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키니아의 작은 말들 - 뒤라스가 펼쳐 보이는 프랑스판 ‘부부의 세계’
마르그리트 뒤라스 지음, 장소미 옮김 / 녹색광선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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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선 아무런 할 일이 없었고, 책들도 손에서 녹아내렸다. 매복 중인 말벌들의 은밀하고 조용한 날갯짓 아래로 이야기들이 산산이 부서져내렸다. 그렇다. 더위가 마음을 갈가리 흐트러뜨렸다. 오직 온전하게, 원형 그대로 더위에 저항하는 건 바다를 향한 욕망뿐이었다. 사라는 베란다 계단에 책을 내려놓았다. 다른 이들은 벌써 바닷물에 들어가 있었다.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바다에 몸을 던지기 일보 직전이리라. 이미 행복을 맛본 사람들. 사라는 바다가 그리웠다. 별장 문을 미처 닫을 겨를도 없이, 바다가 그리웠다. - P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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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이 나무위에서 알게 된 것들과 나무가 몸통 내부에 나이테를 나타내는 원을 만들기 위해 세포 조직을 응축시키는 소리, 곰팡이가 산 너머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함께 실려 온 먼지와 섞여 점점 커지는 소리, 둥지 안에서 잠자던 새들이 몸을 떨며 깃털이 제일 부드러운 날갯죽지에 머리를 쑤셔 넣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나비 유충이 깨어나는 소리와 때까치 알이 깨지는 소리를 들으며 매일 밤을 보내는 형에 관해 우리는 아는 게 하나도 없었다. - P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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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례지만, 이 책이 시급합니다
이수은 지음 / 민음사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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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직원의 좌절을 보면 통쾌함과 착잡함이 교차한다. 불행에 빠진 사람이 자기보다 더 불행한 사람을 보면서 위로받는 마음은 인간적이다. 하지만 나의 불운한 처지에 다른 누군가 안도하고 있다면, 그때도 인간적이라고 여겨줄 수 있을까. 자신의 불행에만 골몰하면 스스로에게나 타인에게 위험한 사람이 되고, 자신의 행복에만 골몰하는 사람은 부도덕을 부끄러워하지 않게 된다. 사회를 이뤄 살아가는 존재인 한, 우리에게는 서로 들키지도 드러내지도 말아야 할 인간성의 그늘이라는 게 있다. - P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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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례지만, 이 책이 시급합니다
이수은 지음 / 민음사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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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소개시켜 주는 것처럼 친근하고 소소하게 웃기고 모르는 책도 아는 책 같이 느끼게 해준다. 적당한 무게를 가진 즐거운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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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와 술 말들의 흐름 6
김괜저 지음 / 시간의흐름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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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의 산문이 생각나는 맛이다.

요나라를 세운 요 태조가 죽었을 때 그의 아내였던 술율평은 정국을 통제하기 위해 장군과 신하들을 모두 불러 주군이 그립다면 모두 순장으로 증명하라고 으름장을 놓아 싸그리 묻어버렸다. 몇몇 신하들은 (똑똑하게도) "왜 태후 마마는 주군과 함께 가지 않으십니까?" 하고 되물었다. 그러자 술율평은 자기도 마음만은 가고싶다며, 스스로 한쪽 팔을 잘라 남편 무덤에 같이 넣었다. 단완황후라는 별명은 그렇게 생겼다.
팔을 내어줄 거라면 그렇게 아예 주는 방법도 있다는 얘기다. - P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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