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를 타라

배를 타라 - 상
후지타니 오사무 지음, 이은주 옮김 / 북폴리오 / 2012년 3월

사실 나는 클래식과 거리가 멀다. 음악을 주제로 어떻게 표현이 가능할까 하는 생각에 읽기 시작했다. 두 권의 책을 다 읽고 나서야 바로 나의 이야기임을 알 수 있었다. 음악이라는 매개체를 통하여 이야기는 전개 되고 있지만, 주인공 쓰시마의 성장이야기는 우리 모두에게 전하는 이야기이다. ‘선택’. 삶은 선택의 연속이라고 한다. 특히나 대학을 앞둔 수험생들은 어떠한 결정권이 있는지 궁금하기도 하다. 자의에 의해서 대학을 가는 것인지? 어떠한 가치 기준이 있는 것인지? 나 또한 아무 생각 없이 생물학과에 진학하게 되었다. 물론 지금은 전공을 살려 다른 분야에서 일을 하고 있다. 하지만, 누군가 내게 생물학과에 대하여 물어 온다면 적극 만류 할 것이다. 왜? 전공을 계속 공부한다고 해서 장미 빛 미래가 앞에 높여 있지는 않기 때문이다. 주인공 쓰시마의 고민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음악을 전공하는 수 많은 사람들 중 사회적으로 성공할 수 있는 사람은 극 소수라는 점. 재능이 있음을 알고 있지만, 누군가와 경쟁을 해야만 하는 두려움은 누구도 피할 수 없다. 바로 이런 점이 주인공 쓰시마를 일반 대학으로 가게 만든 한 요소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저자는 말한다.

시간이 흘러가고 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시간의 흐름은 오로지 인생을 쇠퇴시킬 뿐이라며 한탄하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인생은 지금부터라든가 살다 보면 좋은 일도 있다는 경솔한 말을 입 밖에 낼 정도로 살아오지도 않았다. 나는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했다. 그 시절과 비교해서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 그것으로 됐다. 천천히, 그러나 끊임없이 파도에 흔들리면서 항해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368p)

끊임없이 파도에 흔들리면서도 배의 항해는 계속된다는 점이다. 흔들리는 배에서 계속 흔들리고 있을 것인가? 아니면 그 흔들림 속에서 자신을 지켜 낼 것인가? 그 중심을 바로 잡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자신의 가치관이 정립이 되어 있는가? 파도에 흔들린다고 나쁜 게 아니다. 부끄러워 할 일이 아니다. 각자에게 주어진 삶 동안에 어떻게 행할 것인가 하는 것은 자신에게 달려 있다. 바로 지금, 출렁거리는 바다 위에 항해하고 있는 내 자신을 다시 둘러 본다. 어디를 향해 흘러 가고 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