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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에서 우리는 잠시 매혹적이다
오션 브엉 지음, 김목인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5년 12월
평점 :
읽다보면 때때로 피부가 아스팔트바닥에 긁혀서 핏망울이 맺힌듯한, 또 읽다보면 어느 순간 반짝 희망을 주다가도 결국은 또 심장 한 편이 날카로운 칼날에 베인듯한, 소설은 그렇게 한참을 아프게 한다. 작가 오션 브엉은 시집 <총상 입은 밤하늘>로 더 알려져 있었는데 이번 첫 장편소설을 통해 더 확연하게 작가로 자리매김을 하는 듯 하다. 이렇게 계속해서 작품들을 내놓다보면은 어쩌면 오랜 후, 노벨문학상 후보로도 거론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마저 갖게 했다. 그가 두살 때 전쟁으로 인해 미국으로 이주하지 않았다면 베트남 작가로 영원히 아름답지 않았을까싶은, 그렇게 전쟁은 여러가지로 큰 손실을 입히는것 같다. 여튼 이 소설은 여러 상을 받고 <미나리>제작사인 A24에서 영화로 제작하기로 확정되었다고 한다.
소설은 엄마에게 보내는 편지처럼 쓰여졌다. 그러나 엄마는 읽지를 못한다. 엄마는 영어를 익히지 않았기 때문에, 전쟁으로인해 엄마와 엄마의 엄마인 조모는 미국이라는 거대한 땅으로 이주했지만 그들은 그들의 모국어로만 소통을 하게 된다. 작가는 그런 엄마에게 자신의 모든 서사를 글로써서 들려준다. 읽을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른채로 그저 전해지기만을 바라며 부치지 못하는 편지를 쓴다. 자전적 소설같은 이 소설은 한 가족의 서사가 이렇게나 먹먹해질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안타까우면서 전쟁의 크나큰 폭력의 그늘에 가려진 그들의 생존을 아프게 들려준다. 소설의 제목처럼 그들은 정말 지상에서 잠시 매혹적이었을까. 베트남계2세이자 성소수자인 작가의 삶이 또 그랬을까. 그가 어른이 되기전에 만난 그의 친구 트레브와의 사랑은 그렇게 매혹적이었다고 대변할 수 있을까. 작가의 시적인 문장들은 참혹한 순간마다 더욱 고결해지고 그 깊이를 헤하릴 수 없게 표현해준다. 무언가를 크게 훼손한듯한 삶을 만날때마다 막대해졌다는 삶의 위기를 대면할 때마다 그가 표현해준 고귀한 문장들로 인해 우리는 어쩌면 위로를 받기도 할 듯하다. 우연찮게 만난 이 책은 나에게 의식의 파장을 일으키며 큰 감동으로 전해졌다.
전쟁으로 인해 많은 것들을 상실해버린 한 가족의 서사, 베트남전쟁으로 인한 전쟁과 이민이 남긴 상처를 안고 사는 두 여인의 삶, 그 안에서 정체성을 찾을 수없는 어린 ‘리틀 독’의 단절 된 기억을 안고 새로이 언어를 배워야하는 이민자로서의 삶, 여러 폭력앞에서도 결코 서로를 버릴수 없는 질기고 질긴 관계들, 그런 모든 어둠을 작가는 그래도 여리디 여린 푸른빛을 이끌어낸다. 금방이라도 끝날듯한 상실의 시절을 더는 아름다움이 버텨낼것 같지 않은 그 시절을 , 작가는담담하게 들려주고 오히려 아름답게까지 표현해준다. 그의 소설이 이끄는대로 따라가다 보면 나의 크고작은 상실또한 이 시절을 이겨내지 않을까싶은 위로를 받는다. 영화로 만들어지면 또 어떠한 느낌을 받을까싶은 기대감을 갖게 되고 오션브엉이라는 작가를 오래 만나기를 바래본다. 좋은 책을 보내준 인플루엔셜에 깊이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