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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마시 탐정 트리오 ㅣ 한국추리문학선 13
김재희 지음 / 책과나무 / 2022년 6월
평점 :
이 소설 속에 등장하는 노인들은 상당히 힙하다. ‘힙한 노인’이라는 문장을 여기에 꼭 써보고 싶다. 풍요실버타운의 고인물 삼총사 가영 언니, 나숙 씨, 다정 할머니는 우연한 계기로 ‘할마시 탐정 트리오’를 결성한다. 그들은 풍요실버타운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사건들을 해결한다. 장 여사의 복권 사건과 몸캠피싱 피해자 박 교장 사건, 간병 제로 메타버스 실버타운 프로젝트 사건 등, 할마시 탐정 트리오는 무슨 사건이든 척척 깡으로 해결해 나간다.
우리가 체력이 없지, 가오가 없냐.
어쩐지 이 말이 떠오른다. (짜깁기..) 체력은 없어도 여태껏 살아온 삶의 경험이 할마시들의 큰 무기가 된다. 말발 좋은 가영 언니, 삼단 지팡이를 가지고 다니는 나숙 씨, 귀엽고 힘이 센 다정 할머니, 이 할마시들 셋이 모이면 어쩐지 든든하다. 그래서일까. 늙어서 저렇게만 지낼 수 있다면 외로움도 그럭저럭 이겨낼 수 있을 것만 같다. (부디, 현실에서도 노인들이 활기차고 즐겁게 살았으면. 노인 맞춤 댄스도 추고, 패션 감각도 뽐내면서.)
우리는 모두 노인이 된다. 살아 있다면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60~70대 인생은 어떨까? 나는 이 소설에서 ‘늙지 않는 마음’을 읽었다. 언젠가 아빠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 몸은 늙어도 마음은 그대로라고. 그렇다. 운동화를 리셀하는 70세 구 교수처럼, 포르쉐를 타고 다니는 마피아 수녀처럼, 우리는 몸은 늙어도 마음은 그대로인 노인으로 살 수도 있다. 노인이 주인공인 영화나 드라마, 웹툰 등이 많이 제작되었으면 좋겠다. 이 소설을 탐정 시트콤으로 만들어도 괜찮을 것 같다. 소설을 읽다 보면 그런 장면들이 어렵지 않게 그려진다. (드라마 ‘나빌레라’ 같은 작품처럼 노인이 들러리가 아닌 주인공인 작품이 좋다. 정말 볼 때마다 질질 짠 드라마. 덕출 할아버지...)
할마시들의 ‘저승 텐션’이 궁금한가?
명쾌하고 친절한 소설이 읽고 싶은가?
그렇다면 망설일 필요가 없다.
할마시 탐정 트리오가 여기에 있다.
한마디로 노인 시트콤이지만, 어느 젊은 피디가 관심 가질까 싶었다. 저세상 텐션이라는 말이 MZ 세대들은 이승에서 볼 수 없는 화끈한 끼를 보여 준다는 뜻이라지만, 여기서는 그냥 심신이 처져 있는 상태가 바로 저승 텐션이라고 보면 확실했다. - P40
‘할마시’라는 말은 할머니가 미울 때 부르는 방언이라던데, 임시 탐정단 명칭이었다. 최근에 빌런들이 대거 영화나 드라마에서 인기를 끄는 걸 보고 나숙 씨가 오히려 순한 할머니 같은 이미지보다 할마시 이미지로 세게 나가 보자 해서 아예 정식 명칭이 되었다. - P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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