치료나 병에 관한 이야기가 많다.


<어떤 자극에 의해 ‘마음’에서 메멘토 모리가 자동적으로 일어나는 병태가 바로 공황장애다.
특징적으로 공황발작이라는 증상이 일어나며, 이것은 ‘지금 당장 죽을 것 같다’는
강렬한 불안 발작이다. 바로 이 느낌에 이 병태를 해결할 열쇠가 있다.
공황발작이 시작되면 본인의 의지와 상관 없이 죽음이라는 것에 직면한다.
자동적이고 수동적으로 이뤄지는 메멘토 모리다. 공황장애를 이해하고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 사람에게 왜 이 발작이 필요했는가 라는 식으로 접근해보아야 한다.>(P201)


내 경우 삶을 살아가다 보면  자신에 대해 실망할 때가 있었다. 때로 나보다 나은 상대와 끊임없이 비교하면서 자신의 "뿔"을 비관하기도 했다.   세상에 대한 원망과 좌절을 느끼기도 하고 자신에 대해 포기하고픈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나이를 훌쩍 먹어보린 이제 생각하면 살아가는 동안은 우리는 늘 피어있는 꽃이 아닐까...


성인은 혼자 있어도 행동이 게으르지 않으며 칭찬과 비난에도 흔들리지 않는다고 한다.  모든 사람이 다 성인은 될 수 없고 자주 흔들리며 사는 것이 인간 다반수의 삶이지만,  사람들은 저마다 개성과 자존심을 지니고 살고 있다. 그 자존심이 우리가 보이지 않고 깊숙이 감춰논 '뿔'이 아닐까.


세상 사는 건 원래 쉽지 않은 거라며 스스로를 달래보지만 어느 순간 한계가 찾아온다.  털어놓기도 담아놓기도 힘든 마음속 문제들, 논리적이지도 않고 남한테 공감받을 수도 없는 이상한 마음들. 그러나 이런 일이 내 마음속에서만 일어나는 건 아니다.  자세히 보면 현재를 살아가는 누구에게서든 발견할 수 있는 괴로움이다. 그런데 과연 이게 ‘내’ 잘못인 걸까? 라는 책 소개와 같이 나도 이런 고민을 한 적이 있다.


내 경우 나이가 들수록 경험과 지식이 늘어나고 그에 비례해서 자존심이라는 "뿔"도 강해졌다. 저자는 우리 모두 남들과 다른 각자의 "뿔", 즉 태생적 자질을 가지고 태어났다고 말한다.


<뿔은 두드러지기 마련이라 사람들은 가장 먼저 그 뿔에 관심을 갖고 화제로 삼는다.집단에서는
뿔 때문에 꼬투리가 잡히거나 놀림을 당하는 등 주위의 먹잇감이 되기도 한다.
그런 일이 반복되다 보면 어느 사이엔가 '이 뿔이 있어 살기 고단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생겨난다.>

 

7월 여름의 한 복판이다. 청포도가 익어가는 계절임을 까맣게 모르고 있어도 좋다. 그냥 그대로 내가 7월의 공간에 살아있고, 누군가의 숨소리를 느끼고 따뜻한 손길 하나 내어주면  그만이다. 내가 힘든 진짜 이유를 찾아 설명해주는 귀한 책 한 권 쯤이면 더위도 잊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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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택의 어머니
김용택 지음, 황헌만 사진 / 문학동네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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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김용택은 어느덧 팔순이 넘은 노모의 인생을 처음부터 고스란히 복원해보고 싶다는 간절한 생각으로 에세이 ‘김용택의 어머니’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어머니에대한 사건사고 기록이다.

 

책장을 넘기면서부터 자꾸만 눈물이 고여 몇 장 읽지 못하고 덮곤 하기를 여러날. 꽃다운 처녀가 시집와서 한 집안의 새댁이 돼 마을 사람들과 어울리다가, 자녀를 낳아 수확하고 마른나무처럼 늙어가는 일생의 여정은 마치 자연의 사계와도 닮았다.

