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산책 ㅣ 말들의 흐름 4
한정원 지음 / 시간의흐름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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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던 책을 집에 놀러온 친구에게 선물해주고 몇주만에 한국에서 새로 받았다. 새 책으로 읽으면 나는 같은 곳에 줄을 치게 될까 생각했는데 달랐다. 나는 그 사이에 또 새로운 내가 되어서 다른 책을 읽고 있었다. 눈물이 줄줄 나기도 했다.

그러므로 산책에서 돌아올 때마다 나는 전과 다른 사람이 된다. 지혜로워지거나 선량해진다는 뜻이 아니다. 다른 사람은 시의 한 행에 다음 행이 입혀지는 것과 같다. 보이는 거리는 좁지만, 보이지 않는 거리는 우주만큼 멀 수 있다. ‘나’라는 장시(長詩)는 나조차도 미리 짐작할 수 없는 행들을 붙이며 느리게 지어진다. - P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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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종교적인 사람인가요?"
나는 그에게 물을 수밖에 없었다.
"네." 그가 자랑스럽게 대답했다. "저는 무신론자예요."
흥미로운 대답이었다. - P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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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과 연애 ㅣ 말들의 흐름 5
유진목 지음 / 시간의흐름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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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리즈를 좋아하면서 세번째 읽는 책인데, 전부가 딱히 제목과 주제가 일치하지 않았는데 그 중에서도 제일 멀다고 생각하는 책. 연애는 모르겠지만 산책을 해본 적은 없는 것 같다.
글들이 딱히 나쁘지 않으니까 그냥 읽지만 출판사의 억지가 조금 질리려고 한다. 유진목씨는 매우 어둡고 정리되지 않은 사람인 것 같다. 하지만 여성이 솔직한것만으로도 아직 의미가 있는 시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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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키니아의 작은 말들 - 뒤라스가 펼쳐 보이는 프랑스판 ‘부부의 세계’
마르그리트 뒤라스 지음, 장소미 옮김 / 녹색광선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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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선 아무런 할 일이 없었고, 책들도 손에서 녹아내렸다. 매복 중인 말벌들의 은밀하고 조용한 날갯짓 아래로 이야기들이 산산이 부서져내렸다. 그렇다. 더위가 마음을 갈가리 흐트러뜨렸다. 오직 온전하게, 원형 그대로 더위에 저항하는 건 바다를 향한 욕망뿐이었다. 사라는 베란다 계단에 책을 내려놓았다. 다른 이들은 벌써 바닷물에 들어가 있었다.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바다에 몸을 던지기 일보 직전이리라. 이미 행복을 맛본 사람들. 사라는 바다가 그리웠다. 별장 문을 미처 닫을 겨를도 없이, 바다가 그리웠다. - P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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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이 나무위에서 알게 된 것들과 나무가 몸통 내부에 나이테를 나타내는 원을 만들기 위해 세포 조직을 응축시키는 소리, 곰팡이가 산 너머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함께 실려 온 먼지와 섞여 점점 커지는 소리, 둥지 안에서 잠자던 새들이 몸을 떨며 깃털이 제일 부드러운 날갯죽지에 머리를 쑤셔 넣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나비 유충이 깨어나는 소리와 때까치 알이 깨지는 소리를 들으며 매일 밤을 보내는 형에 관해 우리는 아는 게 하나도 없었다. - P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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