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부산 - 수많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로컬 에세이 프로젝트 4
김성환 외 지음 / 방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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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에 주인이 있다면 기억을 소유한 사람일 것이다. 이 책은 다섯 명의 작가가 소유한 ‘부산에 대한 기억’을 담고 있다. 여행자의 시선이 아닌 삶의 일부였던 부산을 기록하고 있다는 점이 눈여겨 볼만 하다.

광안, 남포, 기장, 망미, 온천천, 서면, 해운대.

글을 통해 가장 와닿았던 장소는 ‘온천천’이다. ‘온천천’을 발음하면서 느껴지는 귀엽고, 다정한 느낌이 좋았다. 또한 작가가 그곳에서 만났던 ‘하얀색 축구 바지를 입고 달리는 그 오빠’의 안부도 궁금해졌다. 지금 이 시간에도 누군가 온천천을 달리고 있지 않을까. 이름 모를 사람들을 수없이 지나치며 우리는 의도하지 않았던 기억을 마음속 어딘가에 새기고 있지 않을까.

부산은 여행으로 딱 한번 간 적이 있었다. 10년을 훌쩍 넘은 일이니 내 기억과는 또 달라져 있을 것이다. 부산에서 가장 좋았던 장소는 ‘태종대’였다. 태종대를 걸으면서 본 풍광이 내겐 가장 큰 부산의 기억으로 남아있다.

우리 모두에게는 어떤 장소에 대한 고유한 정서가 있다. 같은 장소라 하더라도 개인에 따라 기억을 달리 소유한다. 작가들은 자신만의 방법으로 ‘부산’을 기억하고, 기록했다. 나는 그 여정이 부산 지하철의 정거장처럼 느껴졌다. 그래서일까. 낯설지만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들이 왜 그곳으로 언제든지 돌아갈 수 있는지.

한 뇌과학자에 따르면 인간의 뇌는 태어났을 때부터 약 10년간의 결정적 시기를 거치면서 신경세포를 연결하는 시냅스의 위치와 구조를 완성한다고 했다. 어쩌면 우리가 본능적으로 고향을 그리워하면서도 평온함과 애정을 느끼는 이유일 것이다./김성환 - P26

그러고 보니, 부산에 사는 동안 나는 단 한 번도 평지가 적은 까닭을 묻지 않았다. 오르막을 걸어야 할 때면 마냥 오르막을 걸었고, 내리막을 밟을 때면 한없이 내리막을 밟았다. /이학준 - P45

수석 수집하는 아저씨, 낚시하는 아저씨 그리고 일곱 살 여자아이가 팬티 하나만 입고서도 따뜻하고 커다란 몽돌 위에 맨살로 앉고 누울 수 있었던 곳이다. / 손현녕 - P54

내가 애틋하게 생각하는 것들은 공통점이 있다. 바로 시간이 지나면서 나와 함께 흘러간다는 것. 이제는 부산을, 서면을 오랫동안 가지 못해도 내가 느끼는 그 지역의 본질은 내가 처음 서면에서 느낀 감정 그대로라는 걸 안다. / 박훌륭 - P96

서울에 비하자면 2017년 전후의 망원동 느낌이 그 시절 해운대에 분명히 있었다. 출처를 알 수 없는 힙의 요소들이 동네 곳곳에 묻어있었다. 그때로 돌아갈 순 없겠으나 적어도 지역의 개성을 다시 존중하는 방향으로 정돈되면 좋겠다. / 희석 - P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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