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의 해 ㅣ 미친 아담 3부작 2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이소영 옮김 / 민음사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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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하는 것은 인간이 아닐 것이다. 용서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들 정도는 될 수 있을지 몰라도.

지구는 용서하네

지구는 용서하네, 광부의 발파를
지각을 발기발기 찢고 표면을 불태우는 광부를
수세기에 걸쳐 나무는 소생하고
물도, 그리고 그 안의 물고기도 소생하네.

사슴은 마침내 늑대를 용서하네.
목덜미를 찢고 그의 피를 마신 늑대를
그의 뼈는 흙으로 돌아가 먹여 살리네.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고 씨를 뿌리는 나무를.

그늘을 이루는 나무 밑에서평
온한 나날을 보내다가
자기 차례가 되면 일생을 마치게 될 늑대
그때는 사슴이 뜯어먹을 풀로 변하네.

누군가 죽어야 한다는 걸 모든 동물은 아네.
나머지 동물들이 먹고 살아갈 수 있도록
조만간 모든 동물 그 몸 바뀌어
피는 포도주로 살은 고기로 바뀌네.

인간만이 앙심을 품고 복수를 꿈꾸며
돌에다 심오한 법률을 적어 놓네.
자신이 만들어 놓은 이 그릇된 정의를 위해
사지를 고문하고 뼈마디를 밟아 으깨는 인간.

이게 신의 이미지란 말인가?
네 이에는 내 이로, 내 눈에는 네 눈으로 복수하는 것이?
아, 보복 행위가 사랑 대신에 별들을 움직였다면
그것들은 반짝이지 않으리라.

끊어지기 쉬운 실에 매달려 있는 우리 인간들
모래알에 불과한 우리의 보잘것없는 삶
이 세상은 자그마한 영역
완전히 신에게 예속되어 있네.

인간이여, 분노와 원한을 모두 포기하고
사슴을, 나무를 본받으라.
달콤한 용서를 통해 기쁨을 발견하리라.
오로지 그것만이 그대를 해방해 줄 수 있으리라.

- 『신의 정원사들이 즐겨 부르는 찬양집』에서 - P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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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의 해 ㅣ 미친 아담 3부작 2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이소영 옮김 / 민음사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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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모하는 성 줄리안의 아름다운 표현으로 수세기 동안 부드럽게 전해 내려오는 말을 들어봅시다.

......신은 내 손바닥에 놓여 있는 개암 크기만큼 아주 작고 공 처럼 둥근 것을 보여 주었습니다. 나는 그것을 바라보며 생각했지요. 이것이 과연 무엇일까? 나는 다음과 같은 답을 얻었습니다. 이게 창조된 모든 것이로다. 과연 그 경이로운 것이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지 자문해 보았습니다. 갑자기 아무 이유도 없이 사그라질까 염려되었습니다. 다시 한 번 다음과 같은 답을 듣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신이 사랑하는 것이기에 영원토록 계속될 것이다. 결국은 신의 사랑으로, 이 모든 것 또한 영원토록 계속될 겁니다. - P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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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일반인 대상으로 쓴 책일테니 전공자로서 평하는 건 무의미하다고 생각하지만 어쨌든 1장은 인트로라서인지 닐 그래이슨이 써서인지 모르겠지만 재미있었는데 2, 3장은 상당히 지루하고 특히 3장에서 케플러와 뉴튼이 알아낸 법칙 얘기에서는 수식이 계속나와서 상당히 걱정스러웠다. 어느정도 수학과 물리를 좋아하는 사람이 대상 독자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되기도 하지만. 난 수식으로 표현되는 간결함을 좋아하는데 다른 독자들도 당연히 그렇겠지? 어쩌면 오더블로 듣는 거라서 계속 알 오버 브이 스퀘어 오버 세컨드 오버 세컨드 이런 식으로 수식을 읽어주는게 싫어서 이런 생각이 든지도 모른다. 나한테는 그 수식을 ‘듣는다’는게 불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머리속에서 다시 쓴 후에 눈으로 읽어야 하는 대상인 것이다. 수식은 글이라기 보다는 그림인걸까?

