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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장소
나희덕 지음 / 달 / 2026년 1월
평점 :
“제가 머물렀던,
마음으로는 지금도 머물고 있는 장소로
당신을 초대합니다.”
[말들이 돌아오는 시간]으로 만났던 나희덕 시인님의 5년만의 산문집 [마음의 장소]가 출간되었다. 시인님이 걷고 걸으며 마음으로 마난 장소가 사진과 함께 자유롭게 다가온다. 글도 좋았지만 사진속에 담겨진 여러 풍경들이 더 다양한 이야기를 전해주는 듯하다. 시인님은 영국과 미국, 프랑스, 튀르기에 등 해외 여러 도시들을 걸으며 ‘생각을 멈추게 하고 오래 머무르게 한 공간’을 성찰한 글과 함께 조금은 낯선듯 익숙하게기억들을 저장해 놓았다.
“산책과 여행, 삶을 견디게 하는 두 가지.”라고 말하는 시인님은 어릴때부터 혼자 걸으며 해찰하는 걸 좋아했다고 고백한다. 여기에 공감하게 된 나도 시인님의 장소를 함께 걸으며 느껴보고 싶어졌다. 그 장소속에 온전히 함께 거하지는 못했지만, 시인님이 전해주는 글과 사진으로 그의 마음의 장소를 느긋하게 음미하게 되었다. 소로는 산책의 어원을 두 가지로 말했다고 한다. 하나는 중세시대에 성지 순례를 하는 사람에서 왔거나 두번째로 땅이나 집이 없는 사람에서 왔다고 한다. 나 또한 땅이 없고 집이 없다.지상에 몸 하나 세우고 살아가는 일은 결코 온전히 자유하지를 못한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시인님처럼 산책을하거나 시인의 시를 읽고 쓰고 하는것으로 그 자유로움을 몸에 조금씩 새겨나간다.
시인의 프로필사진속에 있는 나무를 유심히 들여다본다. 곧지 않고 절반은 쓰러져 있는 모습, 그 모습이 여지없이 나를 끌어당긴다.시인님은 그 나무의 자세를 ‘바람이 불어오는 몸에 닿는대로 굽을 대로 굽을 수밖에 없는 자세, 수직으로 자라야 할 나무는 지평선과 평행을 이룬채 굽이치고 고행자의 풍모를 지닌 나무라고 표현하며 예배당에라도 온 것처럼 마음이 숙연해진다고 들려준다. 엎드릴 수밖에 없는 시간들이 있다. 바람이 지나갈때까지 뿌리는 흙을 향해 더 맹렬하게 파고들 수밖에 없는 시간’ 그 시간을 나 또한 끌어안는다. 그렇게 더 낮게 더 낮게 엎드릴 수밖에 없는 시간들을.
연애 소설을 읽는 노인이, 누군가의 뒷모습이, 탐지자의 고독이, 차 한잔의 무게가……시인의 특별한 장소들이 너무 화려하지 않게 펼쳐지고 고즈넉한 풍경들이 눈에 들어올 때마다 자꾸만 떠나고 싶게 만든다. 나도 ‘살면서 지치고 외로울 때 오래된 친구를 찾아가듯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는 풍경’을 담아보고 싶어진다. 누구에게든 그러한 장소가 있을 것이다. 우리는 삶에 여유가 없다는 이유로 어쩌면 너무도 빠르게 우리의 마음의 장소를 문닫았는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그런 우리에게 마음의 장소를 충분히 열어주며, 그 장소로 기꺼이 초대해준다.
’그리운 장소들을 마음으로 다시 걸으며
여전히 길 위에서 서성거리는 저를 만나곤 했습니다.
그곳에서 당신과 만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
_「서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