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들 - 마음의 고통과 읽기의 날들
수잰 스캔런 지음, 정지인 옮김 / 엘리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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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오래 걸렸다. 나는 태아 자세로 몸을 웅크렸다. 흔들릴 수 있는 외로움. 위대한 여성적 비극.나의 어머니, 나의 사랑. 너무 늦었다. 나는 책들을 먹었고 , 여기서 살 수 있었다.‘(p30)

수잰 스캔런 작가의 이름이 낯설다. 미국에서 작가로 주목받고 있는 스캔런은 많은 책을 쓴거에 비해 한국에서 번역,출간된 책은 이 책이 처음인듯하다. [의미들]이라는 책 제목이 좋아서 우선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은 작가의 회고록으로 어린시절 엄마를 잃은 슬픔을 비롯한 해소되지 않은 상처로 인해 스무 살에 자살 시도를 하게 되고 이후 정신병원에 입원해 정신치료를 받았던 삼년간의 기록물이다. 그녀의 끊임없이 파고드는 자살유혹 속에서 유일하게 삶의 전환으로 이끌었던게 글쓰기와 책읽기였다. 오랜 시간 그녀를 죽음의 광기로부터 벗어날 수 있게한 작가와 책들이 그녀만의 시선으로 강렬하게 그려져 있다. 일찍이 페미니즘을 선언한 그녀는 어쩌면 광기에 가로잡힌듯, 죽음과 가까웠던 소위 ‘미친 여자들‘이 창조해낸 문학을 탐구하며 그것에 기대어 자신의 삶의 의미를 계속해서 발견해 나간다.

“내 인생은 일찌감치 너무 늦어버렸다.” -마르그리트 뒤라스

저자가 처음 언급한 작가의 인상이 강렬하다. ’뒤라스스페이스’라는 창조된 단어도 너무 매력적이다. 저자는 뒤라스의 [ 연인]을 ’이 책이 없었다면 내가 어떤 사람이 되었을지 모르겠다고, 내 인생의 시기에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이라고 처음 읽었던 느낌을 관조한다. 수치와 자기혐오로 가득했던 십대 시절에 뒤라스스페이스는 인식이며, 젊음과 노년의 연결, 제정신과 광기의 연결, 사랑의 완성과 고독에 대한 욕구 사이의 연결이 되어주었다. 이렇듯 시절마다 의미를 부여하는 작가와 책들이 있다. 저자는 [연인]이 형성적 영향을 미친것은 그 책이 그런 책이 되는 것을 내가 필요로 했기 때문이라고 쓴다. 스캔런의 저서 [의미들]을 선택하고 읽으면서 내 안에 깊이 와닿는 이유는 어쩌면 내가 그런 책이 되는것을 지금 나이에 필요로 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저자는 덫에서 빠져나가기 위해 부단히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삶의 의미를 찾아낸다. 실비아 플라스, 마르그리트 뒤라스, 버지니아 울프등 여성작가들의 문장과 자신의 경험을 교차해 쓰면서 고통의 언어를 의미있는 생의 언어로 이행시킨다. 자신의 경험을 비추어 ‘읽기’가 어떻게 삶을 변화시키는지를 오랜 시간에 걸쳐 성찰하고 그 과정을 의미있게 풀어간다. 끊임없이 번져가던 불안, 우울, 상실, 소외등을 문학작품속에 등장하는 수많은 여성들과 연대하며 결국 삶을 지탱하는 문학의 자리에 자신을 스스로 회복해 나간다. 수전 선택이 일기에 쓴 ‘미친 여자의 자유‘, 버지니아 울프가 말한 ’이해받지 못하리라는 공포가 광기와 글쓰기를 연결한다.‘ 처럼 저자 또한 그 궤적을 함께 그려나간 것이다.

읽을 수록 특별한 책을 만났다는 충만한 기분에 쌓인다. 강렬한 독서의 경험을 하고 싶다면 저자가 기록한 이 회고록을 읽어보기를 조심스레 권한다. 저자는 ‘한 권의 책은 시간과 공간을 가로질러 누군가에게 말하는 한 방식이다. 이 책은 나에게 살아가는 방식에 관한 뭔가를 이야기하고 있었다. 살아가는 다른 방식들을’ 나또한 삶의 다른 방식을 찾아낸 것이다. 내 삶의 의미를. 하루종일 누군가와 말하지 않아도 나는 누군가와 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의미를 묻고 답을 내기도, 다시 질문을 하고 다시 고심하기도. 읽기는 그런것인듯 하다. 스스로 선택한 책들이 너무도 소중해진다. 우리가 같을수는 없지만 나만의 읽기를 찾아내는듯하다. 나에게 남겨진 시간은 이렇게 읽고 쓰는 필연적 고립의 삶일듯 하다. 여러 작가들이 그러하듯, 그들의 궤적에 기꺼이 편승해본다. 내가 아는 유일한 살아가는 방법을 체득한듯하다. 깊어지는 계절에 의미들에 의미를 부여하고싶은 분들이 함께 읽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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