댈러웨이 부인 을유세계문학전집 142
버지니아 울프 지음, 손영주 옮김 / 을유문화사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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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작가들중에는 그 얼굴이 담긴 표지만으로도 하나의 문학브랜드가 되는 이들이 있는다. 나에게는 프랑수아즈 사강, 수전손택, 마르그리트 뒤라스 그리고 버지니아 울프가 그렇다. 작가의 얼굴이 담긴 표지만으로도 읽어야겠다는 생각과 왠지 표지가 고급스럽게 와닿는다. 이번에 을유문화사에서 펴낸 [댈러웨이 부인] 또한 그랬다.  [댈러웨이 부인] 탄생 100주년 기념으로 새로운 번역으로 출간한 버지니아 울프의 소설은 계속해서 문학의 정수가 되고 새롭게 다시 읽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삶이, 런던이, 6월의 이 순간이.
‘댈러웨이 부인은 꽃은 자기가 사오겠다고 말했다’를 첫 문장으로 시작하는 소설은 파티를 위해 꽃을 사러가는 댈러웨이 부인의 하루의 시간이 담겨있다. ’의식의 흐름기법'으로 쓰여졌다는 이 소설은 댈러웨이 부인이 주인공인지 아니면 주변의 제 3의 인물들이 주인공인지 모를 정도로 많은 인물들이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장소도 수시로 바뀌고 인물도 사건도 수시로 바뀌면서 얽혀있다. 작가의 의식의 흐름대로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길을 잃을지도 모르지만 작가의 섬세한 의식의 물결은 살면서 무엇이 더 소중해지는지 어떻게 주변을 바라보며 살아야 하는지를 따뜻하게 전해준다.

댈러웨이 부인은 독감을 앓고 난 후, 파티를 위해 꽃을 사러가는 동안 더 주변을 바라보게 되고 기억을 새롭게 전환 시킨다. 갱년기를 지낸 52세의 클라리사는 일종의 삶의 전환기에 서 있게 된다.그녀가 사랑했던 사람들과 시간과 장소들, 그리고 현재 곁에 있는 주변인들의 삶을 바라보는 시선, 버지나울프는 자신의 삶을 대변하듯 죽음과, 고독함과 젠더와 자살의 모습들이 계속해서 소설속에 오버랩 된다. 특히나 셉티머스라는 인물의 자살은 작가의 내면의 혼란스러움을 여지없이 보여주는 듯하다. 그의 죽음의 의미를 살펴보며 죽음의 본질을, 타인에 대한 깊은 연민을 보이며 그 젊은이와의 일체감을 느낄정도로 가장 아름다운 삶이 무엇인지를 계속해서 보여주고 그의 죽음을 누구보다도 깊이 애도한다.

“정말 바보같은 여자였어요.” 하지만 “멋진 세월을 보냈죠.” 
또 하나의 인물, 댈러웨이 부인의 지난 사랑, 피터 윌시의 시선으로 펼쳐지는 클라리사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지난 사랑이 본 기억들 속의 클라리사. 이제는 다른 남자와 결혼해 아이 다섯을 낳고 사는 파티의 주인공 댈러웨이 부인, 피터 윌시의 눈에 비치는 지난 사랑이 된 여인의 이야기는 오래 여운이 남는다. 그는 파티에 초대받기를 은근히 원하면서도  불편하기도 한 자리에 참석해 파티가 끝나는 순간까지 그녀를 관찰한다. 세월에 변할 수밖에 없는 사랑은 잠깐 속물로 보이기도 하지만 그에게는 여전히 황홀한 눈부심으로 남는다. 

소설이 쓰여진 시대적 배경은 1923년 제 1차 세계대전이 끝난 지 약 4년이 지난 지점이었고, 전쟁 후반기부터 종전 직후에는 펜데믹으로 수많은 희생자를 낸 사건이 있었다. 댈러웨이 부인이 독감을 앓고 난 후 보여진 감정이 공감이 되기도 하며 소설속에 드러나는 전쟁의 폐허와 수많은 희생자들의 죽음은 계속해서 작가의 의식을 점령한듯도 보인다. 울프는 평생 우을증과 조울증, 두통과 불면, 환청의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그러한 정신적 질병과의 싸움속에서도 울프는 오전의 글쓰기, 오후의 산책, 저녁의 독서를 엄격히 지켰다고 한다. 작가로서의 그녀의 삶은 여전히 우리에게 들려주는 메세지가 크다는것을 다시 한 번 느끼게된다. 그렇게 쓰여진 그녀의 아홉 권의 장편소설과 수십 편의 단편 소설, 에세이와 서평은 그녀의 표지에 올라온 모습만봐도 다시 읽게하는 매력이 있다.

’그 누구든 간에 그 사람을 알기 위해서는 그들을 완성하는 사람들을 심지어 장소들까지도 찾아내야 한다고, 그녀는 말 한 번 나눠 본 적 없는 사람들, 길거리에서 마주치는 어떤 여자, 계산대 뒤에 있는 어떤 남자와 묘한 유대감을 느낀다는 것이었다. -심지어 나무나 헛간같은 것들과도. 그것은 죽음에 대한 공포와 맞물려 결국 초월적 이론으로 귀결되었다.‘p218

100주년 기념으로 새로운 번역으로 출간된 [댈러웨이 부인]이 또 새롭게 익혀진다. 울프가 소중히 여겼던 것들에 대한 사유가, 섬세한 작가의 필체들이 좀 더 따뜻해지며 큰 울림마저 준다. 그녀가 써낸 문장들은 내 의식의 흐름을 건드리며 단단하게 흘러가도록 주춧대역활을 한다. 이것이 또한 고전의 힘인듯 하다. 울프의 삶이 고스란히 담긴 소설들, 버지니아 울프라는 이름은 내내 나를 새로운 고전의 세계로 이끈다. 늘 부단히 새롭게 고전을 출판해 주시는 분들께 그 깊은 노고에 깊이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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