 

‘제1부 봄―봄처녀, 섬진강에 시집오셨네’, ‘제2부 여름-그 뜨겁고도 환한 시절’, ‘제3부 가을-어머니의 열매’ 와 ‘제4부 겨울―마른나무처럼, 어머니 늙어가시네’에 이르기까지 계절의 흐름을 따라 어머니의 일상과 인생을 담았다.

 

“어느 날 어머니가 들에 가셔서 해 저물 때까지 오지 않았다. 달빛 아래 어디선가 호미 소리가 들렸다. 밭 끝 저쪽에 어머니가 부지런히 밭을 매고 있었다. 몸짓이 격렬해 보였다. 어머니는 그렇게 화를 땅에다가 풀었을 것이다. 땅한테 사정하고 땅을 파 뒤집으며 생각을 뒤집어엎었을 것이다. 아! 어머니. 어머니의 친구는 누구였을까.“ (139P)

 

어머니의 모습이 농가의 한해살이와 함께 그림처럼 펼쳐진다. 어머니는 농사일하고, 쇠죽을 쑤어 소를 먹이고, 감을 깎고, 장을 담그고, 솥단지에 대식구의 밥을 안치고 자식들을 키우느라 여념이 없다. 그리고 마침내 마른나무처럼 늙어간다.

 

책은 사진작가 황헌만(64)씨가 섬진강 마을의 사계 속에서 걷고 일하고 이웃들과 노니는 김씨의 어머니를 계절별로 밀착 촬영한 사진들도 함께 실렸다.

 

김용택은 지금까지 어머니에 관해 시로, 인터뷰로, 산문 속 일화로 간간이 풀어놓긴 했지만, 책 한 권에 온전히 어머니 이야기를 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어느덧 팔순이 넘은 노모의 인생을 처음부터 고스란히 복원해보고 싶다는 간절한 생각으로 이 책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어느 날 학교 기성회비를 내지 않아 집으로 돌려보내진 고등학생 김용택. 어머니는 머리에 쓴 수건을 벗어 옷의 먼지를 툴툴 털면서 “가자”하며 앞장 서 걷는다.

어머니는 망태에 닭을 잡아넣은 뒤 장에 내다 판다. 한데 어떡하나. 닭 판돈은 기성회비와 아들의 차비에 빠듯이 들어맞고, 어머니는 집으로 돌아갈 차비가 없다. “나는 걸어갈란다.” 어머니는 빈 망태를 멘 채 땀을 뻘뻘 흘리며 “차 간다. 어서 가거라”라고 손을 흔들었다.

 

“나는 돈을 꼭 쥔 주먹을 흔들었다. 어머니가 나를 바라보았다. 눈물이 앞을 가렸다. 먼지 낀 유리창이 더 흐려 보였다. 앞 의자 뒤에 얼굴을 묻고 어깨를 들먹이며 나는 울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보리만 베던 아버지 모습이 눈물 속에 어른거렸다. 눈물을 훔치고 고개를 들어 차 뒤꽁무니를 바라보았다. 어머니가 뽀얀 먼지 속에서 자갈을 잘못 디뎠는지 몸이 비틀거렸다. 아! 어머니. 나는 돈을 꼭 쥐었다. 점심을 굶은 어머니는 뙤약볕이 내리쬐는 시오리 신작로를 또 걸어야 한다.”(54쪽)

 

여름

 

섬진강 다슬기는 인근에서도 유명하다. 어머니는 동네 여자들과 밤마다 징검다리에서 미역을 감으며 다슬기를 잡았다. 다슬기는 제 어미를 파먹으며 나온다고 한다. 다슬기를 까먹다가 끄트머리까지 다 먹으면 서캐만한 작은 새끼 다슬기들이 씹히곤 한다. 아버지가 간이 좋지 않아 일찍 돌아가셨지만 다슬기는 물론이거니와 산골짜기 논에 가서 돌미나리를 캐다가 아버지 밥상에 올렸다. 거의 하루도 거르지 않고 그렇게 아버지가 돌아가실 때까지 8년 동안 어머니는 다슬기 국을 끓이셨다.

