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는 분이 산문집을 냈다. 내내 곁에서 시를 쓰시던 분이 이제는 정말 자신의 조각조각을 이어붙여 한 권의 책을 세상에 내놓았다. 삶은 결코 하나의 거대한 면으로만 이루어지지 않음을 알면서도 우리는 너무도 단편적으로 서로를 바라보는 것은 아닐까, 한 사람이 살아낸 삶의 스펙트럼은 이렇게도 다양하고 경미롭다는것을 시인님의 글을 읽으며 다시 한 번 느끼고 새겨본다. "사람의 기억은 저마다 자기 합리화로 변용되기도 한다. 지독히 괴로웠던 기억들도 시간이 지나면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교묘하고 영리하게 기억의 저편을 새로운 벽지로 덧입히지만, 벽 안쪽에는 지저분한 손때와 먼지와 상처의 얼룩이 존재한다.…모든 인간은 얼룩을 키우며 살아가는 것을, 나는 그러한 기억의 기록자다 그리고 그 조각들이 시로 재탄생한다. 삶이 계속되는 동안 기록은 멈추지 않을.것이다." (p74)시인은 서울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서울이 거대도시로 변천해갸는 모습과 함께 시인도 꿈을 쫒으며 자라났다. 유독 왜소하고 낯가림심했던 시인은 서울이라는 무대위에서 한 연약한 인간이 어떻게 삶을 조용히 극복해 왔는지를 글을 통해 여실히 보여준다. 다양한 군상들이 시인의 삶속에 조각조각 들어와있다.시인을 아프게 했던 누군가도 그곳에 있고, 시인을 다정하게 감싸안은 누군가도 그곳에 들어앉았다. 수없이 많은 얼굴들이 시인을 글을 쓰게 했다. 그러면서 시인은 거대그늘아래 빛의 징검다리를 만들고 세워낸다. "한 사람이 알고 두 사람이 알고 우리가 알 수 있는 공동체의 삶을 지향하고 어깨를 함께 두르는 사람이 되는 거, 옷에 묻은 얼룩이 토마토소스인지 커피인지 김칫국물인지 알아서 척척 세탁해주는 전문 세탁소 사장은 되지 못했지만, 사회의 부조리함을 함께 풍자해 줄 수 있는 재치있는 이웃쯤은 돼야 하지 않을까."2015년 <시인수첩> 시인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시인은 두 권의 시집 [자칭씨의 오지 입문기](아르코창작 기금 수혜, 문학나눔 선정 도서) 와 [달이 파먹다 남긴 밤은 캄캄하다]을 냈다. 시에 대한 끝없는 열망은 시인을 계속해서 몰아붙인다. 사회적 존재로서 도시릍 벗어나지 않고 도시의 그늘진 이들을 시로 끌어안는다. 부유하고 넉넉하지 않지만 시인은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곳을 크게 벗어나지 않고 골목에 꽃을 피우고 열매를 가꾸어낸다. 작은 방에서 작은 체구로 사람이라는 온 우주를 펼쳐낸다. 시처럼 써온 자신의 조각들, 이 가을에 끝내 아름다움을 안겨준다. "작은 방에서는 여의도 빌딩들이 화려한 불빛을 뿜어낸다. 나름 시티뷰다. 지하방을 전전하던 시절운 회상하며 우리는 감사할 뿐이다.…우리는 순한 짐승처럼 서로의 손운 감쌌다. 달빛이 손안으로 넘치고 있었다.(p136)" "한겨울 영하 16도를 넘나들던 일주일 전에도 거실 가득 들어오는 햇살 덕분에 추운 줄도 모르고 지냈으니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불을 켤 필요없이 밝은 거실에서나는 글을 쓰고 책을 읽는다.(p135)#나라는조각의시 #조미희 #푸른사상 #산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