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를 지키다
장바티스트 앙드레아 지음, 정혜용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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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의 유서깊은 수도원, 사크라 디 산미켈레.
그곳 지하에는 겹겹의 잠금장치로 가둬진 피에타 석상이 있다.
감금을 지시한것은 다름 아닌 바티칸 교황청. 카톨릭에서 가장 아름댭게 여기는 피에타석상을 지하에 가두어버린 이유는 무엇일까? 소설은 이렇게 의문을 두고 시작된다.

"네가 사라지게 절대 내버려두지 않을거야."p420

왜소증(연골 형성 저하증)을 갖고 태어난 천재석공예가 미모(미켈란젤로/미켈란젤로처럼 유명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지어진),미모는 가난한 조각가 아버지로부터 대리석 조각에 대해 배우게 되지만 아버지의 죽음 후 미모를 돌보기 어려웠던 어머니는 먼삼촌격인 알베르토에게 공방의 도제로 보내버린다. 그러나 미모의 천재성을 알아본 알베르토는 그의 재능을 시기하게 되고, 미모는 구타와 폭력으로인한 끔찍한 유년시절을 보내게 된다. 그러한 시절에 만나게 된 천재적인 소녀 비올라,

'비올라가 나를 자신의 세계로,
우리가 내뻗은 손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별들이 박힌
그 애의 열렬한 삶으로 나를 끌어당기고 있으니,p190

'그애가 없으면 세상은 물론 훨씬 단순했다. 생각해보면,
그런 세상은 그다지 아름다운건 아니었다.'p229

오로시가 가문의 막내딸인 비올라는 미모에게 새로운 세계를 열어주는 빛이 되어준다. 그들은 밤마다 무덤가에서 만나게 되고 서로를 성장시키는 특별한 일상을 만들어간다. 그렇게 미모는 비올라를 통해 의식의 세계를 키워나간다. 비올라는 매일 미모에게 책을 빌려주고 읽게하고 외우게하고 깨닫게한다. 비올라는 미모의 더이상 자라지않는 외모보다 천재성을 면저 알아본 유일한 사람이었다. 그런 비올라는 미모에게 평생의 삶속에서 피에타의 또다른 조각으로 탄생하게 된다.

'내 부모는 늙었다고.나이를 말하는 게 아니야. 그들은 다른 세상 사람들이지. 그들은 앞으로 우리는 말을 타듯이 날게 되리라는 것을 이해하지 못해……내 부모의 세계는 죽었어.넌 좀비를 무서워하지만 네가 무서워해야 할 건 바로 그 세계라고. 그 세계는 죽었는데도 여전히 움직이거든. 누구도 그것을 보고 죽었다고 말하지 않으니까.바로 그런 까닭에 그건 위험한 세계야. 그 세계는 저절로 무너져'p145

날고싶었던 비올라.그래서 그녀는 날개를 만들고 스스로 뛰어내린다. 그녀는 오랜 정통과 관습의 체제속에서 오로지 자신으로 살고 싶어했다. 자신만의 시간을 책속에서 찾아내고 그것을 미모에게 끊임없이 연대해 간 비올라. 그녀를 만나지 못했다면 미모의 천재성은 배움이 없는 가난속에서 묻히고 말았을것이다. 미모는 새로운 피에타상을 창조한다. 유명한 미켈란젤로의 피에타상과 거리가 먼 마리아의 품에 안긴 예수의 상에 인간 비올라를 보여지게 한것이다. 이것은 곧 교황청의 정통성에 벗어난 작품이되고 그래서 누구도 보지못하게 지하에 가두어버린다.

'우리는 그녀를 보호하기 위해 유폐하는 겁니다.'
사제는 그녀를 거기에 가둬 둔 자들은 스스로를,
그들 자신을 보호하려고 했던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p48

생각자않은 대지진으로인한(이러한 반전이라니) 비올라의 죽음은 미모에게 마리아의 품에 안겨 죽은 예수만큼이나 절망케하는 슬픔이었다. 오르시니 저택은 완전히 무너져내렿고, 폐헉가 된 그 속에 비올라는 상처하나없이 죽음을 맞는다. 미모는 빛을잃은듯 그녀를 안고 절규하게 되고, 잠도 자지않고 피에타상의 제작에 몰입하게 된다. 그는 지하에 가둔 그녀를 남은 생애동안 지켜낸다. 끝도없이 아름다운 그들의 생애가 우아한 필체로 그려진다. 끝까지 그녀를 지키는 미모 바틸리아니, 그의 비올라를 향한 숭고한 사랑이 마지막장까지 고귀하게 펼쳐진다.

'은밀했던, 살을 저미듯 아렸고 뒤뚱거렸던 우리의 우정,
야행성의 우정이 마침내 햇볕에 복권되고 그 위로 처음으로
햇살이 환히 부서졌다.'p369

데뷔 이래 단 네 권의 소설로 프랑스 주요 문학상 19개를 수상한 장바티스트 앙드레아의 걸작 [그녀를 지키다].바티간이 피에타 석상을 수도원 지하에 가둘 수 밖에 없었던 비밀스런 사연을 한 챕터 한 챕터 중간중간에 끼워맞춘 이야기는 실제 역사이야기를 읽는듯했다. 그리고 그안에서 얽힌 왜소증을 안고 태어난 천재 석공예가의 고난과 역경, 그리고 그에게 운명처럼 나타난 오르시니가문의 막내딸 비올라의 자유를 향한 투쟁은 작가의 시적인 문체에서 무척이나 아름답게 그려진다. 600여페이지의 장편을 순시간에 몰입하게 만드는 힘이있었다. 이러한 상상력에 인간의 삶을 녹여내는 작가의 펜이 놀랍기만하다. 한국을 방문해 뉴스에 나오는 모습을 잠깐 본적이 있었는데, 그래서 호기심이 더했던 소설이기도했다. 미모와 비올라의 삶이 얽힌 피아트라달바의 오렌지나무 가득한 공간은 왠지 직접 거닐어보고싶게까지 한다.

'피에트라달바 숲의 내음이 너무나 그리워서 아침이면 일어나지 못할 정도로 거의 육체적 고통을 느꼈다.'p283
누구든 이러한 공간이 있지 않을까하는,


비올라,
비올라,
비올라……
나의 피에타!

롤리타, 롤리타를 부르듯 한음절 한음절이 오래도록 아름답게 귓가에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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