 

“인간이 인간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를 어머님은 다슬기 국을 통해 우리에게 가르쳐주셨다. 다슬기를 잡은 소쿠리를 들고 어둑한 강 길을 종종걸음 치시는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아버님은 돌아가시기 전에 어머님과 자식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나랑 사니라고 애 많이 썼구만. 사는 일이 금방이네. 사는 것이 바람 같은 것이여. 사는 일이 풀잎에 이는 바람이구만.”(91쪽)

 

가을

 

진메마을의 감은 거의 먹감이다. 재래종 중에서도 자생적인 토종감이다. 먹감은 열리기도 많이 열린다. 붉게 익어갈수록 감 한쪽에 먹빛이 들어가는데 그래서 먹감이라고 부른다. 어머니도 긴 장대 끝에 자루 모양의 ‘감방’을 달아매고 감을 땄다. 하지만 한 자리에 그토록 오래 앉아 감을 깎곤 하던 어머니에게 친구는 따로 없었을까. 어느덧 그 자신도 환갑을 훌쩍 넘은 시인은 여전히 그게 궁금하다. 지친 어머니의 등은 과연 누가 다독거려 주었을까.

 

“어머니의 친구는 누구였을까. 살면서 속이 썩고, 하늘을 찌르는 분노가 어머니에겐들 왜 없었을까. 땅을 치며, 통곡하고 싶은 일이 왜 없었을까. 그럴 때마다 어머니는 어디다가 화풀이하고 무엇을 잡고 사정하며 어떻게 그 순간을 이겨냈을까. 어느 날 어머니가 들에 가셔서 해 저물 때까지 오지 않았다. 달빛 아래 어디선가 호미 소리가 들렸다. 밭 끝 저쪽에 어머니가 부지런히 밭을 매고 있었다. 몸짓이 격렬해 보였다. 어머니는 그렇게 화를 땅에다가 풀었을 것이다. 아! 어머니. 어머니의 친구는 누구였을까.”(139쪽)

 

겨울

 

옛날엔 겨울이 되면 유독 손과 발이 잘 텄다. 손등이 터서 쓰리면 소년 용택은 어머니에게 쪼르르 달려가곤 했다. 어머니는 젖을 꼭 짜서 발라주었다. 그 새하얀 젖을 손등에 발랐다. 그러면 잠깐은 쓰렸지만 손은 금방 보드라워졌다.

 

“요즘 아이들은 손이 트지 않을 뿐더러 설사 손이 트더라도 절대 어머니의 젖을 바르지 않을 것이고, 또 눈이 아프더라도 안약 대신 쓰지 않을 것이다. 분유로 아이들을 키워서 젖이 나오지도 않겠지만 말이다. 때가 시커멓게 낀 손등이 갈라져 빨갛게 드러난 그 속살에 하얀 젖이 한두 방울 떨어져 쓰리던 지난날의 기억은 이제 전설처럼 돼버렸다.”(2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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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노무현 평전 (체험판)
김삼웅 지음 / 책으로보는세상(책보세)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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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한 당신이라고 썼다가 지우고

얼음같은 당신이라고 썼다가 지우고

불같은 당신이라 썼다가 지우고

무심한 당신이라 썼다가 지우고

징그러운 당신이라 썼다가 지우고

아니야 부드러운 당신이라 썼다가 지우고

그윽한 당신이라 썼다가 지우고

따뜻한 당신이라 썼다가 지우고

내 영혼의 요람 같은 당신이라 썼다가 지우고

샘솟는 기쁨같은 당신이라 썼다가 지우고

아니야 아니야

사랑하고 사랑하고 사랑하는, 당신이라 썼다가

이 세상 ‘지울 수 없는 얼굴’ 있음을 알았습니다.

