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에선 아무런 할 일이 없었고, 책들도 손에서 녹아내렸다. 매복 중인 말벌들의 은밀하고 조용한 날갯짓 아래로 이야기들이 산산이 부서져내렸다. 그렇다. 더위가 마음을 갈가리 흐트러뜨렸다. 오직 온전하게, 원형 그대로 더위에 저항하는 건 바다를 향한 욕망뿐이었다. 사라는 베란다 계단에 책을 내려놓았다. 다른 이들은 벌써 바닷물에 들어가 있었다.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바다에 몸을 던지기 일보 직전이리라. 이미 행복을 맛본 사람들. 사라는 바다가 그리웠다. 별장 문을 미처 닫을 겨를도 없이, 바다가 그리웠다. - P29