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반 어떤 애
전은지 지음, 박현주 그림 / 팜파스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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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반 어떤 애
전은지 글
박현주 그림
팜파스
2022년 7월 15일
88쪽
11,000원
분류 - 초등중학년 창작동화/ 초등고학년 창작동화

나는 교실에서 어떤 아이였을까? 내 아이들은 교실에서 어떤 아이로 기억될까? <우리 반 어떤 애>라는 제목은 어딘지 냉소적이기도 하고, 불친절한 것 같기도 한 제목이었다. 마치 안중에도 없고, 관심조차 없는 사람을 지칭하는 것 같았다. 그렇게 생각할 수 있었던 건 표지에 그려진 한 아이가 투명인간처럼 표현되었기 때문이다. 이 투명한 아이는 고개를 돌려 뒤쪽을 보고 있는데, 어디를 보고 있는 것인지 궁금하다. 자신을 괴롭혔던 누군가를 보는 것일까? 아니면 제발 관심을 가져달라고 누군가를 쳐다보고 있는 것일까?
마냥 밝지는 않은 이야기가 실려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전은지 작가님의 책이다. <천원은 너무해>로 팬이 되어버려서 작가님께서 쓰신 책을 여러 권 읽어보았지만, 이번에 읽게 된 이 책은 전작들과는 결이 많이 다른 느낌이다.
작가님의 이번 신간에서는 무관심의 무서움, 공포, 무관심에 대한 객관적인 시선을 우리에게 보여주려하는 것 같았다.

어느 날, 우리 반 어떤 애가 사라졌다. 무단 결석을 한지 이틀이 되었지만 어떤 애가 결석을 했는지 아무도 몰랐다. 그 아이와 같이 살고 있던 할머니, 주말에 간혹 같이 지낸다던 엄마조차 그 아이의 행방을 몰랐다. 그 아이의 실종을 알게 된 건 도서관 연체로 인해, 사서선생님의 연체 통보쪽지 때문이다. 그 아이의 이름은 민진이, 성도 모르고 성별도 모르고, 어떻게 생겼는지, 어떤 옷을 입고 다녔는지, 그 아이에 대한 기억이 없다.
˝아영아! 고아영! 잠깐 나와 볼래?˝
선생님이 내 이름을 부르셨다. 우리 반 어떤 애에 대한 질문을 하기 위해 무슨 일로 부르는 걸까? 난 친하지 않았던 것 뿐인데, 따돌림 같은 건 하지 않았는데...... 그 애가 자살 했을지도 모른다는데.....

p19
어느 누구의 관심도 받지 못한 그저 ‘어떤 애‘에 불과했던 민진이의 결석은 이후 학교를 발칵 뒤집어 놓은 대 사건이 되었다

p35
그냥...... 단지 친하지 않아서 같이 놀거나 말을 섞지 않은 것뿐인데, 그걸 따돌렸다고 할 수 있나?

P42
나는 잘못이 없는데, 어떤 애를 괴롭히지도, 따돌리지도 않았는데 선생님이 왜 나를 부르는 거지? 뒷문을 열고 복도로 나가는 몇 초 동안 머릿속에 여러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p71
친구가 한 명도 없고, 며칠 결석해도 아무도 모를 만큼 관심을 가진 사람 하나 없고, 남자인지 여자인지 헷갈릴 정도의 애매한 외모에, 이 집 저 집 오가며 생활해야 하고, 달리기도 못하고, 심지어 사람 얼굴을 시체처럼 그릴 정도로 그림까지 못 그린다면, 학교생활이나 사는 게 그다지 재미있거나 만족스럽지는 않을 것이다.

관심에는 특별한 힘이 있다. 물건에 관심을 가지면 특별한 물건이 되고, 사람에 관심을 가지면 특별한 사람이 된다. 우리는 어느 누군가에게 특별한 사람이 되어야 밝고 튼튼하게 살아갈 수 있는 것 같다. 특별한 사람이라고 우월한 존재가 된다는 뜻이 아니라, 주변 사람에게 인정받고, 최소한의 관심을 받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그런 관심을 가지지 못하게, 그런 특별한 사람을 만들지 못하게 하는 것은 바로 우리 어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끼리끼리 놀고, 어른들이 친해야만 친구가 될 수 있고, 아이의 의지가 들어가지 않는 그런 관계말이다.

이 책은 요즘 우리의 모습을 너무도 현실감있게 잘 보여주고 있어, 읽는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
분량은 100페이지도 안되는 책이지만, 주제가 무겁기에 초등 중학년 이상은 되어야 이해하면서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같은 반 친구, 주변 친구들에게 마스크 너머로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어린이들이 따듯한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 그런 어린이로 자랄 수 있도록 우리 어른들이 좋은 모습을 보이면 좋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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