고정희 <지울 수 없는 얼굴>

 

 

『노무현 평전』을 읽고나서 어떤 글로 내 감정을 표현해야 할 지 굉장히 생각이 많았다. 내가 좋아하던 대통령, 고향으로 돌아간 그 모습에 현역 아닌 퇴임 후 더 좋아했던 대통령.

고정희 시인의 말처럼 지울 수 없는 얼굴로 접어야 했던 대통령 노무현.

"노무현은 왜 하필이면 뱀장수 흉내를 내고 곱사춤을 추었을까. 어린 시절부터 가난과 핍박과 소외를 절감해온 노무현은 민중의 애환, 사회모순에 대한 비판정신을 담고 있는 곱사춤을 통해 가슴에 쌓인 울분을 풀고자 했을까. 그는 국회의원이 되고 대통령이 되어서도 '곱사등이'와 동병상련의 비주류, 변방이었다."

노무현은 실패한 대통령이었을까? 노무현은 패배자일까?

독립기념관장을 지낸 김삼웅(69)씨는 이 두 가지 물음에 주안점을 두고 『노무현 평전』을 저술했다. 최종 결론은 역사가 내리겠지만 그 전에는 먼저 민심이 이를 말해준다는 데에 방점을 찍었다.

 

세상에는 선의나 상식이 통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정치판은 특히 심한 편이다. 그래서 '사자의 위엄과 여우의 간지'가 필요하다는 마키아밸리즘이 정치인의 필요악으로 통용되는지 모른다.(345P)

 

'인간 노무현'은 정치적 소수파로서 사회의 뒤틀린 권력구조 안에서 정치보복성 '토끼몰이'에 갇혀 죽을 수밖에 없었다는 점에서 패배자였다고 결론내린다. 볼프 슈나이더의 말대로 "승리자로 가득한 세상보다 나쁜 것은 없다. 그나마 삶을 참을 만하게 만드는 것은 위대한 패배자들"이라는 것이다.

노무현을 두고 "바른 길을 위해서라면 도무지 계산할 줄 모르던 그는 '현실적이냐 비현실적이냐의 문제가 아니라 그것이 정도냐 사도냐의 문제'라는 백범의 명제를 실천한 흔치 않은 정치인"이라고 썼다.

 

실제 책을 읽는 동안 2009년 5월 23일 전으로 기억이 머물렀다. 실책임을 자인한 대연정 제안, 섣부른 한·미 FTA 추진, 이라크 파병, 비정규직·양극화·집값폭등에 대한 정책적 대안 미흡, 설화의 빌미 제공 등 과오도 지적했다. 그러나 실천적 민주주의를 뿌리내리고 원칙과 정의를 지켜내려는 혁신정책을 실행했다는 점을 높이 샀던 대통령.

 

이 책은 노 전 대통령의 출생과 가족을 비롯해 청년 시절부터 '노동자의 벗' '거리의 변호사' '아스팔트 위의 전사' 등으로 불리며 활동했던 이야기, 대선후보, 국가원수로서의 길 등 그의 생애 모습을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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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암시 - 나를 변화시키는 행복한 상상
에밀 쿠에 지음, 김동기 옮김 / 화담(아이오아이)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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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감이 밀려온다. 요즘처럼 경제가 나쁜 상황에선 누구나 걱정을 하게 마련이다. 그저 정도 차이만 있을 뿐. 생존 자체를 걱정할 만큼 나라 경제가 어렵지 않은가. 이럴 때 스스로에게 최면을 하는 자기암시는 참 중요한다.

 

“원하는 대로 상상하라! 그리고 마치 그것이 이루어진 것처럼 행동하라!”

이 방법은 소위 자기암시의 한 방법이다. 자기암시라는 말은 친근함과 낯설음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마음속에 강력한 꿈을 심어 놓으면 그것이 동기가 되어 자연히 꿈을 이루는 행동을 하게 되어, 마침내 성공하게 된다는 것이 자기암시 방법의 근본 내용이라고 생각한다.

