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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졸업 - 소설가 8인의 학교 연대기
장강명 외 지음 / 창비 / 2016년 10월
평점 :
김아정, 환한 밤
환한 밤은 어느 고등학교 야간자습실에서부터 시작한다. 주인공 '나'는 부모님의 사정으로 인해 서울에서 강원도로 전학을 가게 된다. 쭈뼛거리는 '나'에게 같은 반 '재희'는 먼저 말을 건넨다. 서울에서 전학온 '나'는 친구들이 쏟아내는 많은 질문들에 당황한다. 그 시절의 예민함과 잘 보이고 싶은 욕심때문에 친구들에게 거짓말을 하게 된다.
"왜 자꾸 거짓말 해?"
중, 고등학교 시절을 한 단어로 요약하자면 어떤 단어가 가장 적절할까 고민했다. '비밀'이 아니었을까. 비밀을 공유할 대상이 다양했고, 그마저도 입밖에 내지 않은 채로 꼭꼭 숨겨놓는 일도 흔했다. 예민한 시절이었고, 아주 사소한 것도 눈덩이처럼 크게 느껴지던 때였으니까. 그래서 소설을 읽으며,따어느새 내가 주인공이 되어 있었다. 나도 자주 방황했고, 일탈했다. 친구와의 사소한 다툼도 있었고, 엄마에게 괜히 짜증을 부렸고, 어떤 날은 이유없이 자습을 하고 싶지 않아서 도망갔다.
지금은 다행히 졸업했지만, 나는 가끔 중, 고등학교 시절이 그립다. '졸업'이라는 말에 어쩐지 개운함보다는 시원섭섭함이 더 크게 느껴지는 이유도 이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때처럼, 오롯이 내 감정에 집중하며 눈치보지 않고 표현하는 날이 다시 올까? 어른이 되면서, 점점 내 감정에 무뎌진다는 느낌이 들 때면 이 책을 읽고 싶어질 것 같은 마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