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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다 ㅣ 하다 앤솔러지 1
김유담 외 지음 / 열린책들 / 2025년 9월
평점 :
젊은 작가들의 소설이 계속 출간되는 것이 반갑기만 하다. 그들의 소설을 읽으며 현시대의 감성과 함께 현 시대의 결핍 또한 읽을 수가 있다. 때로는 우아하게 때로는 섬뜩하게 그들의 필체를 통해 벌어지는 다양한 인간사가 나의 시야를 깊게 해주고 생각의 폭을 넓혀준다. 또한 시대를 면밀하게 관찰해 내는 그들의 소설이 때때로 나를 불편하게도 하고 고요한 감정의 정서를 흔들어 놓기도 한다.
이번에 열린문학에서 다섯 명의 소설가가 하나의 주제로 함께 글을 쓴 새로운 앤솔러지 소설집 『걷다』가 출간되었다. <하다 앤솔러지>는 동사 <하다>를 테마로 우리가 평소 하는 다섯 가지 행동 즉 걷다, 묻다, 보다, 듣다, 안다에 관해 모두 25명의 소설가가 같이한 단편소설집이다. 그 첫 번째 앤솔러지 『걷다』 편에는 김유담, 성해나, 이주혜, 임선우, 임현이 참여했다. 나는 <걷다>를 읽게 되었다. 책 자체가 너무 예쁘게 출간되어서 놀랐고,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소설이 담겨있어 의미있게 읽게 되었다.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성해나님의 소설도 좋았지만 임현 작가님의 소설을 늘 좋아한다. 임현 작가님의 소설은 <고두>를 통해 좋았고, <그들의 이해관계>를 통해 더 좋았었다. 이번 <걷다>소설집에는 <느리게 흩어지>는 으로 소설속 명길의 모습은 점점히 나를 투영해 주기도 했다. <사람들은 대체 왜 그러는 걸까>라는 생각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명길>의 산책을 따라가다보면 인간의 모순이나 결점을 섬세하게 드러내는 사람에게 긴장감을 느끼게 한다. ‘명길은 누군가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 매번 어려웠다. 그런데도 개의치 않고 서슴없이 먼저 사적인 이야기를 마구 털어놓는 사람들이 부담스러웠다. 그런 것은 대화라고 부르기 어려운 공허한 소음들일 뿐이다.(p167)
소설집의 다섯편의 단편 소설은 걷는 이야기다. 함께도 걷고,뒤로도 걷고,반려견과도 걷고, 혼자서도 걷는다. 걷는 모습은 다 다르지만 소설속 그들은 계속 걷고 있다.그들이 걷는 속에서 나도 걷고 싶어지기도 한다. ‘다. 살려고. 기를 쓰고. 걷고. 뛰는 거예요. 죽으려고. 아니고. 살려고. 죽겠으니까. 살려고. ㅡ 이주혜, 「유월이니까」처럼 그들은 살기위해 걷고 죽지않기위해 걷고 또 뛰기도 한다. <산책>의 한자가 흩어질 산에 꾀책 이라는 것이 놀라웠다. 명길은 ’산책이라는 게 흩어지는 거구나. 꾀를 내어 흩어지는 일, 흩어지기위해 꾀를 내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한 걸까. 복잡한 머릿속을 흩어지게 하는 일, 그게 산책인걸까. 그래서 우리는 이렇게 함께도 걷고 혼자서도 걷는 것일까.
‘다른건 몰라도 낭만에 때 묻히고 싶지 않아‘(p36)라고 말하는 세실이, ‘나는 아주 재미없는 어른이 되었다’(p131)고 말하는 영아의 모습이 나는 오래도록 그들을 애정하게 된다. ‘낮과 밤이 공존해야 하는 것이 삶이라면, 최대한으로 밝게 살았으면 해서.‘라고 말하는 영아의 언니가,’ 좋기만 한 시간 속에서 자꾸만 너의 쓸모를 찾아서 무엇해. 정 그러면 너의 행복이 너의 쓸모라고 생각해 봐‘라고 위로하는 준이 어디서든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고 보면 임선우 님의 <유령개 산책하기> 소설이 꽤나 좋았었나 보다. 이렇게 좋은 문구들을 사용하는거 보면. 다섯편의 소설이 소설 속 주인공들의 걷는 모습에 자꾸만 동행하고 싶어진다. 많은 말을 주고 받지 않아도 그저 걷기만해도 오랜 여운이 남을 듯 하다. 오늘도 낭만에 때를 입히기 싫어서 읽고 읽는다. 좋은책속을 걷는 중에 어쩌면 생의 의미를 더 찾아낼수도 있으리라 생각하며 좀 더 남은 삶을 의미있게 살아낼수도 있겠다고 믿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