 

요즘 많은 사람들은 의욕상실과 불안감, 좌절감 등으로 많이 우울해 하며 살고 있다. 그것은 급변하고 있는 현실과 자신의 인생이 행복해지는 것, 건강해지는 것, 원하는 목표를 성취 하는 것에 대한 불안감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오늘날 마음 다스리기, 생각 감독하기, 뇌 학습, 뇌 통제하기, 명상 등의 관련된 연구서와 도서들이 출간되어 인기를 끌고, 베스트에

오르기까지 한다.

 

화담에서 출간한 ‘행복한 상상 자기암시’는 이러한 문제를 안고 있는 사람들에게 몸과 마음의 치유를 위한 자기암시법을 소개한다. 더 나가 구체적인 치료와 수행의 방법을 제시한다.

 

책은 일상생활 속에서 절실한 자기계발과 절망의 순간에 자신감을 회복시키고, 마음의 힘, 믿음의 힘, 긍정의 힘의 위력을 체험과 동시에 자기 자신 속에 숨겨져 있는 힘을 믿고 그 힘을 끌어내는 하나의 기술을 보여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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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나에게 무엇입니까
제운 지음 / 지혜의나무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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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 있는 달마선화로 유명한 양평 용문산 용문사 제운 스님을 처음 알게 된 건, 몇 년 전 노 전 대통령의 서거를 추모한 스님의 시를 접하고였다. 기억나는 구절로 “세월은 유수와 같아서... 인생은 뜬구름 나그네이며 행복은 짧고 괴로움은 길다”라는 내용 아닐까 싶다. 상황이 그래서인지 오랫동안 잊지 못했다. 그런 이유 때문일까, 이번 독특한 형식의 달마도로 알려진 양평 용문사의 제운 스님의 시집 ‘당신은 나에게 무엇입니까’를 받아들고 한참동안 책장을 열지 못했다.

 

더욱이 ‘당신은 나에게 무엇입니까’라는 제목은 타인이 내게 던지는 질문과도 같아 마음 한편이 뜨끔해졌다.

 

시집은 67편의 시를 '시절'과 '그리움' 그리고 '향하여', '공문(空門)' 등 4부분으로 나뉘어있다. 평소 글이 있는 그림을 그려왔던 스님답게 달마도로도 표현했다. 1부 ‘시절’이 과거, 2부 ‘그리움’은 현재 심정, 3부 ‘향하여’로 미래, 4부 ‘공문’은 선(禪)으로 빠져들게 한다. 스님은 “아는 것이 많아도, 반듯하게 잘생겼어도 감성이 메마른 사람은 사람다운 삶을 영위할 수 없다”고 결론 낸다.

 

어느 목사님이 가진 것이 많아도 나눌 줄 모르면 가난한 사람이고, 가진 것 없어도 나누는 사람은 부자라더니, 감성 역시 마찬가지란 생각이 든다.

 

풍부한 감성으로 우리 마음을 정갈하게 해주는 스님은 과거와 현재, 미래를 오가며 깨달음과 해탈의 세계를 노래한다. 산을 보면 산을 노래하고 물을 보면 물을 노래한다. 꾸밈과 가식 없이 그저 물 흐르듯 유유자적하다. 부러움이다. 그뿐 아니라 또 다른 측면을 바라보면 절대자로 향하는 종교인 스님의 모습도 담겨있다.

 

당신은 나에게 무엇입니까 라는 질문의 시집을 닫으며 세상을 푸념할 일은 아니란 생각이다. 내가 변하면 세상은 달리 다가오기 때문이다. 생각을 바꾸어 보면 세상은 다 예뻐 보인다. 누가 뭐라고 해도 즐겁게 받아들이고 미소로 흘려보낼 수 있다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 오늘도 우리는 수행 아닌 수행을 하는 것 아닐까. 이번 봄, 누가 뭐라고 해도 환하게 미소 짓는 그런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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