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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결심 - 내 삶의 언어로 존엄을 지키는 일에 대하여
이화열 지음 / 앤의서재 / 2025년 9월
평점 :
하루만에 다 읽게되었다. 잔잔하며 단단하게 마음을 울리는 문장들에 하루의 시간을 온전히 내주었다. 자신의 죽음을 스스로 선택한 작가의 시어머니인 아를레트의 모습이 그녀가 존재했던 풍경이 아름답게 남겨진다. 문득, 슬프기도 했다. 어느 문장 앞에서는 툭,하고 눈물이 나기도 했다. 아를레트는 스위스 조력사를 선택하고 현생의 마지막 버튼을 누르기까지 자신의 [존엄]을 지켜냈다. 그런 그녀의 단단함은 관계에서 결코 과장하지 않고 서로의 경계를 잘 지켜왔던 생활습관에서 나온다는것을 알았다. 그녀는 도움을 주는것과 관계를 통제하는 것의 간극을 알았고 정해진 역활을 함부로 넘지 않았다. 그렇게 살아온 그녀는 생의 이별도 관계의 이별도 자연스럽게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성숙한 유산을 남겨주었다.그러한 시어머니를 자연스레 이해하고 공감하는 작가의 시선또한 아름다웠다. 작가님의 글속에 그 모든것들이 잔잔히 녹아있고 스며있다. 결이 맞는 책을 읽는다는것은 이렇게 마음을 움직인다. 오랜만에 나를 읽힌듯했다. 쓸쓸한날에 문득 펼쳐본다면 위로를 받을듯 싶다.
우리는 살아오면서 상실의 경험을 겪게 된다. 주변인들의 죽음은 늘 나에게 큰 의문을 남기기도 애정의 폭에따라 오래 기억속을 부유하기도 한다. 나에게 큰 정서적 유산을 남긴 큰오빠의 죽음은 그 누구의 죽음보다 더 오래 슬펐고 더 오래 나를 우울감에 젖게 하곤 했다. 먹고사는 문제가 컸던 유년의 시절에 큰오빠는 나이차도 많이 나서 바쁜 부모님을 대신해 나를 돌봤고 책을 좋아했고 그림을 잘 그렸고 어쩌면 나의 성향에 너무도 부합된 존재였다. 그런 큰오빠는 내가 한참 사춘기인 십대에 암으로 갑자기 내 곁을 떠나셨다. 그 상실의 체험은 나를 크게 변화시켰고 조금은 냉정하다시피한 독립체로 만들었다. 그때부터였던것 같다. 죽음에 대해 생각하게 된것은, 문학을, 철학을, 그리고 고독을 내가 숨을 쉬는 의미로 만들었던것은, 그 이후로도 여전히 좋아했던 이들의 죽음을 만난다. 그들의 죽음을 맞으며 결국엔 나의 죽음을 생각하기도 한다. 너무 일찍 존재의 의미를 알고싶어서 방황했던 생의 여러 시간들이 갑자기 서러워지기도 했다. 결국 죽음뿐인데싶은.
이화열 작가님의 글을 읽으며 그것 또한 받아들이기로 한다. 자기의 죽음은 알 수 없고, 모든 죽음은 결국 타자의 것이다라는 말이 와닿는다. ‘상실은 지극히 개인적이다. 누군가에겐 부모보다 반려동물의 죽음이 더 깊은 슬픔이 될 수도 있다. 관계의 결이 다르듯, 각자 다른 슬픔을 안고 살아간다는 면에서 인간은 철저히 타인이다.‘(p176)의 글과 함께 내 곁에서 변함없이 나를 대해주는 이들을 생각한다. 강요하지 않고 서로를 살피는 시선에서 오는 관계의 평온함, 그래서 나도 삼십여년을 함께 아이들을 키우며 살아낸 나의 남자를 생각하게 한다. 그의 죽음을 나의 죽음을 어떻게 준비할까를 생각하게 된다. 그것또한 지금부터의 삶의 시작인듯하다. 조금은 사물로부터 놓여지고 서로의 기억을 나누고 다듬고 죽음을 향해 자연스레 걸어갈 수 있는 준비를 하는 오늘인듯 싶다. 그렇게 오늘을 읽는다. 책을 읽는 시간을 점점 늘려가고 있다. 느슨했던 글쓰기의 시간을 다시 새롭게 펼쳐본다. 그러한 계절이 왔다. 이제 더위는 언제냐싶게 물러가고 찬 계절이 곁에 머물것이다. 어쩌면 올 겨울이 길어질지도 모르겠다. 서로의 온기를 나누어야만 되는 계절, 작가의 글에서럼 남겨진 세월은 성찰과 감당할 능력을 함께 줄것이다. 나에게 올 죽음을 상상해본다. 우리는 서로의 [존엄]을 지키게 될까. 그래서 오늘부터의 삶인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