굉장히 똑똑한 친구를 알고 있는데 그 친구는 청각 기억력이 좋아서 읽기 학습 위주인 학교 교육에서 불리했다는 말을 전해 들은 적이 있는데 나는 시각위주의 기억력을 가지고 있어서 듣기만 하면 손에 쥐지 못하고 다 흘려보내는 기분이 든다. 사실 오더블은 자장가로 사용하는 중이다.

읽기와 듣기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나는 이 책을 읽고 있다고 말할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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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의 해는 오릭스와 크레이그와는 굉장히 다르게 전개되는데 사실 그 책이 어땠는지 기억이 잘 나지는 않는다. 하나 기억나는건 그 책은 멈추지 못하고 읽었던 것 같은데 이번에는 굉장히 느슨하게 이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이전 편이 더 자극적이고, 새롭고, 한 명을 중심으로 일어나서 따라가기 쉬웠지만 이번에는 정보가 늘어 놓여있고, 인물도 넘치고, 시간마저도 일정하지가 않아서 금방 집중력을 잃는다. 이전 권을 반년 전에 읽은터라 실은 개인적인 상황의 차이일 수도 있다.

이전 권이 원하는게 상상력의 한계를 시험해보는 것이었다면 홍수의 해는 이미 이전 권에 등장한 절정 부분을 빼고 전후를 오가면서 극단적(이라는 말이 맞나? 현재의 환경이 더 극단적인거 같아서) 환경론자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전개되기 때문에 좀더 익숙하고 이야기라기 보다는 설명인 느낌이다. 대신 영적이고 통찰을 담은 구절들이 나온다. 나는 지혜를 의미하는 뱀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그 상징성에 대해 깊이 생각해본 적은 없는데 이렇게 볼 수도 있다는게 신기했다.

우리가 이성을 가져서, 이러쿵 저러쿵 해서 음식을 쌓고, 재산을 쌓고, 지식을 쌓아놓고도 결국 가고자 하는 곳이 어딘지 모르는 채로 살기 위해서 제 몸 가눌줄도 모른채 태어나는 존재들이라면, 그리고 나서 결국 소박한 삶, 작은것의 행복을 찾는다고 말하는 건 너무나도 멀리 돌아가는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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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장 지혜로운 뱀의 축제 중에서

“우리에게는 믿음과 신념인 것이 다른 동물에게는 타고난 지식입니다. 신의 진정한 마음을 충분히 알 수 있는 사람은 한 명도 없습니다. 인간의 이성은 우리를 감싸고 있는 신의 광대함에 비해 작고도 작아 천사의 머리 꼭대기에서 춤추는 핀과도 같습니다.” - 414쪽

신이 동물에게 주셨네

신이 동물에게 주셨네.
인간의 볼 수 있는 능력을 뛰어넘는 지혜를.
각자 어떻게 살아야 할지 날 때부터 아네.
인간은 피땀 흘려 배워야 하는데.

교과서가 전혀 필요 없는 녀석들
신이 그들의 정신과 영혼을 밝히네.
햇살이 벌들에게 콧노래를 시키고
축축한 흙은 두더지에게 속삭이네.

각자 먹을 양식을 신에게 구하고
각자 이 땅에 있는 달콤한 음식을 즐기네.
하지만 누구 하나 팔지도 사지도 않고
누구 하나 자신의 잠자리를 더럽히지 않네.

뱀은 번쩍이는 화살
그가 느끼는 이 땅의 섬세한 진동
갑옷처럼 반짝이는 온몸을 통하여
구불거리는 등뼈를 따라 흐르네.

아, 뱀들처럼 나 역시 현명하다면
전체를 모두 감지할 텐데.
분별 있는 두뇌뿐만 아니라
기민하고 열렬한 영혼으로.

- 「신의 정원사들이 즐겨 부르는 찬양집」에서 - P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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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암씨를 믿고 읽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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